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칼럼 - 중국에서 벤처창업 ②]“누구랑 할 것인가”부터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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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투자자가 벤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무엇일까? 비즈니스 아이템? 차별성? 수익모델? 모두가 중요한 요소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팀(team)’이다. 벤처는 아직 미성숙한 단계의 어린 아이와 같다. 미래의 많은 불확실성을 떠안으면서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사람은 CEO 한 사람일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는 팀이다.
CEO가 70%의 비중
중견 기업이나 대기업도 CEO를 애써 영입하려 들거나 거액의 스탁옵션으로 붙들어두려 한다. CEO가 누구냐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과도한 보상 때문에 사회적인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CEO가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정적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벤처기업도 마찬가지다. 결국 투자 심사자가 가장 유심히 보는 것은 CEO의 능력과 비전이다. CEO 스스로 확신이 없거나 자신이 없어하는 아이템에 누가 투자하겠는가? 스스로도 믿지 않으면서 투자가에게 돈을 내놓으란 얘기는 사기와 다름없다. 사실 불확실한 미래를 얘기하면서 과도한 확신이나 자신감을 갖는 것도 어불성설일 수 있지만, 어쨌든 투자자는 CEO를 쳐다본다. 그(녀)를 믿고 투자하기에 벤처 기업의 70% 비중은 CEO 한 사람에 돌아간다.
한국 팀은 훌륭하지만 중국 팀은?
보통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벤처들은 나름 한국에서 일정 정도 성적을 냈거나 1, 2차 투자를 받은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이룬것 없이 중국에서 세팅하기란, 중국통이나 유학생 출신을 빼고는 거의 힘들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나름 CEO도 훌륭하고 팀도 훌륭해 보인다. 문제는 내부에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구사하는 사람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다행이다.
한국 정부나 대학이 지원하는 벤처팀들 중 거의 90%가 이렇게 로컬화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팀을 뽑은 후에 처음으로 하는 작업이 중국어가 가능한 인력을 팀에 합류시키는 작업이다. 중국의 인터넷이나 IT 업계에서 디렉터급 이상의 중국인은 영어가 가능하다. 해외파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 영어도 매우 제한된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이쪽에서 아무리 유창한 영어로 열심히 설명해도 반 정도는 줄줄 샌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에 중국인 또는 중국 유학생(한국인)이 팀에 합류하면 훨씬 큰 힘이 된다.
진짜 중국통을 팀원으로
이렇게 임시방편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팀에 중국인은 무조건 필요하다. 적어도 진지하게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벤처에게는 필수다. 대부분 팀들이 이런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중국에 첫 발을 딛는다. 벤처의 중국 진출은 한국에서부터 시작돼야 하고, 그 첫걸음은 바로 언어가 가능한 팀원을 초대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 중국인 혹은 중국어가 가능한 인력이 경험이 있거나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이트(Insight)를 가지고 있다면 베스트다.
▲상해의 명문 후단대학 캠퍼스. 중국에서 창업할 때는 중국어를 할 줄 알는 인재를 팀에 포함시키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사진 = 위키피디아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 중 대만을 제외하고는 한국 기업들의 성공률이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그 추이는 지금도 지속된다고 본다. 이유는 한국만이 가진 지리적 접근성, 문화적 유사성, 그리고 조선족과 중국인 유학생(한국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중국에 있는)의 도움이 있어서다. 한국에서 중문학을 전공하고 교환학생 제도를 통해 언어를 갈고 닦은 인재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이런 출중한 인재들은 시장에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기업은 중국인을, 특히 영어가 되는 중국인을 주로 채용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선족이나 중국어가 가능한 한국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어려서부터 중국에 거주했거나 중국 경험을 쌓아오면서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많이 축적해왔다. 그래서 이제는 국적을 가리지 말고 이런 인재를 많이 활용하실 것을 벤처들에게(일반 기업들도 마찬가지) 추천드리고 싶다.
팀 구성의 성공 사례
일반화하긴 어렵겠지만 몇몇 성공 사례가 의미있다. 모 한국인 벤처 CEO는 상해 복단대를 다니면서 열심히 친구들에게 밥을 사줬다. 그렇게 마음을 나누고 우정을 나누다가 창업을 함께 하게 됐는데, 중국인 친구들이 흔쾌히 CEO 자리를 이 한국인에게 밀어줬다. 심지어 지분도 한국인 이름으로 몰아줬다. 투자자와의 협상 때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벤처는 매우 이례적으로 중국 캐피털로부터 큰 규모의 A론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지금도 순항 중이다.
얼마 전 만난 나이어린 창업가가 있었다. 미국 버클리대학을 졸업하고 상해 복단대 대학원에 적을 둔 다음, 학업보다는 창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경우도 팀원은 모두 중국인이었다. 중국어를 어떻게 배웠느냐고 했더니, LA에 중국인들이 많아 중국인 친구들을 졸라서 배우다가 상해에 와서 본격적으로 배웠다고 한다. 11년을 상해에 산 나보다 훨씬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는 그녀를 보면서 쑥스러운 마음에 중국어를 함부로 못쓰게 되었다.
그녀가 또 대단했던 것은 열심히 찾아다니며 결국 텐센트 인큐베이션 센터에 입주했고, 그 넓은 센터에서 한국인은 자신이 유일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최근 첫 사업을 큰 기업에 매각하고 현재 두 번째 창업을 준비 중이다.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
짐 콜린스는 2001년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물로 나온 저서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다. 좋은 기업 1435개를 대상으로 40년간 성과를 분석한 결과 11개 기업만이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리더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콜린스는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할 적합한 사람들(right people)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여러분이 버스 운전자(비즈니스 리더)다. 그리고 버스(회사)가 움직이지 않는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차가 가도록 하는 것이다. 어디로, 어떻게, 누구와 가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위대한 버스 운전사(리더)라면 명확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며 즉시 버스 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대부분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위대란 리더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어디로 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갈 것이냐를 결정한다. 빠른 변화를 함께 시도해줄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고 ‘부적합한 사람(wrong people)’을 버스에서 내리게 한다. 적합한 사람은 적합한 자리에 앉힌다. 그런 다음 가야 할 방향을 결정한다.”
(정리 = 최영태 기자)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