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 시리즈 - 벤틀리] 촉감까지 고려하는 영국 럭셔리 정수
▲벤틀리의 대표적인 럭셔리 세단 ‘플라잉 스퍼 W12’. 사진 =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벤틀리(Bentley)의 플래그십 모델 뮬산(Mulsanne)을 제작하는 데 소용되는 시간은 대략 300시간, 이 중 차량 인테리어 작업에만 170시간 가까이 들어간다. 보통 한 대의 벤틀리는 인테리어 작업에 걸리는 4주를 포함, 7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벤틀리는 좌석 시트 재료로 목장에서 방목한 소의 가죽만 사용한다. 방목해서 키운 소가 아니면 울타리 등에 부딪혀 가죽에 상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과 정성이 영국의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를 만들었다. 벤틀리는 지금까지도 전통적인 수작업 제작 방식을 고수한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세계 3대 명차라고 하면 지금은 단종된 마이바흐, 롤스로이스와 함께 벤틀리를 빼놓지 않는다. 차 값은 수억 원대를 호가하지만, 차를 만드는 사람이나 이를 소유한 사람 모두 자부심이 대단하다.
최근 현대차가 자사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를 출범시키며 영입한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Luc Donkerwolk)가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한 바 있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영국 빈티지 카(1919~30년대에 생산된 영국 차량)의 대표격으로 ‘우리는 다른 이들이 멈춘 곳에서 시작한다(We start where others stop)’는 경영 철학을 지금도 실천하는 벤틀리를 만나보자.
① “페이크 쇠·목재, 우린 안 써요”
벤틀리가 제작한 최초의 차는 1919년의 ‘3리터(3-Liter)’다. 직렬 4기통 엔진을 단 벤틀리의 3리터는 고든 크로스비(Gordon Crosby)가 디자인했다. 크로스비는 재규어의 ‘뛰는 고양이(Leaping Cat)’ 모양의 라디에이터 장식물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벤틀리의 역사는 1912년 설립자인 월터 오웬 벤틀리(Walter Owen Bentley)가 동생인 호레이스 벤틀리(Horace Bentley)와 함께 자동차 업계에 뛰어들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처음에 자체 제작 차량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DFS 모델을 수입해 판매했다.
▲벤틀리 모터스의 창업자 월터 오웬 벤틀리. 사진 =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월터 벤틀리는 워낙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차를 판매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직접 자동차 경주에 나서고 싶어 했다. 그는 DFP 엔진을 개조해 경주에 참여했고,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조금씩 자동차 생산을 준비하게 됐다.
하지만 곧이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벤틀리 형제는 자동차가 아닌 항공기 엔진 제작에 뛰어들었다. 영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이들은 알루미늄 합금 피스톤을 적용한 ‘벤틀리 로터리1(BR1) 엔진’을 개발했고 이어 중형 BR2 엔진도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자신감을 얻은 형제는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자동차 제작에 착수했고, 전쟁이 끝난 1919년 벤틀리 모터스(Bentley Motors)를 세웠다. 창업 당시 월터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Good car, Fast car, Best car’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제작한 첫 차가 3리터였다.
초기부터 당대 최고 기술력 인정받아
3리터는 1919년 런던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당시에는 엔진이 장착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양산을 앞두고 직렬 4기통에 배기량 2996㏄, 한 개 실린더에 밸브가 4개 적용된 4밸브 타입 엔진을 얹었다. 3리터는 최고 출력 70마력에, 당시 시속 129㎞까지 달렸다.
▲2015년 서울모터쇼의 벤틀리 부스 전경. 사진 =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3리터는 1924년과 1927년 르망 24시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레이싱계를 지배하던 작고 가벼운 부가티(Bugatti)와 달리, 벤틀리 3리터는 크고 웅장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기술과 파워로 여러 경주에서 우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3리터의 날렵해 보이지 않는 스타일을 보며 부가티의 창업자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는 3리터를 ‘세상에서 가장 빠른 트럭’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벤틀리의 첫 SUV ‘벤테이가’의 인테리어. 사진 =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어쨌든 벤틀리는 이후에도 많은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했다. 3리터 후속으로 1928년 르망 24시 경주에서 우승한 ‘4.5리터’와 1929년과 30년 우승한 ‘6.5리터’ 등을 발표했다. 1929년에는 6.5리터 스포츠 버전인 ‘스피드식스(Speed Six)’가 우승을 차지하며 4년 연속 르망 24시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와 함께 당대 최고의 자동차 제조사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3리터는 1929년까지 1500여 대 가량 판매됐다.
