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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조융합벨트 ②] “조선시대 배경으로 보드게임을?”

문화콘텐츠에 새로운 융·복합 시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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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5호 안창현 기자⁄ 2016.03.24 08:52:45

▲서울 상암동 CJ E&M 1층에 위치한 문화창조융합센터. 사진 = 문화창조융합센터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서울 상암동 CJ E&M 1층에 위치한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지난해 2월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첫 번째 거점으로 문을 열었다. 그 동안 장르의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작품에 도전하는 창작자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왔다. 특히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사업 모델로 연결하지 못해 고민하는 창작자들에게 센터는 기획 노하우를 제공하고 다른 분야와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크 자원도 제공했다.

결국 창작자들의 아이디어가 완성도 높은 문화콘텐츠로 기획돼 시장에서 선보이고,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로 육성되는 생태계의 최전선에 있었던 셈이다. 이때 기존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CJ그룹이 가진 노하우도 큰 역할을 했다. CJ는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와 트렌드를 분석하고, 창작자들에게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과의 1:1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이끌고 있는 강명신 센터장은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발전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왔다. 이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융·복합 콘텐츠 시장에서도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력 금지’! 한 문화 벤처의 작은 사무실 입구 보드 판에 쓰인 문구다. 이 벤처는 문자 그대로 직업들에게 노력을 금지하고, 사무실 바닥과 책장을 피규어와 만화책으로 가득 채웠다. 일터와 놀이터의 고정관념을 허문 셈이다. 사무실에선 항상 풍성한 먹을거리와 이야기꽃이 한가득이다.

게임 기획사 ‘놀공발전소’ 사무실이다. 2011년 회사를 창업한 이승택 대표는 ‘노력 금지’란 회사 슬로건에 대해 “열심히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본인이 진정으로 즐거워하는 일이 아니면 노력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뜻을 담아 ‘노력 금지’란 책도 냈다.

▲게임 기획사 놀공발전소가 개발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관직 보드 게임 ‘승경도’. 사진 = 문화창조융합센터

그는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창작자로서 재미를 느끼는 일을 해야 기발한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성과도 난다고 강조했다. 그래선지 놀공발전소는 신선한 기획력을 자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같은 대문호의 작품을 카드 게임으로 재구성한 프로젝트다. 이 게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대표는 성공 비결에 대해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넘나드는 융합적 소양, 그리고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콘텐츠를 한 발 앞서나가게 힘을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창작자에게 멘토링 프로그램 제공

현재 놀공발전소는 문화창조융합센터와 협업하며 조선시대 관직 보드 게임인 ‘승경도’를 현대판 빅게임 콘텐츠로 개발하는 중이다. ‘빅게임’이란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상호작용형 게임을 말한다.

재밌는 점은 이 프로젝트를 문화창조융합센터가 먼저 놀공발전소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교육과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독자적인 빅게임을 만드는 놀공발전소의 역량이 높이 평가된 덕분이다.

▲센터 내 모션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 창작그룹 ‘케플러 스튜디오’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 문화창조융합센터

이 대표는 “문학 기반의 빅게임 등 우리 회사의 프로젝트를 전해 듣고는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직접 찾아왔다. 센터에서 먼저 한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놀랐다”고 말했다.

사실 놀공발전소와 문화창조융합센터의 인연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놀공발전소는 2015년 문화창조융합센터의 ‘멘토링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고, 지금은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다. 문화창조융합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문화창조융합센터는 문화콘텐츠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체계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적인 콘텐츠를 다수 배출해 주목받고 있다. 2015년 한 해 동안 분야별 70여 명으로 구성된 전문 멘토가 총 120여 건의 멘토링을 진행했다. 융·복합 모바일게임 ‘미트업’이나 캐릭터 작품 ‘두잉’ 등이 문화창조융합센터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개소한 지 이제 1년이 지난 만큼 점차 문화창조융합센터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중이다. 이에 따라 경쟁력 있는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멘토링 프로그램에는 방송, 영화, 음악, 공연, 게임, 기술, 금융, 마케팅 등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멘토로 참여했다.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CJ그룹의 역량이 십분 발휘된 결과다.
특히 CJ그룹의 글로벌 한류 플랫폼인 KCON, MAMA 등의 판촉전과 수출상담회에 참가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멘토링은, 우수 중소기업과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면서 각광을 받았다.

▲센터 공간에선 다양한 전문가 강연도 진행된다. 사진 = 문화창조융합센터

놀공발전소의 ‘승경도’처럼, 우리 전통을 재해석해 글로벌 진출을 겨냥하는 융·복합 콘텐츠들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월 개소 1주년 기념식에서는 문화창조융합센터와 주한체코대사관 사이의 국제 인형극 개발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이 협약에 따라 센터의 우수 창작자인 인형극 작가 문수호의 산대놀이 제작-개발 업무에서 협력이 이뤄질 예정이다.

융·복합 문화콘텐츠 허브

지난 1년간 3만 3000여 방문객이 센터를 찾았다. 문화콘텐츠 분야 창작자들의 구심점 역할도 톡톡히 했다. 물론 창작자들만 센터를 찾은 것은 아니다.

