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정치, 사회 현실 등에 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알 권리가 있다. 그런데 알고 싶지 않은, 모를 권리를 다수가 호소하는 사안이 있다. 가수 장윤정 직계혈통의 진흙탕 싸움이다.
5일 장윤정 모친 육흥복 씨는 각종 언론사에 메일을 돌렸다. 딸 장윤정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2차 메일에선 돌연 입장을 바꿨다. 지난 3년 동안 딸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단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고, 경호원에게 쫓겨나기까지 했다는 다소 공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다 다시 또 입장을 바꿨다. 장윤정이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소식에 자신도 몸과 마음이 아프다며 1차 메일 때와 같이 자신이 다 잘못했다며, 본인을 ‘딸 등골 빼먹은 엄마’라 칭하기까지 했다. 이게 끝일까 싶었는데, 가장 최근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장윤정이 외제차를 타기 위해 급하게 면허를 딴 뒤 사고를 냈는데, 그 죄를 남동생에게 뒤집어 씌웠다”고 주장했다.
한 가지 말도 계속 들으면 어지러운데, 하루하루가 다르게 180도로 돌변하는 입장은 머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도대체 이게 한 사람의 입장인지, 여러 사람의 입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계속 되는 입장 번복에 “어제 한 말은 거짓말이고 이게 진짜지롱” 우롱 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육 씨는 “딸 장윤정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겠다”는 주장 아래 계속 자신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처음엔 정말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점 도가 지나친, 단순한 깎아내리기 식 폭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딸과 화해하고 싶은 건지, 더 크게 싸움을 하고 싶은 건지 이젠 의도도 잘 모르겠다.
앞서 언급된, 음주운전 관련 부분에서 육 씨는 “딸 장윤정이 차도 없고, 보석도 관심이 없다 했는데 실상은 사치스럽다”고 폭로했다. 그런데 이때 대중은 의문을 품게 된다. 도대체 왜 우리가 장윤정이 무슨 차를 타는 것까지 알아야 하는가? 과거 육 씨가 장윤정과 외숙모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을 때도 비슷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폭로하면 끝이 없다.
언론을 신문고로 이용하는 육 씨의 행보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장윤정 소속사 측은 결국 “허위 사실 유포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많은 관심을 보이며 양측의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던 대중도 이젠 “피곤하다”며 “제발 가족사는 가족끼리 알아서 처리하라”는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알고 싶지 않다” “모를 권리를 좀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했다. 하지만 극과 극의 입장 사이 도통 진심을 모르겠는, 폭로성 말 여러 마디에 대중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한 개인만의 신문고도, 일기장도 아니다. 육 씨는 대중의 알 권리를 적극 주장하고 있는데, 이젠 모를 권리도 존중해줘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