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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 스타의 뮤지컬 도전] 배우·가수·개그우먼 중 최고 타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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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9호 김금영 기자⁄ 2015.12.03 08:55:25

▲‘벽을 뚫는 남자’로 뮤지컬 첫 데뷔 신고식을 치른 유연석.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영화와 TV에서 더 익숙한 스타들이 요즘은 무대에서 더 바쁘다. 올해만 해도 뮤지컬 ‘아리랑’의 안재욱, ‘맨오브라만차’의 조승우, 그리고 연극 ‘길 떠나기 좋은 날’의 김혜자, ‘황금연못’의 이순재와 나문희 등 많은 스타가 무대에 올랐다. 12월 초 개막을 앞둔 뮤지컬 ‘오케피’ 무대에도 국민 배우 황정민과 오만석이 오른다.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이야 이젠 흔한 일이 됐지만, 관록 있는 배우 또는 청춘스타, 그리고 개그우먼까지 점점 더 다양한 분야에서 무대 진출을 노리고 있어 주목된다.


PART 1. 도전 ‘배우’ 유연석·조재윤
“같은 연기 반복하면서 연기 도약”

배우 유연석과 조재윤의 뮤지컬 진출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의아해하는 눈초리가 많았다. 유연석의 경우, ‘응답하라 1994’ 출연 당시 ‘너에게’ ‘너만을 느끼며’ ‘결혼해줄래’ 등을 직접 부르며 노래 실력을 드러냈지만, 단발성이라 확실한 실력을 보여줄 계기가 없었다. 조재윤 또한 연극 ‘웃음의 대학’에 출연하며 출중한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노래와 춤 솜씨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었다. 

게다가 이 둘이 선택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홍대 대학로 아트센터, 2016년 2월 14일까지)는 대사 없이 극의 모든 내용을 노래로 푸는 성스루(sung-through) 스타일의 공연이다. 앞서 가수 임창정, 배우 이종혁 등이 이 공연을 거친 바 있다. 베테랑 배우라도 소화하기 힘든 스타일의 공연을, 그것도 첫 뮤지컬 데뷔작으로 선택했다는 소식에 많은 궁금증이 쏠렸다.

이들의 뮤지컬 진출 배경엔 배우들의 강한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연석은 프레스콜에서 “운명과도 같이 선택한 뮤지컬이다. 초등학교 학예회 때 공연을 했는데, 객석의 환호에 짜릿함을 느꼈고, 그때 처음으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며 “대학교 때 공연을 계속 했다. 그 시간이 계속 그리웠지만 활동이 바빠 시간이 맞질 않았다. 그 와중 회사에서 올 연말에 쉴 수 있다고 하기에 뮤지컬을 하게 해달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3일 뒤 진짜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조재윤은 “이번이 첫 뮤지컬 도전인데, 진짜 떨렸다. 하지만 연극 무대에 섰던 경험이 많이 도움 됐다. 그리고 막상 무대에 오르자 정말 즐거웠다. 앞으로도 발전하는 뮤지컬 배우 조재윤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장기간 연습을 하며 시간을 할애해야 함에도 배우들이 무대 진출에 관심을 보이는 건 관객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바로 피드백을 받는 장점 때문. 유연석은 “카메라 앞과 무대 위의 연기엔 차이가 있다. 카메라 앞에선 촬영이 끝나면 다시 반복해 연기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공연은 관객의 반응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 연기를 개선할 수 있다. 배우에게 훈련이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관객이 주는 에너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조재윤은 유연석과 함께 ‘벽을 뚫는 남자’에 출연하며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사진 = 쇼노트

한 공연 관계자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TV와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던 배우가 바로 눈앞 무대 위에 선 모습을 보고 친밀도와 호감이 높아진다. 배우 경우엔 빡빡한 영화-드라마 현장과 다른 시스템이 안정감을 주고, 댓 글이나 시청률 등 뒤늦게 오는 피드백이 아니라 바로 현장에서 느끼는 피드백이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또한 기존과는 다른 신선한 매력을 무대 위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 자신에게도 재평가의 자리가 돼, 호감 이미지를 쌓아 새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과거와 비교해 좋은 기회가 있다면 무대에 오르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많아진 추세”라며 “공연 제작사 입장에서도 확실히 인지도가 있는 배우, 가수 등이 출연하면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라, 출연료와 공연 기간 등의 조건만 맞는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들은 배우의 실력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실현된다. 실력이 부족하면 “화제성 캐스팅”이라는 비난을 받기 일쑤. 현재까지 유연석과 조재윤에 대해서는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많다. ‘벽을 뚫는 남자’ 관계자는 “뮤지컬에 출연하지 않던 두 배우에 대한 관심 덕분에 공연장을 찾는 분들이 많다. 호응도 좋은 편이다. 생각보다 안정된 가창력으로 자연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첫 도전의 캐릭터 선택이 잘됐다는 평가도 있다. 새 모습을 보여주고픈 욕심이 너무 커 첫 공연에서 파격적인 캐릭터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화제성은 잡지만 공연에 자연스럽지 녹아들지 못해 오히려 대중에게 이질감을 주면서 장기적으로 외면 받을 수 있다. 

유연석은 극 중 평범했다가 벽을 자유롭게 뚫고 다니는 능력이 생기는 듀티율, 조재윤은 알코올중독 의사 듀블을 중심으로 경찰, 변호사, 형무소장까지 1인 4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듀티율은 사랑하는 여인 이사벨을 만나 로맨틱한 면모를 보이고, 듀블은 등장할 때마다 웃음이 터진다. 두 배우 모두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좋은 편이다.


