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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어버이연합, 전관예우, 가습기소독제… 미국식 ‘일벌백계’면 되는데 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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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16.05.11 12:17:27

▲(jtbc 화면 캡처)

자동차를 타고 가다 나눈 대화다. 

A: 앰뷸런스가 지나가면 좀 확확 비켜주지, 왜들 저리 못이기는 척 비켜주나? 
B: 앰뷸런스 운전기사들이 환자가 없는데도 속이는 경우도 있다니까 못 믿어서 그렇지.  
A: 그건 간단히 해결할 수 있거든? 어떤 계기에 ‘속인 앰뷸런스 운전기사’가 적발되면 엄벌에 처하는 거지. 범인이 제대로 걸렸을 때 만인이 보도록 왕창 혼내주면 정말로 사회적 경종이 되거든. 그럼 앰뷸런스 기사들은 속이고 싶더라도, “한 번 잘못하다 걸리면 인생이 아작 나는데…”라면서 주저하게 될 거고, 그러면 승용차 운전자들도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미국이나 독일에서처럼 100% 믿고 열심히 길을 비켜줄 수 있게 되는 거지.

A가 말한 일벌백계주의, 즉 “한번 제대로 걸리면 죽인다”가 미국의 사법원칙이다. 다 같이 잘못하더라도 ‘재수 없게 나만’ 걸리면 정말로 큰 고생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나를 잡은 경찰에게 “다른 사람도 다 잘못했는데 왜 나만 잡느냐?”고 어필해봐야 소용없다. 그럼 경찰이 이렇게 말한다. “다 같이 잘못해도 그 중 한 사람을 잡아 벌을 주는 게 경찰의 역할인 거 모르나?”

그래서 미국에서는 다른 사람이 다 법을 어긴다고 나도 어겼다가는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나만 걸리면 나만 만인환시리에(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범 케이스로 박살이 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벌백계주의는 당연히 한국에도 있다. 이른바 “한 놈만 팬다” 주의다. 기강을 잡을 때 잘못한 모든 사람에게 벌을 줄 필요는 없다. 그 중 단 한 사람만 확실하게 패주면, 기강이 확 잡힌다. 

미국의 존슨앤존슨이 활석 원료를 잘못 썼다고 600억~800억 원이라는 상상초월의 배상금을 피해자 개인에게 물어주도록 한 미국 법원의 결정이 바로 이런 일벌백계주의에 해당한다. 사회와 기업 전체가 놀라 자빠질만한 고액 벌금을 매겨 경종을 땡땡땡 울리면서, 그 효과를 즐기는 방식이다. 

이런 일벌백계주의는 경제적이다. 일일이 조사하고 적발하는 데 돈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속이는 앰뷸런스를 적발하느라 바쁜 교통경찰관들에게 성가신 '앰뷸런스 불시 조사'를 시킬 필요도 없다. 그냥 놔뒀다가 어떤 계기로 위반 운전기사가 떠오르면 그때 되게 혼을 내면 되기 때문이다. 추가로 돈 안 들이면서 사법 효과는 최대로 거두는 방법이다.

미국 따라하기, 좀 제대로 하면 안 되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비리 보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어버이연합에 대한 전경련의 이상한 자금 지원, 100억 단위 돈이 마치 주머닛돈처럼 오가는 법조 비리(전관예우),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역시 ‘소비자 하기 참 힘든 나라’임을 보여주는 옥시 가습기 소독제 비극 등이 줄이어 보도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jtbc의 손석희 앵커는 5월 10일 저녁 뉴스에서 이런 멘트를 했다. “저희가 지난 3주 동안 계속해서 어버이연합과 전경련 등의 이상한 커넥션을 보도해 왔지만 아직도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단독 보도를 한다”라고. 

어버이연합, 전관예우, 옥시 등의 비리를, 일벌백계 방식 즉 ‘한 놈만 죽도록 패기’ 방식을 통해 앞으로 상당 기간 근절할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도 이를 그냥 놓칠 셈인가? 미제라면 모든지 다 좋다고 하는(그래서인지 어버이연합의 로고는 태극기와 성조기의 결합이다) 한국에선, 왜 미국식 사법원칙, 일벌백계주의가 통하지 않고, 그저 항상 권력형-재벌형 범죄에는 솜방망이만 휘둘러지는지… 사대주의도 하려면 좀 제대로 합시다~. 

▲(jt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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