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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 세상만사] 영화 ‘인턴’ 같은 골프 황혼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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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8호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2016.02.04 08:54:31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누구나 은퇴 후 노후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설계를 한다. 나도 해 뜨면 골프 라운드, 달 뜨면 창작 집필하는 생활로 노후의 청사진을 떴다.

페미니스트 여성 감독이 제작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화 ‘인턴’을 며칠 전에 봤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으로도 높은 명성을 얻은 낸시 마이어스는 일찍 남편과 사별했고, 주변에 은퇴한 또래 친구들이 포진해 있을 만한, 올해로 67세의 여성이다.

여주인공 줄스(앤 헤서웨이)는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회사로 사세를 확장한다. 패션 센스를 갖추고 있으며, 사무실에서도 끊임없이 체력 단련을 하고, 야근하는 직원의 야식도 챙겨주고, 고객을 위해 박스 포장까지 직접 하는 열정적인 30대 여성 CEO다. 줄스가 70세의 벤(로버트 드 니로)을 인턴으로 채용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의 은퇴 후의 꿈을, 70세의 벤은 은퇴 후에 다 실현했다. 일에 쫓기느라 마음으로만 염원했던 정신의 양식인 외국어나 인문학 등의 공부부터, 신체의 양식인 요가며 골프 같은 운동도 섭렵했고, 평생 모은 마일리지로 세계 일주도 했다.

이제 몸과 마음 다 건강하나 딱히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없는 70세의 벤은 매일 아침 단정한 슈트 차림으로 커피숍에 앉아 홀로 모닝커피를 마신다. 젊은 사람들이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SNS 정보를 교환하며 종이컵 커피를 마실 때 그는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며 혼자 느긋하게 종이신문을 본다. 그러다 신문 한 귀퉁이에서 눈에 번쩍 뜨인 인턴 구인 광고를 보고 입사 지원을 한다.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나이만큼 풍부한 인생 경험을 무기로 벤이 줄스를 도와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하며 좋은 친구가 돼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주된 관객인 은퇴자들은, 30대 찬란한 미모의 여성과 동행 출장 등의 신나는 일거리를 찾은 70세의 벤을 모두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 속 70세의 벤은 꿈을 은퇴 후에 다 실현
골프와 창작에 몰두하는 삶, 내게도 실현 가능할까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골프 모임의 회원에게 혹한의 겨울이라 도저히 필드에서 라운드할 용기가 없으니 실내 스크린 골프라도 한 판 하자고 문자 메시지를 쳤다. 아차, 그와 나눈 메시지를 검열해보니, 이번에는 좀 가까운 동남아에서 짧게 2주만 머물다 추위가 한풀 꺾이면 오겠다는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그는 은퇴 첫 해인 작년 한 해 동안에 비행기만 40번 탔다고 했다. 내가 알기로도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까지 다녀왔으니, 다음 골프라운드 예정지는 남극이나 북극 정도가 될 것 같다.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인턴’은 70세의 벤(오른쪽, 로버트 드 니로 분)이 30세의 열정 많은 CEO 줄스(앤 해서웨이 분)의 인턴으로 채용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사진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주위를 둘러보면 골프 라운드나 해외여행에 사뭇 원한이라도 맺힌 듯이 1년의 반 이상을 외국 여행에 몰입하는 은퇴 초년생들이 많다. 작년에 미국에 갔을 때, 한때는 잘 나갔던 의류 및 가발 수출업자였고 지금은 은퇴한 사람과 골프를 했는데, 그는 매일 골프 라운드를 한다고 했다. “미시건 주에만 골프장이 2000개예요. 퍼블릭 골프장 그린피가 30달러 수준인데 골프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없지요.”

오직 골프와 창작에만 몰두하는 노후의 삶, 나의 로망이기도 하다. 물론 작가에게는 정년도 없고, 은퇴도 없고, 연금도 없다. 그러나 한 5년쯤 골프만 하다 보면, 영화처럼 신나지 않더라도, 벌이가 안 되더라도 근로노동을 찾지 않을까 싶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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