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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람들 ㉙ 중부서 을지로3가 파출소 최종명 경위] ‘두 바퀴 순찰차’ 타고 주민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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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5호 안창현 기자⁄ 2015.11.05 09:08:09

▲최종명 경위(오른쪽)가 두 바퀴 순찰차를 타고 순찰 중이다. 사진 = 서울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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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을지로3가 파출소 관내에는 인현동 인쇄소, 입정동 공구상가 등 밀집지역의 좁은 골목길이 많다. 여기에 오토바이나 지게차가 차도와 보도 구분 없이 여기저기 놓이면서 거리는 항상 혼잡했다. 지역 파출소 입장에서 순찰차를 운행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두 바퀴 순찰차’(자전거)다. 작년 초 이곳 근무를 시작한 최종명 경위(57)는 “파출소 관내를 매일 두 바퀴 순찰차로 순찰하고 있다. 이렇게 순찰하면 아무래도 지역 주민들을 더 가까이서 접할 수 있어 좋다. 주민들도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을지로3가에 상가도 많고 인쇄 골목길이 좁다. 순찰차를 타고 순찰을 도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작년 7월 파출소장님이 새로 부임하셨는데, 이런 지역적 특색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두 바퀴 순찰차’는 이렇게 나왔다. 을지로3가 파출소는 현재 두 바퀴 순찰차 1호와 2호를 이용해 관내를 순찰한다. 두 바퀴로 순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들과 인사하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늘었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을지로3가 파출소가 인쇄 골목 등이 밀집한 지역에 맞게 자전거를 이용해 순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파출소장을 포함해 파출소 소속 27명 모두에게 서울청장 표창을 수여했다.

최 경위는 “청장이 일선 파출소 소속 전원에게 표창을 수여한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들었다. 예전에는 경찰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일이 그리 낯설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전거를 탄 경찰을 재밌게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며 “무엇보다 주민과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어 좋았다. 가까이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안부를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두 바퀴 순찰을 통해 ‘이순신 할머니’로 통하는 이종임 할머니와도 귀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이종임 할머니는 인현동의 옛 명보극장 자리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 생가 터의 기념 표석을 30년 넘게 매일 닦아와 유명해졌다.

할머니는 근처에서 가판 장사를 하면서 매일 아침 7시에 충무공 기념 표석 주변을 쓸고 닦는 일을, 1985년 표석이 선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해오고 있다. 최 경위는 두 바퀴 순찰을 하며 할머니를 알게 됐다.

▲을지로3가 파출소와 지역 학교 학생들이 함께 한 교통질서 캠페인 활동. 사진 = 서울중부경찰서

“참 대단하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표석 닦는 일을 거르지 않으신다. 표석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근처에 오토바이를 세우는 행인들이 있으면 가서 막 뭐라 하신다. 순찰을 돌면 할머니께서 꼭 박카스 한 병을 주시며 살갑게 대해 주신다”며 최 경위도 좋아했다.

을지로3가에서는 순찰차를 타면 오히려 한참 돌아가야 할 때가 많다. 인현동 인쇄 골목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까 말까 한 넓이다. 더구나 폭 3m쯤 되는 길에 배송을 기다리는 인쇄물이 하나 가득 늘어서 있기도 하다.

최 경위는 이런 골목길을 두 바퀴 순찰차를 타고 오토바이와 지게차를 피하면서 유유히 돌아다닌다.

“자전거가 차보다 더 빨라”

“인현시장 골목은 폭이 1m 남짓이다. 또 충무로4가 진양상가 아래는 일방통행로다. 거기에도 오토바이와 지게차들이 즐비하긴 마찬가지”라며 최 경위는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더 빠르다고 자랑했다.

한 번은 관내 청소년 수련관 앞에서 집단 폭행이 일어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청소년 수련관은 파출소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다. 순찰차가 출동했고, 곧이어 신고를 접한 최 경위도 두 바퀴 순찰차로 현장에 출동했다. 그런데 최 경위가 순찰차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타고 현장으로 정신없이 달렸다. 도착해 보니 외국인도 포함된 패싸움이었는데, 한 명이 칼 들고 위협하는 등 상황이 급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바퀴 순찰차가 위력을 발휘했다. 순찰차보다 기동성이 더 좋다.”

이런 신고가 없어도 두 바퀴 순찰차를 타고 순찰하면, 범죄 취약 지역을 더 샅샅이 알게 돼 관내 치안 유지에 도움이 많이 된다. 천천히, 구석구석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경위는 “두 바퀴 순찰차를 타다 보니 더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 여름이나 번잡한 거리에선 자전거 타기가 힘들지만, 범죄 예방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력 30년의 최 경위는 이제 정년까지 3년 남짓 남았다. 30년 경찰 생활 동안 대부분을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보낸 그는 말년을 이렇게 주민과 밀착해 지낼 수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웃의 냄새가 물씬  밴 경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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