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㉙ 서부서 SPO 문승민 경사] 청소년 문신 제거 돕는 학교경찰관
▲서부서 학교전담경찰관 문승민 경사. 사진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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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경찰서가 운영하는 ‘사랑의 지우개’란 프로그램이 있다. 각 경찰서의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무료 문신제거 시술을 지원한다. 한때 충동적으로 몸에 문신을 새긴 청소년들이 문신 때문에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는 걸 방지하자는 취지다.
서부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문승민 경사(43)는 평소 청소년들이 문신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한순간 오판으로 문신을 새겼다가 이를 지우지도 못하고 평생 몸에 새기고 살아야 하는 상황을 많이 봤다. 특히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 중에 문신을 새기는 경우가 많아 더 안타깝다”고 했다.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청소년들의 문신을 지우기 위해 그가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이유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이 모 군(18)은 중학교 3학년 때 선배들의 강압으로 왼팔에 문신을 새겼다. 한쪽에만 새겨 보기가 좋지 않다며 오른팔에도 문신을 추가로 새겼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 군은 문신을 많이 후회하게 됐다.
집안사정이 좋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자리를 구하려 해도 문신 때문에 퇴짜 맞기 일쑤였다. 어쩌다 아르바이트를 구해도 더운 여름에는 양팔 문신을 가리기 위해 팔 토시를 해야 했다.
이 군은 문신을 지우고자 아르바이트로 벌고 어머니가 준 돈까지 합쳐 1200만 원을 들고 성형외과를 찾았지만, 시술비가 3000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 힘없이 발길을 돌렸다.
문 경사는 현장에서 이 군 같은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는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문신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학교 내 폭력서클에 가입하면 선배들이 새긴 문신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에 별 망설임 없이 문신을 새기는 게 보통이다. 이런 학생들 중에는 결국 학교 중퇴를 하는 경우도 많다.
문 경사는 경찰서와 협력하는 지역 피부과 병원에서 학생들이 문신제거 시술을 무료로 받도록 노력하고 있다. “경찰서와 연계된 피부과 원장들은 학생들이 실수로 저지른 잘못에 대해 어른들이 만회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하며, 사랑의 지우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고 그는 전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문신을 지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거니와, 지역의 다른 피부과 병원들의 눈치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취지에서 일부 병원들이 협조해 주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병원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진행하다보면 어려운 일들이 없지 않다. 내 입장에서 조금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도록 하고 싶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중간에서 잘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 경사의 역할은 학생과 병원을 연결만 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모님들도 직접 만나야 한다. 부모가 동의해야 시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잘 협조해주고, 너무 고마워하신다.
“문신이 있는 학생들을 만나 예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먼저 받는다. 그리고 부모님을 만나 시술 동의를 받는다. 사랑의 지우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과 부모님들 모두 너무 좋아하셔서 나 역시 보람을 많이 느낀다.”
▲무료 문신제거 시술을 받기 위해 학생과 병원을 찾은 문 경사. 사진 = 서울서부경찰서
문 경사는 “얼마 전 문신제거 시술을 받은 학생이 ‘아직 몇 번 더 병원을 방문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올 때마다 너무 아프긴 하지만, 치기어린 행동으로 내 몸에 새겼던 잘못의 흔적이 조금씩 씻겨 나가는 것 같아 홀가분한 기분’이라고 말했다”며 “나도 무척 기분이 좋다”고 했다.
“실수 만회할 기회를 어른들이 줘야”
각 지역 경찰서마다 청소년문화발전위원회가 있다. 이 위원회에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가정형편의 힘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하고, 학생들과 함께 우범지역 순찰을 돌기도 한다.
“서부서 청소년위원회에 20여 분 정도가 참여하고 계신다. 학교 선생님도 있고, 자영업자나 회사원도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그중에 피부과 원장님이 계시다. 위원회 활동을 함께 하면서 원장님께 학생들이 문신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말했더니, 흔쾌히 도와주고 싶다고 하셨다.”
문 경사는 현재 중학생과 고등학생 15명에게 문신제거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 중에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그는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학교 안에서의 업무 이외에 학교 밖 청소년들에까지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병원에 연결시켜주는 것뿐”이라고 겸손해한다.
“제거 시술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2개월마다 1시간씩, 최소 5차례 이상 레이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비용이 수백만, 수천만 원까지 나오는 것이 이렇게 치료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료 시술 봉사를 해주는 의사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