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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골프 세상만사]女골퍼의 세계제패는 ‘쫄지 않아’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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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6호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2015.09.03 08:53:54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극단적으로 대치 중인 남북 상황. 이러다가 누가 먼저 조준 사격을 해버리면 진짜 큰일 난다. 일촉즉발의 위기다. 그런데 이미 북의 도발을 경험한 연평도의 한 주민은 이렇게 말한다. “쫄 게 뭐 있어? 이젠 김정은이 코앞까지 왔다간다 해도 신경 안 써. 일하기 바빠서 바다 건너 북한이 있는 것도 까먹을 정도야.”  

이 ‘쫄다’가 사실 아직 사전에 등재된 말은 아니다. ‘위협적으로 압도하는 대상 앞에서 겁을 먹거나 기를 못 편다’는 뜻의 좀 거친 표현이다. 나보다 객관적 전력이 우세한 상대 앞에서도 ‘쫄지만 않는다면’ 이기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운동 경기나 선거에서 많은 이변이 일어난다.

이제 LPGA 대회를 보면 한국 선수가 우승을 하는지 전 세계 다른 나라 선수가 우승을 하는지 그것만이 궁금해질 뿐이다. 우리나라 어린 여자 선수들이 미국 무대에 가서 우승을 팡팡 해대고 있다. 백전노장 선수들이나 그쪽 실정에 익숙하고 체격도 우위인 서양 선수들 앞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 한 마디로 ‘쫄지 않아서’ 이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새내기들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정면승부를 걸어버린다. 내가 보기엔 특별히 작전을 세운다거나 그런 것도 없는 것 같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해댈 뿐이다. 과거의 전투 방식을 고집한 골리앗을 맞아 가뿐한 몸으로 나선 다윗이 승리를 거둔 것과 같지 않을까.

한 스포츠에서 황제라는 칭호를 얻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축구의 펠레나 호나우두처럼 인간이 아닌 모습을 보여주거나, 농구의 마이클 조던처럼 꿈에서나 가능한 모습을 보여주는 오직 한 명에게 주어지는 찬사다. 6년 전까지 PGA 투어 70승, 그중 메이저 대회 14승, 당시 PGA 세계 랭킹 계속 1위를 지키는 골프계 황제가 있었다. 바로 타이거 우즈. 

▲김효주, 전인지, 김세영 등 한국의 여자 선수들은 세계 골프 대회에서 활약 중이다. 사진은 8월 21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전인지가 세컨샷을 하는 모습. 사진 = KLPGA

하지만 스포츠가 어디 랭킹으로 전부 승패가 나뉘고 지금까지의 기록과 경기력으로 결정날 일인가? 그렇다면 누가 시시한 게임을 보려고 할 것인가? 황제도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고개 숙일 날이 있고 우린 그게 보고 싶은 것이다.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 속에서도 “쫄지 않아!”
용감무쌍 돈키호테 정신은 골프에도 필요

PGA 투어 달랑 1승. 그 중 메이저 대회 우승 없음. 당시 PGA 세계랭킹 110위, 지난 2009년 그해의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황제를 쫄게 만든 ‘하룻강아지’가 있었다. 양용은! 우즈는 그해 4년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을 한 차례도 못 하고 시즌을 마감하더니 그 뒤에도 사정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말았다. 물론 여자 문제 등으로 엉뚱한 곳에서 지나치게 힘을 많이 뺀 탓으로 토끼 앞에서도 쫄고마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해버린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 건너가자마자 ‘1998년 US오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박세리 또는 우승 제조기 박인비는 놔두더라도, 앞서의 설명대로 김효주, 전인지, 김세영 등 우리의 나이 어린 여자 선수들이 모두 그렇다. 그녀들이 세계 최고 선수들이 겨루는 이 험한 전투장에서 이기는 우승 기술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저 상대가 쫄아서 그 빈틈을 노린 것일까? 아니다. 쟁쟁한 선수들이 아시아의 밤톨만한 선수들에게 무슨 겁을 먹었겠는가. 맞다. 다만 그녀들이 쫄지 않았을 뿐이라고 본다.

정일미라는 괜찮은 여자 선수가 있었다. 실력은 분명히 지금의 박인비, 김효주에게 못잖았는데도 미국 건너간 뒤 8년 동안 제대로 상위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얼굴을 푹 박고 귀국했다. 그녀가 털어놓은 말. “낯선 곳에서 치려니 드라이버는 매번 왼쪽으로만 휘었고 짧은 퍼트도 되지 않고 그저 벌벌 떨기만 했어요.” 
 
골프는 물론이고 대중 앞에서의 연설, 마음에 둔 상대에게 사랑 고백하기, 국가 간 정상회담, 남북대치…. 이 모두에서 쫄지 않으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누가 쫄고 싶어서 쫄겠는가! 어쨌건 부딪치는 거다. 돈키호테처럼 말이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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