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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 이야기] 연대보증 폐지? 개인 간에는 여전히 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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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6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6.01.21 09:02:02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최근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주인공 덕선이의 아버지가 친구 보증을 잘못섰다가 크게 피해를 입어 반지하방에 거주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 며칠 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에서 연대보증 제도가 언급돼 흥미롭습니다.

장관 후보자는 부인과 함께 친인척 사업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후보자의 아파트와 예금이 채권자에게 넘어갔고, 부인은 아직까지 보증 채무를 지니고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대보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사에서 마치 연대보증 제도가 폐지된 것처럼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은행권, 제2금융권,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의 연대보증은 폐지됐지만, 개인 간의 연대보증 제도는 폐지되지 않았습니다.

단순 보증과 연대보증의 차이는?

보증은 쉽게 풀어 말하면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를 대신해서 채무를 이행할 것을 부담하는 일’입니다. 연대보증의 ‘연대(連帶)’는 서로 연결한다는 뜻입니다. 즉 연대보증이란 서로 연결된 보증이라는 뜻입니다.

이 개념이 우리 법률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돈을 빌립니다. 그리고 채무자의 지인은 빌린 돈에 대해 보증을 섭니다. 이 경우 만약 주 채무자가 변제기가 돼도 돈을 갚지 않으면, 채권자는 우선 주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주 채무자가 아무런 변제 자력이 없다고 할 때, 채권자는 보증인에게 보증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채권자가 주 채무자에게 이행을 청구하지 않고 보증인에게 곧바로 이행을 청구하면, 보증인은 먼저 주 채무자에게 가서 이행을 최고하고 재산 상황 등을 검색해 청구할 것을 항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최고·검색의 항변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연대보증에는 이런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없습니다. 즉 채권자는 주 채무자가 돈을 주지 않으면, 주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할 필요 없이 바로 보증인에게 돈을 대신 갚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연대보증의 핵심입니다.

2008년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연대보증이 주 채무자와 보증인을 똑같이 취급하는 제도라고 이해하면 편합니다. 사실 보증 계약을 할 때, 단순 보증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연대보증 계약을 합니다. 하지만 연대보증은 오래 전부터 보증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뤄졌습니다.

예전에는 ‘파산’이란 개념이 생소했습니다. 파산자라고 하면 거의 ‘금치산자’에 가까운 폐인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97년 당시의 경제 상황과 맞물려 개인 파산의 필요성이 대두됐습니다.

사실 ‘파산’하는 것보다 파산 후에 ‘면책’을 받아야 (사실상의 불이익을 제외하고) 법률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파산 후 면책 결정을 받는 것이 파산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절차입니다.

▲11일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연대보증 사실을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당시 서울지방법원은 ‘소비자 파산’의 첫 면책을 선고했습니다. 소비자 파산이란 지금 ‘개인 파산’으로 불리는 제도입니다. 채무자는 기업하는 가족의 빚보증을 섰다가 채무 독촉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방송과 신문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법원의 결정을 계기로 개인 파산 제도가 본격적으로 정착되기 시작합니다. 즉 보증 채무의 덫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생긴 것입니다.

개인 파산 제도로 보증에서 벗어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특유의 인정주의가 있어서 상대방에게 특별한 대가를 받지 않고, 또 경제적 부담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 없이 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호의로 선 보증은 계속 피해를 발생시켰습니다.

그래서 민법의 보증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①보증 방식과 관련해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돼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②무제한적 포괄 근보증을 방지하기 위해 계속적 거래 계약에 대한 보증의 채무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도록 규정했으며 ③금융기관 보증 계약의 요건을 엄격화했고 ④보증인에 대한 불법적 채권추심행위를 금지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12년 5월 원칙적으로 개인사업자의 연대보증을 받지 못하도록 한 ‘기업여신 연대보증 제도 개선방안’을 시행합니다. 이에 따라 은행권 및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경우 개인사업자 및 법인에 대한 여신에 연대보증을 원칙적으로 금지했습니다.

그리고 이 제도는 2013년 4월 제2금융권으로 확대 시행됐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는 연대보증이 가능한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에는 은행권에서 연대보증인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개인 간 연대보증, 추가 개선 필요해

위에서 말한 특례 규정은 금융권과 개인 간의 문제이고 개인 간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연대보증 제도가 존재합니다. 즉 개인의 영역에서 우리 민법의 연대보증 제도는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례법’으로 방식 등에서 규제를 받는 것으로 수정됐을 뿐이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있어왔던 연대보증이란 제도는 많은 개선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해봅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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