PART 2. 도전 ‘가수’ 김윤아·박광선
“합격” 박광선과 데뷔 앞둔 김윤아

배우뿐 아니라 가수 사이에서도 새 도전이 줄을 잇는다. 울랄라세션의 박광선이 뮤지컬 ‘젊음의 행진’(이화여대 삼성홀에서 2016년 1월 10일까지)에 출연 중이고,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는 2016년 1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는 ‘레베카’로 뮤지컬 첫 데뷔를 앞두고 있다.

 노래와 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뮤지컬 특성에 따라,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은 배우보다 용이한 편이다. 특히 아이돌 뮤지컬 전성시대를 연 1세대 바다, 옥주현 이후로 진출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어 아이돌뿐 아니라 관록의 가수들도 요즘 무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뮤지컬에 꾸준히 참여하는 신성우는 올해 뮤지컬 ‘체스’에 이어 현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 중이다. 권인하도 올해 5월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통해 20년 만에 뮤지컬로 돌아와 눈길을 끌었다.

▲울랄라세션의 박광선이 열연 중인 모습. 현재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 출연 중이다. 사진 = 랑

데뷔 18년차를 맞은 김윤아는 뮤지컬 분야에서 굉장히 신선한 얼굴이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윤아는 공연 제작사 EMK뮤지컬 컴퍼니를 통해 “뮤지컬은 언제나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내가 선망하는 일을 하면서 나를 향상시키는 기회는 많지 않지만 이번 작품은 그런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부담감도 크다. 배우와 스태프에게 누 끼치지 않게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윤아가 보여줄 색다른 도전에는 기대와 동시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뮤지컬 출연 배우들은 노래와 춤을 걱정하지만, 가수들은 연기력이 걱정이다. 가수 역시 노래를 부를 때 노래 속 감정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지만, 뮤지컬 연기는 노래할 때의 3분여가 아니라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노래와 춤, 연기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3년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 출연한 유리상자 이세준은 가창력에 대해선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대사가 부자연스러웠기에 극 몰입도가 떨어져 아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데뷔 18년차를 맞은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는 내년 개막을 앞둔 ‘레베카’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다.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지금 대중이 김윤아에 가장 보고 싶은 것도, 또 가장 쓴 소리를 던질 소재도 결국 연기력이다. 극 중 역할과 이미지는 잘 맞아떨어져 현재까지는 캐스팅에 대한 호평이 많다. 맨덜리 저택의 새로운 안주인이 된 ‘나(I)’를 위협하는 댄버스 부인이 그녀가 맡은 역할. 안주인에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하며 무거운 분위기를 끌어가는 인물이다. 여린 체구에도 불구하고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 ‘마녀’ 애칭으로 불린 김윤아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역할이다. 현재의 호평이 개막 뒤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윤아의 어깨가 상당히 무거울 듯하다.

김윤아보다 앞서 뮤지컬 신고식을 치른 박광선은 자신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호평 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노래가 중심이 되는 주크박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을 선택해 울랄라세션 그룹 활동 때보다 오히려 더 가창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박광선은 프레스콜에서 “이전부터 뮤지컬을 하고 싶었는데,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부담감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한 1980~90년대의 좋은 노래들이 많이 등장해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겠다는 마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차후 또 어떤 작품에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PART 3. 도전 ‘개그우먼’ 신보라
“춤·노래·연기 모두 되니 적응력 우월”

만능 엔터테이너로 불리는 신보라도 박광선과 함께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 출연 중이다. 신보라의 뮤지컬 진출에 대해선 쓴 소리가 별로 없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연기력과, 이미 음반을 발표하며 입증한 춤과 노래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뮤지컬 도전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개그우먼의 무대 진출로는 ‘드립걸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2012년 시작된 이 무대에 안영미, 강유미, 정경미, 김경아 등 대표 개그우먼 4인방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인기에 힘입어 계속 시즌을 이어왔고, 올해 시즌엔 안영미, 박나래, 허안나, 맹승지, 김미려 등 총 12명의 개그우먼이 공연을 펼쳤다.

▲개그우먼 신보라는 안정된 연기와 가창력으로 뮤지컬 데뷔 신고식을 무사히 치렀다. 사진은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서 열연하는 모습. 사진 = 랑

이들은 코미디와 뮤지컬을 합한 ‘코믹컬’ 장르를 내세웠다. 하지만 뮤지컬이라기보다는 개그 버라이어티쇼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런 점에서 신보라의 정통 뮤지컬 도전이 주목된다. 앞서 선배 개그우먼 김현숙도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에 꾸준히 출연하며 TV 연기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 바 있다.

개그 분야 인물이 무대에 진출하면 해당 인물의 개그감이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유행어를 극 속에 끼워 넣기도 하는데, 정도가 지나치면 웃기지도 않고 극의 흐름을 해칠 때가 있다. ‘젊음의 행진’에서도 신보라가 개그콘서트에서의 유행어를 차용해 “잠시만요~ 우리 언니 엉덩이에 낀 바지 빼고 가실게요~”로 한 차례 웃음을 자아낸 뒤 바로 연기에 몰두한다. 유행어가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잘 어우러진 케이스다.

한 공연 관계자는 “개그맨, 개그우먼은 기본적으로 끼가 많다. 또 연기와 노래 실력이 바탕이 되고, 개그쇼에서의 무대 경험도 많아 뮤지컬과 가장 친숙한 특성을 지닌다”며 “앞으로 뮤지컬 무대에 발을 내딛는 개그맨, 개그우먼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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