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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좋았던 그때’로 시간여행 뮤지컬 3선

‘젊음의 행진’ ‘위대한 캣츠비’ ‘총각네 야채가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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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8호 김금영 기자⁄ 2015.11.26 08:52:51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80~90년대 인기를 끌었던 히트곡을 담아 중년층의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사진 = 랑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뮤지컬의 주요 관객층은 흔히 젊은 20대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요즘 공연장엔 젊은 함성뿐 아니라 나이 지긋한 “허허” 웃음소리도 만만치 않게 들린다. 이는 중년들의 푸르고 찬란했던 청춘(靑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공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PART 1. 내 청춘을 불사른 노래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이 시작되고 노래가 흐르자 주변 여기저기서 노래를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주위를 둘러보니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 치는 대부분 관객은 중년층이었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중년층에 특히 사랑받는 대표적 공연이다. 80~90년대 인기 쇼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을 PMC프러덕션이 창작 뮤지컬로 재해석했다.

1990년 만화책으로 출간되고, 같은 해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된 배금택의 인기 만화 ‘영심이’를 원작으로 한다. 어느덧 서른다섯 살이 된 주인공 영심이가 ‘젊음의 행진’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학창 시절 친구 왕경태를 만나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과거 추억을 회상하는 과정에서 80~90년대 학생들 사이 인기였던 콜라텍과 펌프, 소지품으로 짝을 정하던 미팅, 공중전화에서 상대방에게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수화기에 마이마이 카세트를 가까이 대고 트는 모습 등이 등장한다.

이런 90년대 감성이 중년층의 가슴을 촉촉이 적시지만, 이들을 열광적으로 이끄는 데는 노래의 힘이 단연 크다. 공연의 기본 콘셉트가 ‘젊음의 행진’ 중심의 쥬크박스 뮤지컬이기에 다양한 노래가 등장한다. 1981년부터 1994년까지 인기리에 방송된 ‘젊음의 행진’은 8090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전영록, 소방차, 박남정, 김민우, 강수지, 서태지 등이 주로 출연했다. 뮤지컬에는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신해철의 ‘그대에게’, 소방차의 ‘하얀 바람’ 등 80, 90년대의 30여 히트곡이 흐른다.

노래 비중이 큰 뮤지컬에서 정작 노래가 화려하지 못하면 관객의 호응, 특히 중년층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공연에서는 중년층이 가장 적극적인 관람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끈다. 공연 마지막 순간에 앙코르를 외치며 오빠부대 같은 열정을 보인 것도 이들이었다.

출연 배우 조형균은 “관객 참여 방식의 공연을 많이 해보지 않아 걱정했는데, 신기하게도 어르신이 가장 노래를 많이 따라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더라”며 “노래를 통해 옛 감성뿐 아니라 찬란했던 청춘, 살아오며 많이 잊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 감성을 더욱 따뜻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2016년 1월 10일까지.


PART 2. 내 청춘을 불태운 사랑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리부트’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가슴 뛰는 일이 점점 줄어들어 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리부트’는 4명의 청춘이 보여주는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통해 뜨거운 사랑을 이야기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뿐 아니라, 청춘이었을 그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본 뜨거운 사랑의 시간을 되살린다.

친구 하운두의 달동네 자취방에 얹혀사는 캣츠비는 어느 날 6년간 사귄 페르수로부터 난데없이 청첩장을 받는다. 페르수와의 예상치 못한 이별에 괴로워하던 캣츠비 앞에 어느 날 엉뚱하지만 맑고 순수한 선이 마술처럼 나타난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선에게 캣츠비는 사랑을 느끼지만,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는 페르수의 존재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선과의 사랑에 행복해하던 캣츠비 앞에 어느 날 갑자기 페르수가 나타나 엄청난 사실을 알리면서 20대 청춘들의 지독한 순정 이야기가 밝혀지기 시작한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리 리부트’는 그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뜨거운 사랑의 시간을 무대 위에 되살린다. 사진 = 문화아이콘

뮤지컬은 2004년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세상 웹툰으로 연재된 ‘위대한 캣츠비’가 원작이다. 올해는 특히 기존 ‘위대한 캣츠비’에서 ‘위대한 캣츠비 리부트’로 변신해 돌아왔다. 원작이 가지고 있던 골격, 설정만 차용해 새 이야기로 다시 시작하는 설정이다. 이 과정에서 사랑과 그에 이어지는 순정을 보여주는 데 더 집중했다.

변정주 연출가는 제작발표회에서 “10년 전 연재된 웹툰이 원작으로, 예전에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좋은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이 마음 아파 무대에 올리게 됐다. 특히 이번엔 진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든, 현재든 사랑은 별 차이가 없어 다양한 관객층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지독하고 치명적인 면 또한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원작자 강도하 작가는 “청춘에 사랑을 빼면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 또한 대학생 시절 정말 많은 연애를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랑의 여러 색이 보였고, 그 다양한 빛깔을 글과 그림으로 옮겼다”며 “누군가는 사랑이 뭐 그리 중요하냐며, 사랑을 안 하면 청춘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다고 하고 싶다. 사랑 그리고 청춘은 나이를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생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2016년 1월 31일까지.


PART 3. 내 청춘을 불태운 열정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젊음의 행진’이 청춘의 발랄한 노란빛, ‘위대한 캣츠비 리부트’가 사랑의 핑크빛을 띄었다면, ‘총각네 야채가게’는 파란 빛깔에 가깝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고 당차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청춘의 열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광고 회사를 그만둔 태성은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다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할 겸 여행을 떠난다. 그러다 우연히 오징어 트럭 행상을 만나,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일을 배워 채소 장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트럭 행상 5년 만에 쇼를 하는 별난 야채가게 ‘총각네 야채가게’ 매장을 내고, 여기에 고등학교 친구 민석, 호스트바에 다니던 지환, 버클리 유학파 윤민, 군대에서 제대하자마자 찾아온 철진이 함께 한다. 가게는 점점 번창해 2호점 개점을 앞둔 와중에 민석은 대기업의 유혹에 흔들리고, 지환 또한 할머니의 병원비 문제로 호스트바에 다시 나가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한 장면. 어떤 시행착오에도 최선을 다했던, 청춘의 꿈과 열정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사진 = 라이브(주)

새파란 청춘들의 이야기지만, 꼭 청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방황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통해 회사에서 명예퇴직 권고 또는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고, 그러다가 다시 사업이 흥하기도 또는 망해보기도 하는 청춘 시절의 다양한 시행착오를 이미 겪은 중년층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특징이 있다.

이 공연은 열정에 대한 향수를 건넨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꿈이 밥 먹여주냐”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고 다그치는 사회에서 청춘의 파란 빛깔은 점점 색을 잃어 회색 빛깔로 변하기 십상이다. 어깨는 움츠러들고, 걱정과 불안감, 책임감까지 커져 새 도전은 엄두도 못 내고,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일상이 점점 길어진다. 공연은 이런 중년의 마음에 “나 아직 안 죽었어”를 외쳐준다. 분명히 있었을, 잊힌 청춘의 초심과 열정 이야기를 전하며 위로를 건넨다. 공연은 한전아트센터에서 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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