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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 복지국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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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9-470호(설날)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6.02.11 11: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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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흔히들 덴마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된 세계 최고의 사회복지 국가라고 말하며 부러워한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등학교, 대학까지 모두 무료이다. 젊은이들이 직장이 없으면 실업수당을 받는다. 아픈 사람은 병원에서 모두 무료로 치료받는다. 늙어서는 양로원도 무료이다. 도대체 이 나라는 돈이 얼마나 많기에 이 모든 것을 정부에서 대어주고 있는 것일까?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덴마크의 복지를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말하는 사람은 없다. 

덴마크 복지 제도에 두 번 놀란 사연

나는 젊은 시절 덴마크에서 6년 동안 대학원 학위공부를 했다. 그들의 사회보장 제도를 보고 놀랐다. 그러나 얼마 후 아내가 덴마크 병원에 간호사로 일하면서 그 내용을 알게 되었다. 아내가 받는 월급의 56%를 세금으로 떼고 나왔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간호사의 월급이 그 사회에서 별로 높은 수준이 아닌데 어떻게 근로소득세를 월급의 56%나 매길 수가 있는가? 그렇다면 비교적 높은 월급을 받는 사람은 누진세율이 높아져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덴마크의 복지제도이다. 국민 각자가 받는 것 이상으로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실업자나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들을 위해 국민들이 그 비용을 내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서로 힘을 모아 도우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나라이다.   

우리는 근로소득세를 월급의 15% 정도 내는 나라이다. 이걸 가지고 도로, 항만 등 사회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초중등학교 의무교육을 하고 국방비까지 지출하고 있다. 기초생활 수급자의 생계비를 지원하기에도 버거운 나라이다. 이런 나라에서 선거에서 이기고 권력을 잡기 위해 소득수준에 상관없는 무상지원을 남발하고 있다. 심지어는 젊은이들에게 용돈을 나누어 주겠다고 나서는 자들도 있다. 나라가 거덜나고 경제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책임은 이런 터무니없는 약속에 홀려 표를 찍는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2일 서울 아리랑국제방송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방석호 사장에 대한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세금을 더 낼 생각은 추호도 없으면서 복지혜택을 더 받으려는 국민이 많으면 복지국가가 될 수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돈을 관리해야 할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의 몰염치와 도덕적 해이이다. 최근 불거진 아리랑TV 사장의 부정행위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매년 거듭되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호화 해외여행, 국회의원들의 특권과 특혜, 정부 지원금이나 보상금의 부정 수혜 등 정직하지 못하고 공평하지 못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복지 확대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거버넌스가 정착되지 않은 사회에서 인기를 얻기 위한 복지 공약은 독이 된다. 그리스 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다.

복지국가 되려면 국민 재교육부터

우리나라가 복지국가가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국민 재교육이 일어나야 한다. 정직하고 남을 배려하고 약자를 도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가진 자가 가난한 자를, 힘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복지이다. 덴마크가 복지국가가 된 것은 국민교육을 통해 정직하고 청렴한 국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세비를 받지 않는 봉사직이다. 버스를 타고 다니며 비서도 없고 자전거로 지역구 내 구석구석을 살핀다. 공금을 쓸 때에는 철저하게 영수증 처리를 한다. 나라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고 검소하고 바른생활 모범을 보이니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월급의 반 이상을 기꺼이 세금으로 내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에게는 조그마한 부정이나 거짓말도 용납되지 않는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모든 사회 규범의 위에 둔다. 복지혜택을 늘리기 전에 이러한 사회 규범을 만드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덴마크처럼 되려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할지 걱정스럽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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