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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연애 남녀, 속으론 이런 독백”

연극 ‘그 남자 그 여자’ 박휘남·김태린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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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2호 김금영 기자⁄ 2015.10.15 08:57:34

▲연극 ‘그 남자 그 여자’에 출연하는 배우 박휘남(왼쪽)과 김태린. 사진 = 김금영 기자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혹시 니가 다시 돌아올까 봐 다른 사랑 절대 못해. 남잘 울렸으면 책임져야지. 니가 뭘 알아 남자의 마음을…(중략) 모든 걸 다 주니까 떠난다는 그 남자. 남자는 다 똑같나봐.”

바이브의 3집 앨범 ‘그 남자 그 여자’ 가사 중 일부다. 2006년 발표된 노래 ‘그 남자 그 여자’는 당시 각종 음반 차트에서 1위를 휩쓸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듬해 가수 유미가 리메이크 했고, 현재까지도 노래 관련 프로그램에서 불리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가수 윤민수와 장혜진의 애절한 목소리가 힘 있었지만, 가사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이별을 맞은 남녀의 아픈 심정을 그렸기 때문이다. 한쪽의 상황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1절은 남자, 2절은 여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랫말이라서 남녀 모두에게 공감을 줬다.

무대에서도 이런 공감대를 맛볼 수 있게 하는 연극 ‘그 남자 그 여자’가 공연되고 있다. 2007년 초연돼 올해 8주년을 맞은 ‘그 남자 그 여자’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 연극의 시초로 불릴 정도다. 현재 대학로 소리아트홀에서 공연 중이다. 라디오 드라마가 원작으로,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30대 사내 커플과 20대 청춘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다.

노래 ‘그 남자 그 여자’처럼 연극에서도 남자와 여자의 속마음이 번갈아 펼쳐진다. 한창 대화를 하던 중에 ‘삐’ 버저가 울리면 모든 상황이 멈추고 남자 혹은 여자만 움직이면서 “사실은 그게 아닌데…”라며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여자 배우가 ‘남자들은 사소한 것을 너무 신경 안 써 답답하다’고 털어놓으면 여자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반대로 남자가 ‘여자들은 왜 항상 데이트 때 늦는지 모르겠다’ 말하면 남자 관객들이 “맞다”고 맞장구친다.

▲연극 ‘그 남자 그 여자’는 풋풋한 20대 대학생 커플과 30대 사내 커플의 달달하고도 시린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 여우별컴퍼니

극에는 총 남녀 배우 5명이 등장한다. 까만 뿔테 안경을 쓰고 촌스러운 배바지를 입는 평범한 샐러리맨 영훈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선애를 짝사랑한다. 영훈의 동생 영민은 같은 대학의 여학생 지원에게 첫눈에 반해 매일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이들 사이에 점차 설레는 사랑이 꽃피기 시작한다. 처음엔 달달할 것만 같던 사랑이었지만, 사소한 오해로 싸우면서 갈등을 겪는 등 시련의 그림자도 드리워진다.

배우 박휘남(31)과 김태린(25)은 30대 사내커플 영훈과 선애를 연기한다. 애초엔 두 배우 모두 다른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 박휘남은 극의 감초 역할을 하는 멀티, 김태린은 내숭 없고 발랄한 여대생 지원 역을 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역할을 연기 중이다. 영훈은 사랑 앞에서 한없이 부끄럽고 자신 없어하는 숙맥, 선애는 그런 영훈을 휘어잡으면서도 앞에서는 내숭을 떠는 고단수 여자다. “연애 스타일도, 성격도 본래의 나와 달라 처음에 힘들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돌직구.
지금은 극 중 남녀 역할에 우리가 딱”

“전 솔직히 영훈이 답답해 보일 때가 있었어요. 전 호감 가는 이성이 생기면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타입인데, 영훈은 자꾸 참고 기다리니 속이 터지더라고요(웃음). 순수한 면을 보여줘야 하는데, 연습 때 ‘너무 능수능란하다’ ‘바람둥이 같다’고 지적받아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차태현 선배 출연 영화를 많이 봤어요. 웃을 땐 한없이 순수해 보이고, 장난을 쳐도 친근해 보이는 모습을 닮으려 노력했죠. 영화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 선배 연기도 많이 모니터 했어요.” (박휘남)

김태린은 “극 중 선애가 내숭 100단에 여성스러운 역할인데, 내 실제 성격과 연애 스타일은 그렇지 않아 어려웠다. 하지만 사람이 감정과 사랑을 나누는 건 연령대와 상관없이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역할에 미련은 없냐’고 묻자 이들은 “우리는 영훈과 선애가 딱”이라며 웃었다.

무대 위에서는 배역에 대한 이런 고민이 언제 있었냐는 듯 환상의 커플로 변신한다. 현실의 6살 나이 차이가 무색할 만큼 자연스러운 커플 케미가 달달하다. 전작 ‘사춘기 메들리’부터 이어온 호흡 덕분이다. 박휘남은 2010년 연극 ‘살아보고 결혼하자’로 데뷔해 ‘러브 FM’ ‘코믹쇼 로미오와 줄리엣’ ‘해피앤파파’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반면 김태린은 2014년 연극 ‘사춘기 메들리’가 첫 작품이었다. 그녀는 “나이와 경력에 차이가 나 처음엔 친해지기 어려웠다”며 “혹시 나를 싫어하나 생각도 했었다”고 웃었다.

