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칼럼 - 중국에서 벤처창업 ④] 레드 or 블루오션, 구글로 확인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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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비즈니스는 ‘고객의 필요(customer unmet needs)’를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고객의 만족(customer value)’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끝난다. 업종 불문하고 가장 보편적인 이 원리를 배우기 위해 우리는 어렵게 MBA 스쿨에 1억 원의 수업료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창업의 기본 또한 그동안 충족되지 못한 고객의 니즈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혹자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우길 수 있지만, 실은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의 상상력도 고객의 감추어진 필요에서 시작되었다. ‘터치(touch)로 세상을 조정하고 싶었던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가 그것이다.
“고객의 신발을 신어 보세요”
영어에 ‘put oneself in a person’s shoes’(남의 입장이 되어보다)란 표현이 있다.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지 않고는 타인의 발 사이즈도, 타인의 불편함도 알 수가 없단 얘기다. 많은 스타트업들, 중견 기업들도 가장 쉽게 범하기 쉬운 실수가, 바로 고객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과 동일하게 예단한다는 점이다.
“나라면 이런 게 꼭 필요할거야. 정말 대박이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열광할 거야. 적어도 절반의 고객들은 내 제품을 필요로 할 거야”라는 착각 때문에, 혼자서 행복한 상상에 젖는다. 그래서 온 열정을 바치지만 참혹하리만큼 냉정한 시장의 반응을 보았을 때는 이미 많은 돈이 투자된 이후다.
철저한 시장조사가 해답
스타트업들이 처음에 아이디어를 사업화 하면서 가장 처음으로 진행하는 것이 소위 ‘시장조사’ 내지는 ‘고객 조사’다. 자신의 타깃 고객이 있는 곳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을 통한 설문조사, 소수 고객을 초대해서 집중적으로 질의를 하는 포커스그룹 조사를 수행한다. 그런데 여기서 함정은, 설문 내용이 이미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잔뜩 써 놓았다는 거다. ‘이런 제품이 나오면 써 보겠는가? 평소에 이런 점이 불편한 적은 없었는가? 그런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이 나온다면 얼마까지 지불하겠는가?’ 설문에 응하는 사람은 바쁘기도 하고 상대가 이걸 무지하게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가급적이면 긍정적인 답변을 해 주기도 한다.
사실 가장 확실한 시장 조사는 ‘관찰(observation)’ 이다. 타깃 고객이 모여 있는 장소를 가서 아무 말 없이 하루 종일 쳐다보고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대략적인 고객의 패턴을 알 수가 있다. 혹은, 설문을 할 경우에 가장 객관적인(objective) 단어를 써서 중립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벤처라면, 한국에서 상상했던 예단(편견)을 버리고, 최대한 많은 중국인 고객들을 만나야 한다.
내 경쟁자부터 알기
또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것은, 내가 추구하는 제품이나 유사 서비스가 이미 있다는 사실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했듯이,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지구상 그 어딘가의 누군가가 먼저 시작했을 가능성이 99% 정도 된다. “유레카(Eureka)”를 외치며 세상에 없던 것을 발견했다는 기쁨도 잠시, 검색을 해보면 줄줄이 많이도 달려 있다. 혹시 많지 않다면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시도했으나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거의 포기한 아이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는데, 대부분의 검색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쿼리(query)’ 분석이다. 즉, 특정 키워드를 입력했던 유저들의 수와 빈도를 검색 사이트에서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가 그것이다. 중국에서는 구글이 막혔으니 바이두 검색을 분석해야 한다(Baidu index 등). 그러면, 특정 키워드의 빈도가 나오는데, 빈도가 많은데 검색 결과가 많지 않은 것이 블루오션(blue ocean: 경쟁이 덜 치열한 영역)이고, 빈도가 많지만 검색 결과도 많다면 레드오션(red ocean: 경쟁이 이미 치열한 영역)이다. 빈도도 낮고 검색 결과도 적다면, 기뻐할 일이 아니라, 고객들을 공부시키고 설득해야 하는 엄청난 숙제가 남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중국의 대표적 벤처 기업 중 하나인 알리바바의 타이완 진출 기념행사 장면. 사진 = 위키미디어
어쨌든, 검색 쿼리를 통해 대표적인 경쟁자를 파악했다면, 그들이 하고 있는 현재의 서비스 또는 현재의 제품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많은 경우, 벤처이든 대기업이든, 이 과정을 대충하다 보니, 자신의 제품에 심취해 “우리는 무조건 달라”라는 믿음 또는 신화에 빠져버린다. 누군가 비판적인 얘기를 하면, 심지어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나오게 된다.
취업도 마찬가지
필자는 내년 1월 대학생들을 위한 중국내 창업 아카데미를 시작할 예정이다. 특정 대학들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것이지만,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그간 하고 싶었던 일이다. 그런데, 창업 아카데미는 취업 아카데미와 공통 과목이 많다. 그래서 취업 아카데미를 병행하고, 뜻을 같이 하는 기업 대표들께 인턴 파견 근무를 보내게 된다. ‘임금 피크제’(급여를 줄이고 고용을 늘리는 사회적 합의) 등 파이 나누기 운동이 국내에서도 펼쳐지고 있지만, 가장 큰 글로벌 시장으로 대학생들이 나와야만 기회가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취업에 있어서도 취준생은 철저하게 ‘기업의 입장’에 서야 한다. 기업의 신발을 신어야만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이 타깃 고객을 철저하게 연구하듯이, 취업 준비생은 자신의 타깃 기업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업의 ‘인재상’ 정도를 파악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이 그 기업의 오너가 되어 기업을 운영해보는 상상이 필요하다.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기업의 주요 매출원인, 부채원인을 파악해야 하고(이는 회계 전공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다), 최근 기사를 샅샅이 뒤져서 최근 1년간 이 기업에 일어났던 일들을 먼저 알아야 한다. 때로는 기업의 수장 또는 책임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통해 기업의 비전을 알 수 있다. 혹은 현재 기업이 당면한 어려움이나 숙제를 알 수도 있다.
신입에게 뭘 그리 기대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는 지원자의 열정과 준비를 이렇게 철저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스펙이 너무 좋은 인재들이 많기 때문이다. 레드오션에서는 늘 차별화가 필요하다. 신입이 준비한 자료는 당연히 깊이가 없겠지만, 기업은 그 사람의 노력과 열정에 반해 채용하게 된다.
고객을, 기업을 감동시키기
감동이 없는 영화는 밋밋하고, 임팩트가 없는 광고는 지루하다. 나의 인생 스토리를 창업을 통해 혹은 취업을 통해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감동’이 있어야 한다. 감동은, 열정과 노력에서도 나오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공감’이다. 즉, 고객의 마음을 읽고, 기업의 마음을 읽었을 때, 그러한 공감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공감을 넘어서는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 창업자는, 그 취업준비생은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는다. 까다로운 중국 시장에서도 결국 비즈니스의 기본은 동일하다. 고객의 관점으로 돌아가자.
(정리 = 최영태 기자)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