문화창조융합센터 측은 문화콘텐츠 창작자의 꿈을 키우는 중·고등학생부터 창작자, 제작자, 전문가는 물론 국내외 문화, 정치, 경제계 주요 인사나 단체 등 다양한 방문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센터를 찾았다고 전했다.

특히 방문객의 20% 정도는 외국인이었다.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북미 등에서 공무원, 기업인, 학생, 교수진이 시설 구축 예산부터 디자인, 창작자 지원 방법 등 한류가 새로운 문화 생태계를 만드는 협업 모델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융·복합 문화콘텐츠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창작 공간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창작자들의 이용도 활발한 편이다. 센터 내 ‘모션 스튜디오’는 최첨단 모션 캡처 장비를 통해 CG를 현장에서 곧바로 만들어낼 수 있다.

창작자들은 센터를 방문해 융·복합 콘텐츠 기획에 필요한 전문적인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미디어 라이브러리’, 음반 제작과 오디오 더빙 시스템을 지원하는 ‘사운드 랩’, 영상 콘텐츠의 편집 공간인 ‘스토리 랩’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 리빙 소품과 쥬얼리 등 라이프스타일의 기획 및 전시 멘토링을 제공하는 ‘크래프트 랩’, 영상물 감상 및 창작물 쇼케이스 공간인 ‘스크리닝 랩’도 마련돼 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는 무료 강연을 진행한다.

새로운 창작자와 우수 콘텐츠 발굴 나서

강명신 문화창조융합센터장은 센터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며 2015년 가장 눈에 띄는 성과로 융·복합 우수 콘텐츠와 창작자 발굴을 목적으로 진행한 ‘융·복합 콘텐츠 공모전’을 꼽았다.

이 공모전에는 총 500여 건의 융·복합 콘텐츠가 접수돼 새로운 지원 사업에 대한 창작자들의 높은 관심이 확인됐다. 그리고 최종 선발된 19팀(가상현실, 게임, 로봇, 비보이 공연 등 포함)에 2억 3000만 원의 상금을 비롯해 멘토링과 홍보마케팅 등 다양한 지원이 제공됐다.

이를 통해 미디어아트 그룹인 ‘팀보이드’와 뉴미디어 아티스트 김태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메이드 인 코리아’에 첨단 기술과 전통이 결합된 콘텐츠를 선보였다. 또 ‘문화공작소 상상마루’는 융·복합 뮤지컬 ‘캣 조르바’의 공연을 앞두고 공모전을 통해 인연이 된 ‘아이아라’와 증강현실 캐릭터 상품을 위한 협력 모델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공연과 게임 분야에서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중이며, 금년 중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센터 측은 밝혔다.

이 공모전은 장르 간 융합, 문화와 기술의 융합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창작 생태계를 조성하고, 신사업 콘텐츠를 발굴-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강명신 센터장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융·복합 콘텐츠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가치와 잠재력을 가질 것인지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마침 센터는 2016년 ‘제2회 융·복합 콘텐츠 공모전’에 참가할 기업과 창작자를 모집 중이다. 1회 공모전이 융·복합 콘텐츠산업의 지형도를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면, 이번 2회 공모전은 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목표로 맞춤형 지원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글로벌 융·복합 콘텐츠 △차세대 게임 △캠페인 세 분야로 나눠 4월 22일까지 모집한다.

“해외 마켓 진출 등으로 사업화 강화”

강명신 센터장은 “최근 주한 덴마크 대사관의 ‘이노베이션 센터’ 관계자들이 우리 센터를 방문했다. 덴마크의 이노베이션 센터는 전 세계 6개 센터 중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중국 상하이 등과 함께 서울 지역을 포함시켰다. 이를 봐도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한류로 대표되는 우리 영향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우리 콘텐츠산업을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강명신 문화창조융합센터장. 사진 = 안창현 기자

과학기술과 인문학-문화가 다양한 형태로 융·복합된 콘텐츠들이 앞으로 문화콘텐츠 산업의 대세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또한 여기에 대비해야 할 것이고, 문화창조융합센터의 역할 또한 여기에 있다.

“센터에서 다양한 분야의 멘토와 멘티들이 만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보다 많이 구체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런 콘텐츠의 씨앗이 만들어지면 문화창조융합벨트 내의 다른 기관들과 연계해 건강한 문화콘텐츠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 센터장은 말했다.

즉, 센터가 문화콘텐츠 분야의 우수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문화창조아카데미는 창작자들을 육성하고, 그렇게 완성한 콘텐츠를 K-컬처밸리 등에서 선보이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물론 실제 현장에서 융·복합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각 장르별 간극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한 분야의 창작자가 다른 분야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종 분야 간, 장르 간 열린 자세를 가지고 소통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향후 문화창조융합센터는 멘토링 프로그램과 함께 창작자들의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할 예정이다. 강명신 센터장은 “글로벌 문화콘텐츠 육성기관의 기능을 충실히 해 투자자 연결, 플랫폼 확보, 해외 콘텐츠 마켓 진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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