“처음엔 굉장히 어려웠어요. ‘사춘기 메들리’가 첫 작품이라 저 하나도 버거운 상황에서 많은 조언을 듣기엔 제 그릇이 너무 작았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휘남 선배가 제게 가르쳐주고 싶은 게 많다는 걸 느꼈어요. 현재도 항상 공연 시작 전에 선배가 ‘오늘 더 많이 예뻐해줄게’ ‘사랑해줄게’ 하며 파이팅을 넣어줘요.”

‘사춘기 메들리’에 이어 ‘그 남자 그 여자’까지 인연이 닿을 줄은 서로 예측하지 못했다. 배우로서의 삶도 그랬다. 박휘남은 애초에 배우를 꿈꾼 것도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때 문제아였다고 고백한 박휘남은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배우 박준면의 연기를 보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전북 군산이 고향이다. 고등학생 때 수도권으로 무조건 가고 싶다는 생각에 당시 실기 시험을 많이 본 연극영화과 진학을 생각했다. 박준면 선배의 연기를 보고 감동해 정말 제대로 연기해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는 말했다. 비보이였던 박휘남이 배우 꿈을 꾸기 시작한 시점이다. 

▲박휘남(왼쪽)과 김태린은 연극 ‘그 남자 그 여자’에서 30대 사내 커플을 연기한다. 박휘남은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 한없이 쑥스러워하는 영훈 역을, 김태린은 그런 영훈을 마음에 품고 있는 선애 역을 맡았다. 사진 = 여우별컴퍼니

김태린에게 배우 꿈을 꾸게 한 작품은 뮤지컬 ‘맘마미아’다. 고교생 때 공연장을 찾았는데, 밝고 즐거운 에너지로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후 배우 장영남의 연극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김태린은 “무대 위에선 폭발적인 에너지를 드러내다가 공연이 끝나고 내려와서는 본래의 수줍은 모습으로 돌아온 장 선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나도 저렇게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현실적 이야기가 ‘그 남자 그 여자’ 8년 원동력
“앞으로 계속 도전하고픈 작품”

이들의 꿈은 아직 현재진행중이다. 그래도 조금씩은 꿈에 다가서고 있다. 김태린은 공연을 본 지인에게 “생각보다 잘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기뻐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제 이전 작품과 비교해 기대치를 넘어섰다는 반응이 정말 기뻤어요. 그래서 항상 무대에 오를 때 그 기대치를 넘기 위해 계속 최선을 다해요.”

박휘남은 연극 ‘그 남자 그 여자’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가 꿈의 실현이자 도전이다. “군대 제대하고 20대 초반에 이 공연을 봤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연기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바라본 이 공연은 반짝반짝 빛이 났죠. ‘나도 언젠가는 저 무대에 설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 제가 바로 그 무대에 서 있어요. 신기하죠. 힘들기도 했어요. 주로 유쾌한 멀티 역을 맡아온 제게 생소한 캐릭터였거든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휘남이 공연을 봤을 당시엔 ‘그 남자 그 여자’가 대표적인 로맨틱 코미디 연극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대학로엔 사랑을 이야기하는 공연이 넘쳐난다. 비슷비슷한 사랑 이야기 속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금세 관객에게 외면받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 남자 그 여자’에는 뭐가 있을까?

“저는 ‘그 남자 그 여자’가 작위적이거나 과장되지 않아 현실적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공연장에서 관객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웃고 즐겁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사내 연애의 어려움과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30대 커플, 남자의 군 입대를 앞두고 갈등을 겪는 20대 커플 같은 현실적 소재로 자신의 이야기 같은 느낌을 주죠. 그 현실적인 공감대가 ‘그 남자 그 여자’를 오래 이끌어온 원동력 같아요.” (김태린)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을 묻자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박휘남은 “순수한 영훈 캐릭터가 정말 나를 힘들게 했는데, 오히려 이걸 계기로 앞으로는 순수한 역할에 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기는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이해했을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런 연기가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김태린은 “‘내 머릿속의 지우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슬픈 감성을 이끌어가는 역할도 해보고 싶고,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여주인공 역할도 해보고 싶다”며 “지금 당장은 자신이 없지만 좀 더 연기 경력이 쌓인 다음에 도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보였다.

도전하고픈 연기의 색은 달랐지만 현재 출연하는 ‘그 남자 그 여자’에 공통의 답이 있다.

“연극 ‘그 남자 그 여자’는 연기 인생에서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이후 기회가 되면 꼭 또 다시 도전하고픈 작품이기도 해요. 시간이 흐르고 더 많은 연기 경험을 쌓고, 사랑도 많이 하면 지금과는 또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 오늘도 영훈과 선애를 열심히 연기하겠습니다(웃음).”

인터뷰를 마친 이들은 박휘남과 김태린이 아닌 연극 ‘그 남자 그 여자’의 영훈과 선애가 되기 위해 공연장으로 떠났다. 이들이 보여주는 달달한 사랑 이야기 덕에 찬바람에 시린 젊은 옆구리들이 조금은 따뜻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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