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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 골프 세상만사]반값 아파트 안되도 반값 골프는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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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7호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2015.09.10 09:14:15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지난 30년간 1년에 한두 차례 영국을 방문했다. 업무 출장이었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겼다. 늘 쫓기면서 골프를 했던 한국과는 달리 언제나 느긋하고 여유 있게 골프를 즐길 수 있었기에 필자는 영국 골프장 분위기와 환경을 매우 부러워했다.

나이 70을 넘은 노인이, 어떤 이는 풀카트를 끌고, 어떤 이는 어깨에 백을 메고 행복한 표정으로 골프를 즐기니 정말 부럽기 짝이 없었다. 훗날 저런 모습으로 노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물가는 한국보다 2배나 비싸지만, 골프는 연회비 200~300만 원만 내면 그린 피(코스 사용료)없이 연중 마음대로 라운드하고 커피 값 2000원만 쓰면 하루 종일 골프치고, 클럽 하우스에서 친목을 다지는 것이 필자에게는 천국처럼 여겨졌다.

요즈음도 영국에 갈 때마다 많은 비즈니스 친구들로부터 초대를 받는다. 자기가 회원인 골프장에서 라운드하고 식사도 하자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자기의 골프 클럽이 갓 100년 된 젊은(?) 클럽이지만 한 번 플레이 한 후 평가를 해달라고 했다. 한국에서 온 칼럼니스트라고 소개하자 클럽의 프로가 프로샵에서 뛰어 나와 클럽의 역사를 소개해 줬고 회원 중 한 사람은 자기 부친이 한국 전쟁에 참전해서 자기가 한국을 잘 알고 좋아한다고 했다.

필자는 그 때 ‘아! 바로 이런 곳이 한국 골퍼들이 꿈꾸는 진정한 골프 클럽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100년 된 건물의 식당 복도에 걸린 빛바랜 사진들을 보니, 미국 프로 골퍼 아놀드 파머를 비롯한 옛 골프의 전설들이 플레이 후 기념 촬영한 것들이었다.

25년 전 우리 가족 넷이 퍼블릭 코스에서 골프를 할 때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골프 문화와 환경이 이뤄지겠지’ 염원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국내에서의 패밀리 골프는 당분간 포기했다. 대신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저렴한 골프 리조트에서 골프를 물리도록 실컷 치고 돌아온다. 지난해 휴가 때 우리 부부는 항공 운임을 포함해 10박, 16라운드에 모든 숙식-픽업 비용까지 1인당 100만 원을 쓰지 않았다. 똑같이 골프를 한국에서 했다고 가정하고 계산해보면 1인당 무려 500만 원 이상의 경비가 나온다.

왜 외국에선 100만 원도 안 드는 골프를, 
한국에선 500만 원 주고 쳐야 하나?

최근 정부가 기금을 걷어 지은 대중 골프장에서부터 캐디 선택제와 합리적인 카트 요금을 시행해 약 5만 원씩 골프 비용을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잘 결정한 조치다. 우선 대중 골프장에서 이렇게 시작하면, 훗날 배부른 회원제 골프장도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

지금 회원제 골프장에서는 수익이 떨어진다고 울상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평균 이익률이 16%로, 이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꿈꾸는 수익률이다. 간혹 영업 적자에 숨넘어가는 골프장도 없지는 않지만 과연 사주가 그 손해를 감당했을까 묻는다면 골퍼들 모두 ‘노(No)’라고 대답할 것이다. 규모에 비해 과다한 고급 인력 인건비, 멀쩡한 시설에 수시로 하는 대규모 공사, 그다지 효용 가치가 없는 조경 사업을 왜 하는지, 그리고 수익성이 높은 카트 운영을 굳이 외부에 하청 주는 이유는 뭔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골프장 전문경영인 K사장과 며칠 전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둘은 반값 아파트는 불가능하지만, 반값 라운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지속적인 골프와,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값 라운드는 실현돼야 한다. 프리미엄 급의 명문 골프장도 나름대로 필요하지만, 일반 골퍼가 경비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고 편하게 출입할 수 있는 골프장이 많이 늘어나야 대중화도 실현되고, 실내에서 티샷하는 스크린 골퍼에게도 필드 방문의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고교 동창 친목 골프 모임 숫자가 과거 6개를 넘은 적도 있었다. 현재는 현직에서 은퇴하면서 골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인지 결국 금년에 골프 모임이 해체됐고 당구 모임 참석자가 두 배로 늘었다. 부담이 적은 당구로 친목을 즐기지만 그들 대부분은 이렇게 말한다. “파란 주단 위에서 큰 공 치는 것보다는, 파란 잔디 위에서 작은 볼 치는 게 훨씬 좋기는 하지.”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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