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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칼럼 - 중국에서 벤처창업 ③] 유창 안해도 되니 무조건 중국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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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0-451호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2015.10.05 10:59:48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CEO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데 그 피칭을 듣고 저더러 투자하란 말인가요?”

매우 까칠해 보이는 이 말투는 보통 투자자들의 질문이자 공격이다. 사실, 자신의 사업 아이템에 완전한 확신을 가진 CEO가 몇이나 될까? 너무 힘든 순간에는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밤잠도 잘 오지 않고 스스로 험한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할 때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앞에서는 자신 있는 모습을 연기할 줄도 알아야 하고, “요즘 잘되고 있어?”라는 질문에는, 무조건 “네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해야 하는 게 벤처 CEO다.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기업에는 그 누구도 투자나 제휴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감의 절반은 언어 구사 능력

한국 안에서의 창업이야 한국어만 유창하면 그만이지만, 글로벌 창업을 할 벤처라면, CEO 스스로가 최소한 영어는 할 줄 알아야 하고, 중국에서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젊고 유능한 CEO는 언어를 쉽게 습득하는 것을 많이 봤다. 2년만 집중해 노력하면 10년 이상 중국에서 사업을 한 기업인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다. 

필자는 2004년 처음 다음차이나로 진출했을 때, 지사장이라는 걸맞지 않는 타이틀에 취해, 어깨에 잔뜩 ‘뽕’만 들어갔지 언어 능력 조차 없이 중국 사업을 시작했던 아픔이 있다. 그 당시에는 그게 아픔인지도 모르고 좌충우돌 참 많이 헤맸다. 멘토들만 잘 찾아다녔어도 피할 수 있던 시행착오를 얼마나 많이 했던가. 그래서 나는 지금 후배 청년 벤처들에게 ‘그렇게 하면 망한다’라고 끊임없이 조언하고 채찍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자신감은 ‘언어 구사 능력’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똑똑한 한국인도 중국에 가져다 놓으면 바보가 된다. 택시 하나도 탈 수 없고, “Let’s go to Hyatt hotel!”이라고 외쳐봐야, “션머? 팅부동”이라는 일관된 답변을 들을 뿐이다. 뜻글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음으로만 구성된 음글자를 외쳐봐야 헛고생이다. 

비단 창업이 아니라도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조건도 언어 능력이 첫 번째이다. 바이링구얼(bi-lingual. 2가지 언어 구사)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글로벌 시장에서 좀처럼 성공하기 어렵다. 

그런데 나이가 아무리 많이 먹었어도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기에 늦은 시기는 없는 거 같다. 내 나이 35세에 처음으로 영어를 밥 먹듯 쓰기 시작했고, 40이 되어서야 중국어로 일상 대화가 가능해졌다. 돌이켜보면 꽤 늦은 나이였던 것 같지만, 사실 나보다 훨씬 선배들도 무난하게 이러한 언어 장벽을 극복했다.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영어를 듣기만 하고 잘 말하지 않는 한국인들의 공통점은, 나름 부끄럽지 않은 발음으로 ‘완벽한’ 영어를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중국의 MBA 강의실에서도 재현된다. 후진 발음이라도 떠들어대는 중국 학생과, 아예 침묵하거나 발음을 꼬아가며 얘기하는 한국 학생의 차이. 그런데, 과학적으로 밝혀졌듯이 어릴 때 외국어를 배우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발음할 수 없다. 몇몇 언어 천재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를 천재라 여기고 너무 완벽한 외국어를 구사하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언어는 툴(tool)일 뿐인데 스스로 네이티브(원주민)가 되려 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 한국인은 또렷하고 쉬운 발음을 내는 게 제일 나은 소통 방식이다. 

▲2차대전 당시 미군 장교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장면. 중국에서 벤처를 성공시키려면 무조건 중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에 영어 구사력까지 더하면 금상첨화다. 사진 = 위키피디아

토익 900이 넘는데 영어로 긴 문장을 말하지 못한다거나, HSK 6급인데 중국 식당 종업원의 발음도 듣기 어려워하는 한국인이 많다. 거꾸로 아무 자격증도 없지만, 시장 영어, 식당 중국어를 마구 부대껴가며 배우고 훌륭히 구사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가장 중요한 건, 너무 잘하려고 들지 않는 거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표현하려 노력하는 거다. 처음엔 스스로도 답답하고 어눌하지만, 어느 순간 자주 쓰는 표현에 익숙해지고, 듣는 상대방도 편안해지는 순간이 온다. 처음부터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욕심만 버리면 된다.

나는 중국에 온 지 10개월 즈음에 처음으로 중국어로 꿈을 꿨다.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참으로 단순한 단어들의 조합이었던 거 같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중국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의 변화라면 전화 통역을 해 주던 친구나 스태프가 내 곁을 떠나갔다는 것뿐이었다. 아무도 의지할 곳이 없어지자 내 중국어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귀가 뚫리기 시작했다.

“중국어를 열심히 안한 게 후회스러워요”

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 국제학교를 나오고 사회생활을 앞둔 취업 준비생도 이 말을 공통적으로 한다. 멋진 영어 과정 MBA를 졸업하는 학생들도 같은 후회를 한다. 대학생들 중에는 “고등학교 때 주변 사람들이나 부모님들이 얘기는 했지만, 그렇게 중요한 거면 때려서라도 가르쳤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적반하장도 있다. 

나 역시 영어로 비즈니스 하는 게 폼도 나고, 중국어도 중급 이상은 된 거 같으니 ‘그냥 이대로 좋아요’라며 5년 정도를 보냈던 거 같다. 나중에 중국어로 학업도 해야 하고, 발표도 해야 하는 시기가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뒤늦게 고급 중국어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그냥 지금 이 순간 결단하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직 30도 안 된 젊은 친구들이 후회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어와 담을 쌓거나 중국어와 담을 쌓거나 둘 중 하나다. 둘 다 잘하는 친구는 별종으로 취급한다. 사실 별종은 없다. 그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일 뿐.

글로벌 벤처 CEO가 되세요

지금도 늦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템을 갖고 중국 시장에 진출할 CEO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중국어를 시작해야 한다. 영어도 잘하면 베스트다. 중국어를 잘해야 중국인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통역을 쓰지 않고 정감을 나누며 진정한 비즈니스를 할 수가 있다. 여기에 영어를 잘해야 적당한 시기에 비즈니스맨의 품격을 더할 수 있다. 

후회하는 많은 사람들이 조언하고 있지 않은가? “바로 지금 시작하라”고! 영화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워제네거처럼 멀티랭귀지로 무장한 자신을 상상해 보라. 어떤 국적의 투자자 앞에서도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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