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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간을 거슬러라! 타임슬립 콘텐츠 인기

뮤지컬 ‘명동 로망스’ 영화 ‘더 폰’ 웹툰 ‘죽어도 좋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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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6호 김금영 기자⁄ 2015.11.12 08:48:34

▲뮤지컬 ‘명동로망스’는 2015년을 살아가는 청년 선호가 1950년대 명동으로 타임 슬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과거로의 타임 슬립을 통해 현재의 중요성을 돌아본다. 사진 = 프로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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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최근 영화 ‘백 투 더 퓨처’가 화제가 됐다. 1985년 첫 개봉 뒤 3편까지 제작된 이 영화는 2015년 10월 21일을 머나먼 미래로 그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올해 영화 속 미래의 날짜가 실제 현실이 됐고, 이를 기념해 현재 극장에서 1편과 2편을 합친 버전을 전 세계에서 상영 중이다. ‘백 투 더 퓨처’에서 기발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 것은 타임 슬립(time slip, ‘시간이 미끄러진다’는 의미로 시간여행을 뜻함)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괴짜 발명가 에메트 브라운 박사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오갔다. 타임 슬립은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꾸준히 사랑 받는 콘텐츠로, 그 성격도 다양하다. 최근 주목 받는 타임 슬립 콘텐츠를 살펴본다.


PART 1. 50년대로 가 이중섭 만나
뮤지컬 ‘명동 로망스’

뮤지컬 ‘명동 로망스’는 과거로 타임 슬립한다. 2015년 9급 공무원으로 일하는 청년 선호가 명동 개발에 방해되는 오래된 다방 철거를 위해 건물주를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선호는 이 공간에서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1956년 명동 예술가들의 아지트인 로망스 다방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작품은 타임 슬립이라는 상황에 대중이 익히 알고 있는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접목시킨 게 특징이다. 화가 이중섭(1916~1956), 시인 박인환(1926~1956), 작가 전혜린(1934~1965) 등이 등장한다.

극은 다양한 방법으로 2015년과 다른 1956년의 모습을 표현한다. 영상으로는 1956년 명동의 거리를 재현하고, 언어적으로는 2015년에서 온 선호와 1956년을 사는 예술가들의 말 속도에 차이를 뒀다. 2015년 현재를 살아가는 선호의 어투가 더 다급한 느낌이다.

작은 무대 위엔 2015년과 1956년의 명동이 공존한다. 선호가 일하는 동사무소, 명동 예술가들이 모이는 로망스 다방, 경찰서와 이중섭의 화실 등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한국 최초의 패션쇼를 열었던 디자이너 노라노(노명자)가 깜짝 등장하고, 50년대의 촌스러운 의상들도 나와 눈길을 끈다. 김민정 연출은 “1950년대로 날아간 선호가 직면한 상황과 1950년대의 예술가들이 미래의 선호를 바라보는 상반된 상황은 문화적 충돌과 더불어 긴장과 웃음, 설렘으로 가득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과거로의 타임 슬립은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극이 중요하게 여기며 강조하는 건 바로 현재다. 김 연출은 “극 중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예술가 전혜린과 이중섭의 모습을 보며 선호는 현재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며 “작품을 통해 생의 순간순간이 우리가 움켜쥐어야 하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 또한 극을 보며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공연 관계자는 “타임 슬립 콘텐츠는 대표적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장치 중 하나”라며 “사람들은 과거에 대한 미련, 현재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항상 갖고 살아간다. 현실적으로는 결코 되돌리거나 미리 알 수 없는 시간들과의 만남을 타임 슬립은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대리 만족과 동시에 위안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미래의 상황을 그렸을 땐 아직 펼쳐지지 않은 세계이기에 상상의 제약이 없고, 과거의 시간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이야기로 풀기에 매력적인 장치임에 분명하다”고 말했다. 공연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2016년 1월 3일까지.


PART 2. 물건을 통한 조건부 타임슬립
영화 ‘더 폰’

영화 ‘더 폰’엔 조건부 타임 슬립이 등장한다. 시간을 넘나들기 위해선 핸드폰이 반드시 필요하다.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 과거와 미래가 연결된다. 그런데 이 핸드폰으로 과거에서 미래로는 전화를 걸 수 있지만, 반대의 상황은 불가능하다. 1년 전 살해당한 아내에게 전화를 받은 한 남자가, 과거를 되돌려 그녀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단 하루의 사투를 그린다.

