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의 명코스 순례] 나인브릿지에서 만난 오감자극 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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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 세계적인 명코스에서 라운드 한다는 것은 골퍼로서 꿈이자 선망의 대상이다. 제주도 ‘나인브릿지(Nine Bridges)’는 2015년 9월 미국 ‘U.S. Golf Magazine’이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 중 43위를 기록한 글로벌 명품 골프장이다. 깊어가는 가을, 세계적인 명코스에서 골프를 즐기려고 회원을 동반하고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니 가슴이 뛴다.
이 골프장은 2005년부터 연이어 100대 골프장에 선정됐고 올해도 아시아에서는 일본 고베 히로노 골프장(42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한국 10대 코스 6년 연속 1위(서울경제신문 선정)를 차지해 타 골프장의 추월을 불허하는 명문 골프장이다.
2001년 한라산 자락 32만평 드넓은 분지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설계가 데이비드 데일에 의해 만들어진 나인브릿지(18홀, 파72)는 자연 풍광을 최대한 활용한 자연 친화적 골프장이다. 한마디로 스코틀랜드 고원 골프장의 느낌을 그대로 제주에 옮겼다.
나인브릿지는 골프장의 이름이다. 다리가 9개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8개다. 마지막 1개 다리는 고객과 연결되는 다리다. 코스는 스코틀랜드 풍의 하이랜드(highland) 9홀과 도전적인 크릭(creek) 9홀로 구성돼 있다. 각각 차별화된 레이아웃을 갖고 있다. 라운드를 하면서 바라다본 코스는 오색단풍과 흰 억새가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다.
▲나인브릿지 코스에서 만난 고라니 가족. 사진 = 김의나
하이랜드 7번 파 4홀 좌측 도그레그 홀에서 샷을 하고 그린을 향해 걸어가는 도중 노르스름 갈색의 고라니 두 마리가 나타났다. 보는 순간 노천명의 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구절이 떠오른다. 아마도 초겨울 먹을 것을 찾으러 나온 것 같은 고라니는 그저 멍하니 골퍼들을 응시하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삶의 고단한 무게가 느껴지는 무표정한 고라니의 얼굴에서 자아를 발견한다.
코발트색 하늘에는 매가 선회하고, 우거진 숲속 바위 사이에서는 발정한 까투리의 굉음이 퍼팅을 앞두고 집중하는 골퍼를 움찔하게 만든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어울리는 나인브릿지 골프장은 신이 만들어 놓은 친교의 공동 광장이다.
초겨울 하늘에 멀리 달아난 별들을 바라보며 골프와 맛깔스런 해물 음식으로 재충전을 하고 돌아왔다.
(정리 = 박현준 기자)
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