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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연극 '사랑일까?' 4인방] "이성 고통 대신 당해보는 사랑"

정가호·강보라·김보람·이원선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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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9호 김금영 기자⁄ 2016.06.24 13:30:14

▲연극 '사랑일까?'의 주역 4인방 (왼쪽부터)이원선, 김보람, 강보라, 정가호.(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웹툰 열풍이 거세다. ‘무한도전’도 여기에 합류했다. 최근 윤태호, 주호민, 무적핑크, 이말년, 기안84, 가스파드 등 인기 웹툰 작가들과 무한도전 멤버들이 호흡을 맞춰 웹툰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6월 25일부터 이 웹툰을 차례차례 연재할 예정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다.


웹툰 열풍은 이제 그 말이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현대인의 삶에 많이 들어와 있다. 과거엔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여기에 스크린 톤을 붙이는 문하생들이 만화가를 꿈꿨다면, 이젠 태블릿으로 쓱쓱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웹툰 작가를 꿈이라고 말한다. 웹툰 시장도 커졌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5년엔 4200억 원으로 추산됐고, 2020년이 되기 전에 1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인기 사업에 뛰어 들려는 업체들이 눈에 불을 켰다. 하지만 커진 시장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이제 ‘웹툰’ 자체로는 이제 차별화가 될 수 없기 때문. 따라서 스토리가 중요하다. 독자를 몰입시키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웹툰 작가가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르고, 또 이 웹툰이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되며 돈벌이와 부가 가치 창출을 한다.


여기 인기 반열에 올랐던 웹툰이 하나 있다. 남지은, 김인호 작가가 2012~2013년 연재한 ‘사랑일까?’는 평균 평점 9.9를 기록하며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리고 2016년 무대에서 관객을 다시 만날 준비를 마쳤다. 여우별컴퍼니가 연극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대학로 브로드웨이아트홀 3관에서 6월 24일 개막한다.


▲공연을 앞두고 대본 리딩 연습이 한창인 배우들(왼쪽부터 강보라, 김보람, 정가호, 이원선)의 모습. 대사를 맞추는 것은 물론 의견 교환까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었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체적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영화배우 데뷔 전철을 밟는 중인 패션 쇼핑몰 CEO 예지웅, 그리고 그를 인터뷰 하러 온 수습기자 채두경. 첫 만남에 느낀 서로의 인상은 최악이다. 그런데 머리를 크게 부딪친 이후로 남자는 여자의 신체적인 고통, 여자는 남자의 심리적인 아픔을 대신 느끼게 된다. 가령 여자가 자신의 뺨을 때리면 남자의 뺨이 아프고, 남자가 슬프면 여자가 대신 슬퍼진다. 이른바 고통 맞교환. 앙숙과 자신의 고통을 공유한다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한 두 남녀. 처음엔 최악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호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판타지와 로맨스를 결합한 이 이야기가 무대에서 새롭게 탄생한다.


무대에서는 김보람, 이원선, 정가호, 강보라가 이 웹툰의 주인공들로 분한다. 정가호가 까칠한 듯 보이지만 사랑했던 여자를 잃은 아픔을 간직한 예지웅, 김보람은 덜렁거려 늘 다치기 일쑤지만 천성이 밝고 사랑스러운 채두경 역을 맡았다. 이원선과 강보라는 극 중 다양한 역할로 분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원선은 예지웅의 친한 형이자 ‘소박한 만화가게’를 운영하는 허석, 그리고 예지웅의 선배이자 라이벌인 송준비로도 분한다. 강보라는 채두경의 친한 동생, 그리고 예지웅을 짝사랑하는 쇼핑몰 디자이너 김효정을 연기한다.


개막 전 연극 ‘사랑일까?’ 연습실을 찾았다. 이들은 한창 대본을 읽으며 의견 교환에 여념이 없었다. TV나 드라마 쪽으로는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았기에 일반 대중에게는 이들이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로를 자주 찾는 이들에겐 매우 친근한 얼굴이다. 대학로 무대를 휩쓸고 있는 이른바 ‘대학로 어벤져스 4인방’이니까.


로맨스에 ‘고통 맞교환’ 판타지가 섞이면?


▲연극 '사랑일까?'의 한 장면. 여주인공 채두경(오른쪽, 김보람 분)의 신체적 고통을 남주인공 예지웅(정가호 분)이 대신 느끼게 되는 상황이 전개된다.(사진=여우별컴퍼니)

김보람은 11년차, 이원선은 9년차, 정가호는 8년차 배우다. 대학로의 수많은 무대에 서 왔다. 특히 김보람은 ‘시간을 파는 상점’ ‘임이랑 지우기’ ‘불어라 로맨스’ ‘애정빙자사기극’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대학로 로맨틱 코미디의 대표 히로인이다. 이원선은 대학로 대표 멀티배우로 꼽힌다. 2015년 드라마 ‘최고의 연인’으로 배우 생활을 첫 시작한 강보라는 올해 첫 정식 연극 무대 데뷔이긴 하지만 포부가 당차다. 정가호는 시크한 매력으로 여성 관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이렇듯 각기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던 이들이 웹툰 ‘사랑일까?’에 모였다.


