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조선 시대 최고의 화가, 백성들의 삶을 해학과 풍자로 그려낸 풍속화가로 잘 알려진 단원(檀園) 김홍도 탄생 270주년, 서거 210주년을 기념해 출간됐다.
김홍도는 평생 정조의 총애를 받은 국왕 직속 화원이었으나, 정작 조선왕조실록에는 단 세 개의 기록만이 전한다. 왕의 초상을 세 번이나 그렸지만, 영예로운 ‘어용화사’는 아니었으며, 도화서 화원 중 상위 10명이 선발돼 화원으로서 최고 대우를 받은 ‘자비대령화원’ 명단에도 김홍도의 이름은 빠져 있다. 그럼에도 그는 정말 조선 최고의 화가였을까?
왕부터 백성에게까지 고루 인기를 끈 김홍도의 풍속화는 사실 정조의 명에 의해 그려진, 왕에게 바치는 민생 보고서였다. 김홍도는 왕명을 받아 백성의 삶을 밀착 취재·보도하는 수석 엘리트 기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정조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정조의 가장 의미 있는 날들을 그리기도 했다.
이 책에는 김홍도와 당대에 함께 활약한 걸출한 인물들이 많이 소개된다. 백성과 함께 개혁을 추진하던 정조 곁에서 군신의 의리가 무엇인가를 보여준 채제공과 정약용, 붓끝으로 맺어진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간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ㆍ심사정을 비롯해, 산행가 정란, 그의 선후배 동기인 장혼ㆍ김응환과 이인문을 비롯한 많은 기인과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서나 한 인물의 평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자신을 알아주며 애민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주군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바친 한 예술가의 삶을 통해, 오늘의 정치 현실과 의리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재욱 지음 / 2만 원 / 살림 펴냄 / 2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