과거 명성 되찾은 ‘컨티넨탈’ 시리즈
벤틀리의 역사 속에서 항상 영광과 즐거움만 존재한 것은 아니다. 르망 24시 경주에서 입증된 뛰어난 기술력과 4년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찾아온 대공황 등의 여파로 경영난을 겪었다.
1920년대 영국의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롤스로이스의 최대 라이벌로 부상했던 벤틀리는 결국1931년 롤스로이스에 인수된다. 이후 1950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4인승 모델이었던 ‘R타입 컨티넨탈(Continental)’과 1956년 후속모델 ‘S1 컨티넨탈’을 내놓으며 명맥을 이어갔다.
롤스로이스의 그늘에 가려졌던 벤틀리는 롤스로이스의 경영 악화를 계기로, 1990년대 후반 다시 부활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1998년 폭스바겐그룹에 다시 인수됐고, 2003년 ‘컨티넨탈 플라잉 스퍼(Flying Spur)’와 ‘컨티넨탈 GT’가 잇따라 성공하며 조금씩 옛 명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2006년 컨티넨탈 GT의 역할이 컸다. 컨티넨탈 GT의 성공은 연이어 컨티넨탈 GTC, GT 스피드, GTC 스피드 등이 출시되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새로운 트윈 터보차저 방식의 4ℓ V8 엔진을 탑재한 신형 컨티넨탈 GT V8, GTC V8 모델, 역대 양산 모델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신형 컨티넨탈 GT 스피드 쿠페와 컨버터블 모델이 잇따라 출시되며 컨티넨탈 라인의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벤틀리 시그니처 디자인
벤틀리의 럭셔리 세단인 컨티넨탈 플라잉 스퍼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중흥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 모델은 560마력과 610마력의 고성능 모델 두 가지 버전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벤틀리 차량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시그니처 디자인들은 벤틀리의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차량 전면에서 부각되는 벤틀리의 매트릭스 그릴(matrix grille)이 그런 역할을 한다. 매트릭스 그릴은 벤틀리의 모든 차종에 적용된다. 이를 통해 벤틀리만의 스포티하면서 위엄을 갖춘 브랜드 이미지를 연출한다.
▲벤틀리 플라잉 스퍼는 ‘2015 텔레그래프 카 어워드’에서 최고의 럭셔리 카로 선정됐다. 사진은 플라잉 스퍼 V8 모델. 사진 =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벤틀리가 매트릭스 그릴을 채택한 이유는 과거 레이싱 경주로 이름을 떨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자동차 경주는 비포장도로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 차에서 튀는 돌 등이 그릴 안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발생하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벤틀리는 매트릭스 그릴을 채택했다. 이후 이 형태는 벤틀리의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가 됐다.
매트릭스 그릴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원형의 헤드램프 또한 대표적 디자인 요소다. 모든 벤틀리 차량에 적용되는 원형 헤드램프는, 양쪽에 2개씩 총 4개로 구성돼 우아함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해 벤틀리의 특색 있는 요소 하나를 더 꼽자면 벤틀리의 날개 엠블럼을 들 수 있다. 보닛 중앙에는 벤틀리의 첫 글자 ‘B’ 좌우로 날개를 펼친 날개 엠블럼이 자리잡고 있다.
재밌는 점은 날개 엠블럼의 좌우 날개 개수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 다른 업체에서 벤틀리 엠블럼을 무단 도용하는 경우가 많아 위조 차량과 구별하기 위해 개수를 달리했다는 설이 있지만 명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세계적 차 디자이너 이상엽
“벤틀리는 오감 동원해 디자인”
이상엽 디렉터는 지난 2012년 12월 벤틀리의 외관 및 선행 디자인 총괄 책임자(Head of Exterior and Advanced Design)로 임명됐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자동차 디자이너로 인정받는 그는 벤틀리에 합류하기 이전 폭스바겐그룹의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그러면서 폭스바겐, 아우디, 스코다,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폭스바겐그룹 산하 다양한 브랜드들의 외관 디자인 및 선행 디자인을 담당했다. 폭스바겐그룹 합류 이전에는 GM에서 10여 년간 근무하며 카마로, 콜벳 등의 디자인을 이끌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 디렉터는 벤틀리의 외관 디자인 최고 책임자로서 벤틀리의 플래그십 모델인 뮬산을 비롯해 럭셔리 세단 플라잉 스퍼, ‘가장 아름다운 쿠페’라는 찬사를 받은 컨티넨탈 GT 등 주요 모델의 외관을 책임졌다. 그가 생각하는 벤틀리 디자인의 철학을 들어봤다.