영화는 2015년과 2014년 그 1년이라는 간극의 시간을 휴대폰으로 엮는다. 변호사 고동호(손현주 분)의 아내이자 산부인과 전문의인 조연수(엄지원 분)는 2014년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온 자택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에게 살해당한다. 그리고 동호는 사건 당일 아내의 전화를 받지 않고 술을 마신 자신을 스스로 탓하며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영화 ‘더 폰’은 핸드폰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 사이의 타임 슬립이 진행된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사진 = NEW

그로부터 1년 뒤 동호에게 전화가 온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바로 1년 전 죽은 아내. 처음에 동호는 누군가의 장난으로 여기고 화를 내지만, 대화를 할수록 2014년을 살아가는 아내와 통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2015년의 남편과 대화하는 연수 또한 핸드폰을 이용한 타임 슬립으로 자신에게 닥쳐오는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리고 자신을 살해한 범인이 누구였는지 단서를 남편에게 전달하려 사투를 펼친다.

타임 슬립을 통해 현재의 운명이 달라지는 게 이 영화의 특징이다. 2015년의 동호가 2014년의 연수에게 집에서 당장 나와서 도망가라 하자, 2015년에선 아내의 죽음이라는 사건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지워진다. 하지만 다시 2014년의 아내가 위험에 처하면 다시 2015년에도 아내의 죽음에 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여기에 연수를 잔인하게 살해한 의문의 남자 재현(배성우 분)이 핸드폰으로 인한 타임 슬립을 알게 되면서 2014년에선 연수를, 2015년에선 동호를 쫓으며 부부를 위기에 몰아넣기 시작한다. 

김봉주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전화를 매개로 한 비슷한 영화들은 많다. 다만 ‘더 폰’은 현재와 과거 각자 다른 포지션에 놓인 인물들을 전화기로 연결시키는 설정”이라며 “같은 시공간에 있지 않은 두 인물이 연결되는 재미를 만들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설정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지만 요즘 핸드폰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까 가장 익숙한 물건에 시간이라는 소재까지 총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PART 3. 원할 때 vs 불가항력 타임슬립
‘퐁당퐁당 러브’ vs 웹툰 ‘죽어도 좋아’

타임 슬립을 위해 핸드폰을 챙기고, 충전하고, 과거로부터의 전화를 기다리기는 힘들다. 원할 때 타임 슬립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소망이 영화 ‘어바웃 타임’(2013)에 등장했다. 극 중 모태 솔로 팀은 장롱 안에 들어가 돌아가고 싶은 시간을 강하게 생각하면 바로 그 시간으로 가는 능력이 있었다. 이 능력을 활용해 모태 솔로에서도 탈출했다. 이보다는 제약이 더 있지만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장소와 시간으로 타임 슬립하는 이야기가 단막극 ‘퐁당퐁당 러브’에 펼쳐질 예정이다. 

▲골드키위새가 연재 중인 웹툰 ‘죽어도 좋아’는 상사의 죽음으로 인한 타임 슬립을 막기 위해 여주인공이 벌이는 고군분투 스토리를 펼친다. 사진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최근 MBC는 단막극 ‘퐁당퐁당 러브’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가 오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장단비가 조선 시대에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장단비는 수능 시험 당일, 시험에 대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놀이터로 도망간다. 그곳에서 한 물웅덩이에 들어가게 되고, 그 길로 조선시대에 떨어진다. 여기서 승부사 기질을 가진 젊은 왕 이도를 만난다. 이도는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올랐지만 왕권이 약해 수구 외척 세력에 대항할 집현전 신진 세력을 확장하는 인물이다. 2부작 단막 특집극으로 웹에서 일부 선공개 될 예정이다.

▲‘퐁당퐁당 러브’는 비 오는 날 원하는 곳으로의 타임 슬립이 가능한 고등학생과 조선 왕 사이의 만남을 다룬다. 사진 = MBC

이와는 반대로 최악의 타임 슬립도 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불가항력적인 타임 슬립이다. 골드키위새 작가가 다음 웹툰에 연재 중인 ‘죽어도 좋아’ 스토리다. 극 중 타임슬립은 죽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것도 나의 죽음이 아닌,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상사의 죽음으로!

만화의 여주인공 이루다는 회사 생활이 고통스럽다. 눈치도, 능력도 없고, 내뱉는 말마다 살인 충동이나 불러일으키는 상사 백 과장은 번지르르한 얼굴만이 장점이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정말로 백 과장이 차에 치이고, 그 순간 모든 시간이 바로 오늘의 시작점으로 돌아온다.

타임 슬립 원인을 살펴보니, 백 과장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을 막지 못하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내일이 오지 않은 채 계속 오늘이 반복된다. 이에 백 과장의 죽음을 막으려 하지만 워낙 밉상에 진상이라 원한 품은 사람들이 많아 쉽지 않다. 결국 자신의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백 과장 개과천선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과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죽어도 좋아’는 소재의 참신성을 인정받아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하는 2015 ‘오늘의 우리 만화’ 5편 중 하나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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