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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뱀파이어와 천재소년의 부르짖음 "마마!"

사랑받고 싶었던 두 남자의 세레나데 '마마 돈 크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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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5호 김금영 기자⁄ 2016.05.27 17:39:07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영겁의 시간을 사는 드라큘라 백작(뒤, 이충주 분)과, 그를 만나기 위해 타임머신을 만든 프로페서V(최영수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사진=페이지원, 알앤디웍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너무 뛰어난 머리로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천재소년. 소년은 그래서 늘 혼자일 수밖에 없었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소위 친구들 사이의 재수 없는 계열.


그런 소년에게 사랑하는 두 여자가 있었다. 엄마와 연상의 그녀 메텔. 하지만 소년은 두 여자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한다. 아빠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던 엄마는 아빠와 꼭 닮은 소년을 부담스러워하며 매일 눈물만 흘린다. 그리고 메텔은 어린 소년을 꼬맹이 취급할 뿐이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계속 외로워하던 소년. 프로페서V로 성장한 소년은 마침내 타임머신까지 만들어낸다. 누구나 사랑할 만한 매력적인 남자가 되기 위해. 자신의 롤모델인 과거 시대 뱀파이어를 만나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이 거창한 일들이 소년에겐 오로지 사랑받고 싶은 몸부림에서 비롯됐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2015년 세 번째 공연 당시 4회 이상 관람자 550여 명, 재관람율 79%를 기록한, 꾸준히 사랑 받으며 재연되는 뮤지컬이다. 치명적인 매력을 소유했지만 끝없는 고독을 간직한 드라큘라 백작과, 그런 백작에게 매혹돼 뱀파이어가 되는 길을 선택해버리는 프로페서V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충주가 드라큘라 백작 역으로 열연 중이다. 치명적 매력의 백작을 잘 소화했다는 평이다.(사진=페이지원, 알앤디웍스)

실상 뱀파이어의 고독에 대해 다루는 콘텐츠는 수도 없이 많다. 출중한 외모에 영겁의 시간을 살며 초능력까지 보유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어 고독한 존재이니까. 10대가 열광한 영화 ‘트와일라잇’은 이런 뱀파이어에 관한 판타지를 한껏 충족시키며 사랑받았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에서도 이런 뱀파이어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극 중반에 이르러서야 첫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충주가 연기한 백작은 섹시하다 못해 뇌쇄적이고 퇴폐미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마마 돈 크라이’에는 흔한 뱀파이어 이야기에 대한 변주로 프로페서V가 있다. 극의 중반에 이르기까지 무대를 채우는 것도 프로페서V다. 이 역할을 허규가 톡톡히 해낸다. 첫 등장 당시 그는 매우 천진난만하다. 책을 단숨에 읽어버리고, 어린 나이에 대학 교수까지 맡으며, 외적으로 매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늘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와, 창문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메텔 때문에 고독하다. 그래서 하루 종일 프로페서V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마마 돈 크라이”. 뱀파이어의 고독보다 인간 프로페서V의 고독이 강하게 느껴진다.


“사랑받고 싶어” vs “사랑하지 말라니까”


또 흔한 뱀파이어 물에서 뱀파이어는 자신의 능력을 원하는 이성에게 뱀파이어의 고독을 이야기하며 거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 뮤지컬에서 이런 능력을 원하는 건 아름다운 여인이 아닌 프로페서V다. 드라큘라 백작도 어쩐지 프로페서V를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아무도 사랑하지 말라”고 경고할 뿐이다.


뱀파이어가 된 프로페서V에게 여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메텔도 드디어 그를 돌아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 하지만 보름달이 뜰 때 피를 마셔야 하는 존재가 돼버린 프로페서V는 메텔에게 다가갈 수 없어 더욱 고독해진다. 그리고 엄마의 눈물도 멈추지 않는다. 그때 프로페서V의 곁에 있을 수 있는 단 한 명의 존재, 드라큘라 백작은 비웃는 듯 말한다. “내가 아무도 사랑하지 말라고 했잖아.”


극 초반엔 프로페서V가 혼자 “마마 돈 크라이”를 부르짖었지만 후반엔 드라큘라 백작도 함께 한다. 두 인물 모두 겉은 화려하다. 드라큘라 백작에겐 사랑하는 구걸하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프로페서V는 어린 나이에 성공을 거뒀다.


▲허규는 극 중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천재 프로페서V를 연기한다.(사진=페이지원, 알앤디웍스)

하지만 백작은 주변 사람들을 모두 먹어치워야 했고, 프로페스V는 사랑 받고 싶은 마음, 엄마의 눈물을 그치게 하고 싶은 마음에 뱀파이어의 길을 선택했지만 이젠 자신까지 눈물을 흘리게 됐다. 그저 사랑을 갈구했던 두 인물이 외치는 “마마 돈 크라이”는 더욱 처절한 “나를 사랑해줘”로 들린다.


이 애틋함을 살리는 구성으로 2인극이 동원됐다. 2인극은 단조로울 수 있어 자칫하면 지루해진다. 특히 10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만큼 배우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드라큘라 백작 역의 이충주와 프로페서V 역의 허규는 캐릭터에 잘 녹아들며 몰입도를 높인다. 수많은 대사에 유머도 녹여,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분위기에 반전을 준다. 2010년 초연 때와 비교하면 갈수록 무게 중심을 잘 잡아가고 있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소극장 공간을 잘 활용한 무대 구성이 돋보인다.(사진=페이지원, 알앤디웍스)

또 몰입도를 높여 주는 것이 무대 구성이다. 소극장 규모에 화려한 대형 세트를 들여놓을 수는 없지만, 1층부터 3층까지 한 무대 위에 층을 분리해 드라큘라의 공간과 프로페서V의 공간을 구분한다. 엄마와 메텔의 존재는 조명을 통해 드러낸다. 프로페서V에게 사랑이자 빛, 뱀파이어가 돼 이제는 다가갈 수 없는 광명의 존재를 상징한다.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음악, 특히 전반적으로 계속 흘러나오는 “마마 돈 크라이”는 극이 끝나고 나서도 귓가에 맴돈다.


대중적인 소재의 뱀파이어를 식상하지 않게 사용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공연이다. 또 이충주와 허규를 비롯해 송용진, 최재웅, 박영수, 김호영, 강영석, 고영빈, 김재범, 임병근, 이창섭까지 여심을 뒤흔드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극에선 사랑을 갈구하며 몸부림치지만,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는 무대 안팎의 이중주다. 공연은 유니플렉스 2관에서 8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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