- 럭셔리카 브랜드와 양산차 브랜드 디자인에서 디자이너의 자유도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디자인의 제약은 모든 브랜드에 다 많다. 여기에 도전하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양산 브랜드의 경우 비용을 고려해 빠른 시간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하지만, 벤틀리는 꼭 그렇지는 않다.
럭셔리카는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양산차 디자인과 차별점을 지닌다. 럭셔리 브랜드에는 구형, 신형 개념이 없다. 올드카가 아닌 클래식카가 될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어려운 점이 있다.
▲한국인 벤틀리 디자인 디렉터 이상엽. 사진 =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럭셔리 브랜드는 오감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마치 요리사와 같다. 라인을 하나 그릴 때도 당장의 변화가 아니라 5년 뒤, 10년 뒤에도 변함없이 벤틀리만의 느낌을 간직할 수 있는 변화여야 한다.”
- 럭셔리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별하는데, 영국 럭셔리 브랜드의 특징은?
“럭셔리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혼돈하는 경우가 있는데, 구분될 필요가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소재의 고급화 등을 통해 어필한다면, 럭셔리 브랜드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제공할 수 없는 특별함을 필요로 한다.
영국 럭셔리 브랜드로서 기본적으로 차량 퍼포먼스와 브랜드 개성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전통적인 소재와 장인정신 등 전통을 고수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퓨전 정신을 갖고 있다.”
- 자동차 디자이너에게는 환경, 안전 등의 이슈로 인한 디자인 제약이 따를 것 같은데?
“럭셔리 브랜드는 특히 어려움이 많다. 벤틀리가 추구하는 럭셔리를 고수하기 위해 비용과 노력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벤틀리에는 범퍼가 없는 대신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철 재질을 사용한다. 벤틀리에는 원래 보이는 대로 소재를 쓰는 원칙이 있다. 그래서 느낌이 다르고, 만졌을 때 온도가 다르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 즉 온도나 소리, 촉감 등 모든 오감을 동원해 디자인해야 한다.
몰딩 하나라도 다른 브랜드가 플라스틱에 크롬 도금을 한다면, 벤틀리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쓴다. 겉보기에 차이가 없지만, 만져보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인테리어 역시 소재는 나무, 가죽, 메탈 3가지만 쓴다. 다른 소재를 써서 시각적 착각을 유도하는 방법을 쓰지 않는다.
- 자동차 디자인에서 미국 디자인과 유럽 디자인의 차이점을 꼽자면?
“미국은 볼륨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측면이 강하고, 일본은 프로그램으로 짜서 매뉴얼대로 진행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유럽은 CEO들이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이 많아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미국 디자인이 ‘변화’의 개념으로 본다면, 유럽은 ‘발전’의 개념이 강한 것 같다.”
- 럭셔리 자동차의 고객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디자인 측면에서 고객층 확대에 대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미국 고객은 60대 초반, 중국 고객은 20대 중반이 많다. 연령층의 다양성이 훨씬 더 커졌다. 연령층이 다양해질수록 오히려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의 비전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모든 연령층을 설득할 수 있는 ‘왜 럭셔리 차를 타야 하는가’에 대한 공통된 비전이 있어야만 한다.
② 전통의 구리로 첨단 외관을 구현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벤틀리 EXP 10 스피드 6’은 벤틀리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EXP 10 스피드 6은 벤틀리의 외관 및 선행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부임한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 디렉터가 책임을 맡은 첫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EXP 10 스피드 6의 디자인 스케치. 사진 =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이 디렉터는 “EXP 10 스피드 6은 벤틀리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비전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1920년대 벤틀리 초기 모델에서 현재까지 벤틀리 디자인의 장점을 연구해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완벽한 차체 비율, 비행기 날개에서 영감을 받은 면의 조화, 그리고 기능과 예술성이 조화를 이룬 디테일까지 구체적인 디자인 작업을 통해 한 눈에 벤틀리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 디렉터는 EXP 10 스피드 6 모델을 “한 눈에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순수한 스포츠카”라고 소개했다.
