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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㉒ 머시주스]“해독 소셜프랜차이즈로 청년실업 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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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5호 안창현⁄ 2015.08.27 08:53:16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머시주스 본점 전경. 사진 = 머시주스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본사의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급기야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거래를 지속적으로 감시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적지 않은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과도한 인테리어를 비롯한 환경 개선 비용과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광고 수수료 등으로 고통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방적인 요구에도 점주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본사에 잘못 보여 인근에 똑같은 점포라도 들어서면 매출은 반 토막이 난다. 제때 식재료를 주지 않아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불공정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소셜벤처 ‘머시주스’의 청년 CEO 문정한(35) 대표는 한국형 ‘소셜 프랜차이즈’를 꿈꾸며 자신과 같은 청년 창업자들과 함께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나섰다.

“‘머시주스’는 콜드 프레스(cold-press) 공법으로 생산하는 주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소셜벤처다. 수 톤의 압력에 100% 원료가 들어가 열의 발생이 가장 적은 방식으로 주스를 추출해서 높은 퀄리티의 주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살균 처리도 하지 않은 ‘살아 있는 주스’인 셈이다.”

▲머시주스 매장 실내 모습. 사진 = 머시주스

문정한 대표의 설명이다. 작년 6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점포를 냈으니 창업하고 이제 1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머시주스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창업 1년 만에 직원이 배로 늘고, 연매출도 30억 원을 내다보고 있다.

문 대표는 “예상보다 더 반응이 좋았고, 현재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5년 남은 기간 좀 더 회사가 단단해질 수 있도록 내부적인 요소들에 집중해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머시주스는 문 대표의 말 이상으로 성공적이었다. 머시주스의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다소 생소한 디톡스 주스(해독 주스)가 널리 회자되기도 했다.

▲머시주스는 자체 물류 차량으로 직접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 = 머시주스

현재 머시주스는 오프라인 매장 5개와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함께 운영한다. 첫 점포를 열고 3개월이 지난 작년 9월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연락이 와 잠시 안테나숍을 운영했고 올 4월 정식 입점했다. 6월에는 신세계백화점 죽전점, 7월에는 인천공항에도 들어갔다.

일잘하는 종업원 5명이 2000만원 모으게 한 뒤 
회사돈 8000만원 도와 가맹점 창업시켜 

또 최근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성수동에 공장을 마련했다. 하루 1500병 생산 규모를 갖췄고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기준) 인증도 받았다. 착즙 과정에서 열을 차단해 영양소를 유지하는 ‘콜드 프레스’ 방식으로 현재 하루 500병 정도를 생산한다.

겉으로 보면 웰빙 주스 전문점을 창업한 청년 CEO의 성공담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 대표와 소셜벤처 머시주스는 뚜렷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목적을 가졌다. 바로 공정한 소셜 프랜차이즈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소셜 프랜차이즈는 말 그대로 소셜과 프랜차이즈 두 단어가 합성된 표현이다. 따라서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는 모델인데, 서로 상충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콜드 프레스 설비를 갖춘 머시주스의 공장. 사진 = 머시주스

문 대표는 머시주스의 프랜차이즈 모델을 구상하면서 회사 측이 무이자로 자금을 마련해주고, 점포를 만들면서 구성원이 주인이 돼 운영하는 협동조합 모델을 생각했다. 그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이나 영국 제이미 올리버의 피프틴 레스토랑을 프랜차이즈 형식과 융합한 모델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가 말하는 소셜 프랜차이즈 방식은 구체적으로 이렇다. 1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자체 평가를 거쳐 5명을 선정한다. 이들에게 월 30만 원 정도를 저축하게 한다. 1년 후 1인당 400만 원, 5명 합해 2000만 원이 모이면 회사에서 8000만 원을 무이자, 5년 상환 조건으로 빌려준다.

그렇게 5명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1억 원의 출자금으로 머시주스 점포를 내고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한다. 꼭 머시주스가 아니어도 괜찮다. 다른 브랜드를 원하면 회사가 브랜딩도 도와준다.

문 대표는 머시주스를 창업하면서 ‘회복’이란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조금 추상적일 수 있겠지만, 내게 회복이란 가치는 중요했다. 그리고 내 자신의 회복과 함께 머시주스에서 함께 하는 직원들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셜 프랜차이즈는 그래서 생각하게 됐다.”

▲지난 해 5월 인천공항 내에 머시주스 매장이 들어섰다. 사진 = 머시주스

문 대표는 회복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물질적 보상이 될 수도 있고 일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될 수도 있다.

