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법 이야기]CCTV 설치,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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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며칠 전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 정신병이 있는 것 같은 아주머니 한 분이 찾아와 직원에게 욕설을 하고 난동을 피운 일이 있었습니다. 변호사 일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들 또한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신체적으로 위협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아침 회의 때 자연스럽게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신변 보호 차원에서라도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 기회에 CCTV와 관련한 법령을 찬찬히 찾아보게 됐습니다.
최근 CCTV와 관련해,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와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야 하는가 하는 논쟁, 크게 두 가지 쟁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CCTV 설치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법령은 ‘개인정보보호법’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에 따르면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시설 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교통 단속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교통 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 다섯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CCTV를 설치, 운영할 수 없습니다.
인권침해 없도록 조심해야
그리고 CCTV는 동영상 녹화만 가능하지 녹음은 불가능합니다. 이 부분도 CCTV를 설치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목욕탕이나 찜질방 등에서 목욕실이나 화장실, 발한실(發汗室), 탈의실 같이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는 CCTV 설치가 금지돼 있습니다.
다만 이런 장소 이외의 곳(예를 들어 목욕탕 카운터)에는 CCTV를 설치할 수 있지만, 설치 여부를 이용객이 잘 알아볼 수 있게 안내문을 게시해야 합니다(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또한 주차장이나 지하 공공보도에도 관련 법령에 따라 일정 요건을 갖추면 CCTV 설치가 가능합니다(주차장법 시행규칙 등).
개인정보보호법이 문제 삼는 CCTV 설치는 ‘공개된 장소’에서의 설치입니다. 따라서 개인 사무실 내부, 개인 주택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복도식 아파트의 현관 앞에 개인용 CCTV를 설치하려 한다면 어떨까요?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으로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교사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진 = 연합뉴스
아파트 복도는 공개된 장소에 해당하지 않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CCTV의 설치 및 운영은 그 설치 장소에 대한 소유와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입주자 대표회의 등 관리 주체의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흔히 이웃의 허락만 받으면 CCTV를 설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아파트 관리규약에 규정이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하고, 없다면 입주자 대표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 외에 아파트 현관 및 엘리베이터, 복도 등 주민이 공동 사용하는 구역의 경우는 주택법에 의해 주택건설 사업자, 리모델링 사업자 등이 사전에 시장이나 군수 등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CCTV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9월부터 어린이집에 CCTV 의무 설치
다음으로 어린이집 CCTV 설치 문제는 아동 학대 문제와 맞물려 여러 차례 논쟁의 대상이 됐습니다. 국회에서는 어린이집 내 아동 학대를 예방하고 각종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이 법안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부결됐는데, 부결된 가장 큰 이유는 인권 침해 논란이었습니다. 특히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를 둘러싸고 사생활 침해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악용 우려 등 몇몇 인권 침해 가능성이 문제됐습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문제는 ‘영유아보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여러 차례 진통을 겪은 끝에 2015년 5월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됐고 9월 19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 법의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 어린이집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설치하지 않은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였고
- 보호자가 자녀 또는 아동의 안전을 확인할 목적으로 CCTV 영상 열람을 요청하는 경우 열람이 가능하며
- 아동 학대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20년, 또는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가 확정된 날부터 20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 또 보건복지부장관은 어린이집 원장 또는 보육교사가 아동 학대 행위를 한 경우 2년 이내의 범위에서 그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아동 학대자에 대한 제재 및 보육 교직원의 자격 기준을 강화할 뿐 아니라 보육 교직원들의 교육에 인성 함양 과목을 추가해 아동 학대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항들이 추가됐습니다.
제도의 취지는 매우 좋고, 잘 운영된다면 아동 학대를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보육교사의 인권 침해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에 대해서 법령의 시행 과정에서 보완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