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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바람과 함께 사라지지 않을래요”

초연과 대폭 달라진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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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9호 김금영 기자⁄ 2015.12.03 08:55:25

▲영화에서도 유명한 석양 키스신 장면이 무대 위에 연출됐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북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어떤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는 여인 스칼렛 오하라의 삶을 그린다. 사진 =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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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우리 공연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지 않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최근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미디어콜에 참석한 출연 배우 바다의 말이다. 바다의 말에 배우와 스태프, 기자들까지 모두 화기애애하게 웃었지만 씁쓸함도 은연중 살짝 묻어 있었다. 초연 때의 쓰라린 혹평을 기억한 것.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마거릿 미첼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어떤 고난에도 쓰러지지 않는 강인한 여인 스칼렛 오하라의 삶을 그린다. 비비안 리와 클라크 게이블 출연의 고전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오랜 세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 초 국내에서 아시아 초연 소식이 전해졌을 때 관심이 높았다. 배우 주진모, 소녀시대 서현 등 화려한 캐스팅과 50억 원에 가까운 대규모 제작비도 화제였다.

1860년대를 재현한 무대 장치와 영화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의상은 훌륭했다. 하지만 방대한 소설의 내용을 2시간 30분 공연에 압축시키다보니,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노래와 춤의 역할을 확실히 구분하는 프랑스 원작 뮤지컬의 특성이 국내 관객엔 다소 이질감을 줬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도 남긴 게 하나 있었다. 스칼렛을 연기한 바다의 재발견이었다. 아이돌 가수 출신으로서, 어느덧 뮤지컬 배우라는 말이 더 어울리게 성장한 그녀의 안정된 연기와 입증된 가창력이 마음껏 드러났다.

초연 때 프랑스 원작 뮤지컬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재연은 새 장면-노래 추가로 관객 이해 돕는 데 주력

그리고 다시 돌아온 재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칼을 갈며 준비한 듯했다. 초연 때 활약한 바다, 김법래, 정상윤 등 공연의 기초 토대를 닦은 배우들을 다시 영입했다. 여기에 ‘맘마미아’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을 선보인 한진섭 연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김성수 음악감독 등 새 크리에이티브 팀과 남경주, 김소현, 신성우, 김지우 등 새 배우를 영입해 신구(新舊)의 조화를 시도했다.

당차고 도도하면서도 매혹적인 스칼렛 역할에 초연에서 이미 가능성을 보여준 바다를 비롯해, 새로 합류한 김소현과 김지우가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특히 결혼과 출산 이후 2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 김지우는 여전한 미모와 녹슬지 않은 가창력을 뽐낸다.

▲초연에 이어 스칼렛 역을 맡은 바다(오른쪽)와, 이번 재연에 레트 버틀러 역으로 새로 합류한 남경주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 = 클립서비스

새로운 레트(남자 주인공)로 들어온 남경주와 신성우도, 기존의 김법래와는 또 다른 매력적인 레트를 보여준다. 김법래의 레트는 애절하고, 남경주의 레트는 신사적이면서도 도발적이며, 신성우의 레트는 카리스마가 강렬하다. 신성우는 이번 출연을 위해 1992년 데뷔 이후 유지해온 긴 머리를 짧게 자르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노력의 흔적이 느껴지는 부분이 극의 흐름이다. 초연 때는 프랑스 원작 뮤지컬에 최대한 손을 대지 않고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엔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과 협의해 새 장면과 노래를 추가했다. 지나친 함축과 생략을 피하고, 대사 수를 늘리면서, 관객이 빈틈을 상상해야만 했던 초연 때의 불친절을 벗고 한층 친절해진 모습이다.

초연에선 말괄량이에다 철없는 아가씨였던 스칼렛이 갑자기 땅 ‘타라’에 애정을 보이며, “거짓말, 도둑질, 살인을 해서라도 내 가족을 굶주리게 하지 않겠다”는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다소 어색했다. 이번엔 ‘저럴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이야기가 추가됐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총으로 쏘게 되는 스칼렛의 모습이다. 오열하는 스칼렛의 모습은, 전쟁의 비참함과 그 안에서 발버둥 치며 강한 생존 의지를 보이게 된 스칼렛의 변화를 보여준다.

스칼렛과 레트 사이를 이어주는 중요한 존재인 딸 보니의 역할도 강해졌다. 초연 때는 보니가 인형으로 짧게 등장해, 딸 보니에 대한 스칼렛과 레트의 사랑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인형이 아닌, 아역 배우가 직접 보니를 연기한다. 그리고 레트와 보니의 노래도 추가해 부녀(父女)의 사랑도 보여준다.

그럼에도 아직 다양한 사연을 모두 어우르기엔 다소 어렵다는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 스칼렛과 레트뿐 아니라 스칼렛의 첫사랑 애슐리 윌크스, 그리고 그의 부인 멜라니 해밀튼, 또 노예장과 술집주인 등 인물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모두 풀기엔 숨이 벅차다.

그래도 초연과의 차별화는 확실히 보여준다. 프랑스 뮤지컬만의 세련된 안무와 음악에, 국내 관객을 위한 드라마 강화까지, 배우와 스태프의 노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초연과 재연에 이어 이어질 삼연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의 레트를 만나는 것도 묘미다. 영화에서는 속을 알 수 없는, 그러면서도 스칼렛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강했다면, 뮤지컬에서는 좀 더 순애보적인 레트의 내면을 무대 위에 드러낸다.

바다의 말처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관객에 꾸준히 사랑받으며 시즌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연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2016년 1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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