문 대표는 “단기적인 물질적 보상보다 자신이 무언가를 맡아 해나갈 때 장기적인 회복이 이뤄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과 함께 소셜 프랜차이즈를 구성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입소문 타고 ‘해독 주스’로 인기몰이

문 대표는 어떻게 해독 주스에 관심을 가졌을까? “본래 커피보다 스무디와 주스류의 음료를 즐겨 마신다. 해외유학 시절 자연스럽게 100% 원료만 들어간 스무디와 주스를 접하면서 정직하게 좋은 원료를 사용한 주스 전문점을 생각했다.”

원래는 스무디 바를 오픈하려 했지만 국내 시장이 협소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제 조금씩 시장이 형성되고 잇는 착즙주스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는 머시주스로 처음 창업하는 것이 아니었다. 머시주스 이전에 온라인 의류쇼핑몰을 창업한 경험이 있다. 여성용 레깅스를 팔았는데, 하루 200장 이상이 나갈 정도로 그 사업도 처음에는 잘 됐다. 그러던 와중에 친한 선배에서 1억여 원 사기를 당했고, 그 여파로 쇼핑몰은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들어져 문을 닫았다.

해독 주스라는 점을 부각시켜 ‘몸에 자비를 베풀자’는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 ‘머시(mercy)’를 만든 것은 이후의 일이다. 2013년 6월 문 대표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개최한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머시주스’ 아이디어를 가지고 참가하면서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의 머시주스 매장. 사진 = 머시주스

영세 농가의 과일과 채소를 직거래로 구매해 농촌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청년 창업을 지원하다는 뼈대는 이때 구체화됐다.

대회는 예상보다 경쟁률이 높았다. 창업 부문에만 255팀이 참가했고, 이 중 10팀만 선정됐다. 아쉽게 머시주스는 입상 명단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2014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낳았다.

문 대표를 비롯해 이전 쇼핑몰을 함께 운영했던 친구 5명이 준비 팀을 꾸리고 지난 해 2월 청년 사회적기업가 지원센터인 사단법인 씨즈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머시주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머시주스는 창업육성 자금으로 3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씨즈에서는 무엇보다 브랜딩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머시주스라는 이름에 디자인을 통해 특징적인 이미지와 느낌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심벌, 패키지, 매장 인테리어, 홍보 인쇄물이 완성됐다.”

문 대표는 매장 자리를 알아보려 뜨거운 상권으로 부상한 가로수길 일대를 샅샅이 훑었다. 워낙 인기상권이라 임대료가 만만치 않았지만, 발품을 팔아 비교적 괜찮은 점포를 구할 수 있었다. 문 대표가 그동안 모았던 돈과 창업 지원금을 합해 머시주스의 첫 점포를 오픈할 수 있었다.

“머시주스 창업 전 2년은 재정적으로나 심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당시 막연한 믿음이 있었고 열심히 일했다. 그 때 생각한 것이 ‘정직과 회복’이다. 내가 먼저 정직하다면, 회복은 자연스럽게 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머시주스는 원료를 쓰는 것도, 사람을 대하는 것도 정직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협동조합 가맹점들이 뿌리내렸으면”

머시주스는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처음 계획한 내용들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경남 거창, 진주 등의 영세 농가에서 사과를 직거래로 구매한다. 사과는 머시주스의 기본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소셜 프랜차이즈 사업도 작년에 시작했다. 올 10~11월쯤이면 소셜 프랜차이즈 1호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물론 회사에서 8천만 원을 지원한다. 사실 신생 기업으로서 부담스런 금액이다.

▲갤러리아 백화점에 입점한 머시주스 매장. 사진 = 머시주스

“20대 후반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쓴맛도 봤다. 뭔가를 해보고 싶어도 자본이 없어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도 잘 안다. 머시주스 사업 준비를 하면서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이나 미국의 소셜 벤처 사례를 보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머시주스가 되고 싶다.”

머시주스는 2016년까지 소셜 프랜차이즈 매장을 8개, 40명의 청년 창업가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술적으로 올 10월부터 두 달에 하나 꼴로 머시주스 협동조합 매장이 생기는 것이다. 머시주스는 공장에서 만든 주스를 공급하고 경영 관련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공장 설립은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한 포석이다.

문 대표는 “머시주스는 우선 국내 착즙주스 시장에서 확고한 1등을 하는 것이 목표다. 작년 6월 첫 매장을 오픈한 이래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는데, 남은 2015년은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삼고 내부적인 시스템과 직원들에게 더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커피 자체가 문화로 자리 잡은 것처럼 주스 역시 문화적으로 이끌어내서 많은 사람들이 주스와 샐러드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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