▲벤틀리 고유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브랜드 디자인의 미래 비전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EXP 10 스피드 6. 사진 =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콘셉트카 EXP 10 스피드 6은 현대적인 자동차 디자인과 전통적인 장인의 수작업, 최상의 소재와 최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뤘다는 것이 벤틀리의 설명이다. 고성능 2인승 스포츠카를 영국식으로 해석한 모델이다.
벤틀리의 전통적 DNA 중 하나인 ‘스피드’를 살려,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수공예 기술과 현대적인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했다. 특히 새롭게 적용된 파워 트레인의 성능을 상징하는 요소로 구리가 자동차 내외관에 적용됐다.
벤틀리 모터스의 볼프강 뒤르하이머(Wolfgang Dürheimer) CEO는 이 모델에 대해 “벤틀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강력하고 정교하면서도 독특한 콘셉트카로, 2인승 스포츠카 세그먼트를 새롭게 정의할 모델”이라고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잇는 EXP 10 스피드 6
뒤르하이머 CEO는 벤틀리만의 현대적인 럭셔리함과 주행 성능으로 완성된 EXP 10 스피드 6이 벤틀리의 새로운 모델 라인업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있고, 벤틀리의 다른 모델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히 모터쇼에서 선보이는 콘셉트카가 아니라, 벤틀리의 야심찬 비전을 보여주는 출시 가능성이 높은 스포츠카라는 것이다.
장인의 전통과 첨단기술 만난 디자인
외관 디자인은 비행기 기체와 날개의 공기역학적인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정교함과 아름다움이 조화된 스타일은 탄탄한 근육질의 외관을 드러냈고, 여기에 더해 깔끔하고 모던한 형태는 누가 보더라도 벤틀리다운 디자인을 유지했다.
▲2015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EXP 10 스피드 6. 사진 =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벤틀리의 아이콘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매트릭스 그릴과 4개의 원형 헤드램프는 더욱 깊어지고 풍부한 느낌으로 새롭게 디자인됐다. 벤틀리 측은 “눈길을 확 사로잡는 차체 색상인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British racing green)은 이번 모델이 클래식한 감성에서 시작해 현대적인 아이디어로 완성했음이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상엽 디렉터가 디자인한 차체 형태와 라인은 날카로운 직선 라인과 흐르는 듯한 표면, 그리고 속도감을 나타내기 위해 입체적으로 처리된 면 등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짧은 전면 오버행(차축과 차단의 거리), 긴 보닛과 낮은 그릴 등 안정된 외관 스타일링을 통해 근육질의 탄탄한 모습을 갖췄다.
모든 소재와 디테일은 최신 벤틀리답게 정교함을 잃지 않았다. 최첨단 3D 메탈 프린팅 기술을 통해 배기구, 도어 핸들 그리고 측면 통풍구까지 정교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특히 벤틀리의 아이콘인 독특한 그릴은 격자로 세공된 납작한 형태가 아니라 특정 각도에서만 보이는 복잡한 3D 형태로 깊이감을 부여받았다.
▲벤틀리의 럭셔리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인테리어. 사진 = 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이번 콘셉트카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벤틀리의 내부 디자인 원칙을 따름과 동시에 이를 더욱 발전시켰다. 회사 측은 “클래식하고 명확한 의도를 지닌 벤틀리의 오돌토돌한 표면은 차량 컨트롤 전반에 적용돼 있으나 EXP 10 스피드 6의 경우 강철과 구리를 함께 사용해 2가지 금속 3D 텍스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소재와 현대적인 디자인 요소를 적절히 결합해 개성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앙 콘솔에는 디지털 정보가 제공되는데, 이는 알루미늄 프레임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정할 수 있다. 기계적인 회전 속도계와 디지털 디스플레가 결합돼 현대적인 정보와 아날로그적인 아름다움이 균형을 이루도록 배려했다.
성능에 집중한 럭셔리 실내
뒤 공간은 2개의 구획으로 나뉘어져 독특하게 디자인된 4개의 짐을 담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다른 내부 공간과 마찬가지로 뒷좌석 또한 벤틀리 장인들이 최고급 폴트로나 프라우(Poltrona Frau) 가죽으로 마감해 럭셔리함을 잃지 않았다. 이런 특징들은 미래지향적인 기술을 벤틀리의 장인정신과 끊임없이 연결시키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