“저는 원래 웹툰을 잘 안 봐요. 그런데 2~3년 전쯤 주변에서 정말 재미있다고 추천을 해줘서 봤던 게 이 웹툰이었어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이 공연 제의를 받았을 때 ‘어? 나 이 웹툰 봤었는데?’ 하며 반가운 마음이 앞섰죠. 당시 다른 공연 제의도 받았었는데 창작극에 대한 열정으로 이 공연을 선택했어요. 창작극은 작업은 힘들지만 늘 제 가슴을 뛰게 하거든요.” (김보람)


다른 배우들도 스토리에 이끌려 작품을 선택했다. 또 무대에서 차별화를 지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단다. 이들은 “배우들 간의 호흡을 잘 살린다면 영화나 드라마보다 연극 무대에서 더 흥미롭게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냥 로맨스는 진부할 수 있다. 그런데 로맨스에 판타지가 결합됐을 때 대중은 열광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드라마 ‘또 오해영’에도 에릭이 미래를 보는 판타지가 펼쳐진다. 더욱 환상 같이 아름답게 꾸며지는 사랑 이야기에 대중은 흠뻑 빠진다. 그만큼 로맨스를 꿈꾸는 것일까? 그 설정이 ‘사랑일까?’에도 있다.


▲연극 '사랑일까?'는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여자의 신체적 고통을 대신 느끼는 남자, 그 남자의 심리적 아픔을 대신 느끼는 여자가 만나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극 중 (왼쪽부터)강보라, 정가호, 이원선이 열연 중인 모습.(사진=여우별컴퍼니)

그런데 이를 풀어내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특히 중요한 게 타이밍이다. 채두경이 어디 부딪힐 때 동시에 예지웅이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완벽하게 연출돼야 한다. 1초라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관객의 몰입을 깰 수 있다. 극 중 예지웅이 채두경의 생리통을 느끼는 장면도 있다. 남자배우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이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여배우들과 수차례 소통을 거쳐야 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강보라는 막내 배우로서의 고충도 있었다. 분명 장르는 로맨스인데 연습실에서는 거친 몸의 움직임이 가득했다.


“연기할 때 언니(김보람)를 정말 세게 때려야 하는 장면이 있어요. 완전 ‘짝’ 소리가 크게 나게요. 그런데 극 중 언니는 아픔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태연한 척 있어야 하거든요. 또 그 타이밍에 오빠(정가호)가 정확히 소리를 질러야 하고요.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에 제대로 때리지 못하거나 타이밍이 어긋나서는 안 돼서 이 점이 힘들었어요.” (강보라)


마치 액션 장면을 찍을 때의 합 같이 타이밍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다. 김보람은 멍 자국을 보여줬다. 팔뚝, 다리가 멍 투성이었다. 그가 맡은 채두경은 항상 덜렁대면서 여기저기 부딪히고 넘어지기 일쑤인 캐릭터라 공연 내내 무대에서 온몸을 굴러야 한다. 하지만 멍을 보여주며 배시시 웃었다. 아픔보다 설렘이 가득했고, 또 자신감이 있었다. 인기 원작이 있기에 비교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배우들에게 가득하다.


웹툰과의 차별화? 배우들 간의 액션 같은 합


▲이 공연은 배우들 사이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 맞고 소리지르는 타이밍이 정확히 일치해야 해서 액션 장면과 같은 합은 필수다. 사전에 호흡을 배우들이 맞춰보고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이 작품을 처음으로 올리는 게 우리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대학로에 로맨틱 코미디가 만연하지만, 판타지를 결합한 이 소재를 잘 살린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웹툰과의 차별화도 있어요. 웹툰처럼 장소를 휙휙 전환하지는 못하지만 인물 등장 수가 훨씬 많아지며 지루함을 덜었어요. 채두경이 아픔을 잘 못 느낀다는 걸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카페 점원, 택배 기사, 인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죠. 시각과 청각을 극대화시키며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게 무대 공연만의 차별점입니다. 또 관객과의 호흡도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에요.” (이원선)


정가호 또한 “이 작품은 소설과 웹툰이 원작이에요. 소설 4권 분량을 1시간 반으로 함축해서 표현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죠. 창작 초연이라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디어 충돌이 있기도 했고요”라고 고충을 밝혔다. 이어 “그런데 소재만큼은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예전에 사랑받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남녀의 성별이 바뀌는데, 여기는 고통이 바뀌는 판타지적인 요소에 사랑이 어우러지잖아요? 재미있는 설정 속 사랑이 점차 꽃피는 과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려 합니다”라며 작업 과정을 덧붙였다.


배우들이 원작 속 캐릭터를 연기하긴 하지만, 개개인의 특색이 묻어나다보니 원작과는 또 다른 캐릭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각색을 맡은 김진아 작가는 “원작 웹툰 팬들이 있어서 처음엔 원작과의 싱크로율 따지기에 바빴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꼭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이라 하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게 좋을 것이라 결정했다”고 털어 놓았다. ‘사랑일까?’팀은 캐릭터 구축에 있어서 배우와 연출, 작가까지 한자리에 둘러 앉아 의견 교환을 했다. 각자 개성을 살린 캐릭터들이 순수한 사랑에 초점을 맞춰서 연기한다.


▲연극 '사랑일까?'는 대학로 여우별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공연 공식 포스터는 원작 웹툰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사진=여우별컴퍼니)

관객들과의 첫 만남이 무척 기대대고 설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도 이들은 말했다. 열정이 모이고 또 모였지만 초연이라서 늘 하루하루 아쉬운 점이 있기 마련. 하지만 “관객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겠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배우로서도 이 공연을 통해 추후 ‘건강한 배우’ ‘계속해서 배우는 배우’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배우’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무대에서 만화 같은 일이 펼쳐지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배우들에게는 저 역할 해보고 싶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고, 관객들은 ‘나도 사랑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까지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싶어요. 인기 웹툰의 새로운 재탄생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웹툰 원작 작가는 자신의 아이가 아플 때 자신이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작품이 시작됐다고 한다. 웹툰으로 시작됐던 달달한 로맨스와 사랑이 주는 감동이 연극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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