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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매직컬 '더 셜록']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다니 제법이군"

최현우 마술사, 뮤지컬 결합한 마술쇼에 관객 참여 유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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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기자⁄ 2016.08.05 16:30:38

▲마술사 최현우가 매직컬 '더 셜록' 시즌 2로 돌아왔다. 뮤지컬과 마술쇼가 합쳐진 '매직컬'의 형식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준다.(사진=클립서비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훗, 당했군.” 최현우의 매직컬 ‘더 셜록’을 보고 혼자 중얼거렸다. 필자는 의심이 많다. 누군가 초인종을 울려도 숨을 죽이고 인터폰을 감시하고, 길거리를 걸을 때도 주위를 경계하고 의심하며 조심히 발걸음을 옮긴다. 사람의 말도 잘 믿지 못한다.


공연장에 입장할 때도 그랬다. 어릴 적 봤던 마술쇼는 신기했지만, 이후 그 마술의 트릭을 속속들이 공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본 뒤 마술에 대한 환상이 깨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눈으로 트릭을 포착해 주겠어’ 하는 괜한 혼자만의 경쟁 심리에 빠졌다.


그런데 공연 시작 전부터 웃음이 빵 터지면서 살짝 경계를 늦추기 시작했다. 모니터에 비치는 관객들 얼굴에 재미있는 글들이 써지며, 관객과 소통하는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됐다. 이후 최현우를 통해 들었는데, 여기에 실시간으로 써지는 말들은 모두 그가 구상한 시나리오 중 한 부분이다. 어떤 관객층이 올지 미리 예상한 뒤 그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질문이나 농담 등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다 짜놓은 것이다. 그 예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재미있는 질문들이 관객에게 쏟아진다.


이때부터 이미 최현우는 관객을 현혹시킬 준비를 제대로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찌 의심의 눈초리가 필자뿐일까. 무대 위에서 마술 하나가 펼쳐지면 토론이 벌어지곤 한다. 이쪽에 있던 최현우가 갑자기 저 멀리서 등장한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옆 사람을 마구 치기 시작한다. 이때 최현우는 말한다. “옆의 남자친구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남자친구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리고 “의심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의심을 하고 있는 순간부터 이미 당신은 속았지롱~” 하며 관객을 들고 놓는 마술이 공연장에 펼쳐진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더 셜록’은 올해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마술이 추가돼 기존 공연을 본 사람도 즐길 수 있게끔 했다. 그리고 평범한 마술쇼가 아닌, 뮤지컬과 결합된 ‘매직컬’임을 내세운다. 구성도 뮤지컬 같다. 한 번 마술을 보여주고, 다음 마술을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큰 스토리가 있다.


▲공중 부양, 순간 이동, 신체 분리, 탈출 등 다양한 마술이 '더 셜록'에 펼쳐진다. 특히 올해 공연에서는 대규모의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마술이 눈길을 끈다.(사진=클립서비스)

공연은 코난 도일의 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다. 최현우는 무대 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셜록으로 분한다. 그리고 무대를 풍부한 성량으로 채우는 뮤지컬 배우가 범인 역할로 극 중간마다 등장한다. 신기한 마술을 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바로 이 배우의 열창이 또 가슴을 관통한다.


하지만 역시 공연의 중점은 마술이다. 최현우는 마술을 할 때가 가장 신나 보이고 멋있다. 공중 부양, 순간 이동, 신체 분리, 탈출 등 다양한 마술이 펼쳐진다. 특히 올해 공연에서는 대규모의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마술이 눈길을 끈다. 1500여 명의 관객 전체가 참여하는 마술이다. 최현우가 시키는 대로 하나하나 과정을 따라가던 관객들은 자신의 손에서 마술이 펼쳐지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탄성을 내지른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이때가 최현우가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한다.


관객 참여 마술에서도 느껴지듯 최현우는 관객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아이와 공연을 보러 와서 팔짱을 낀 채 마치 감시를 하듯 공연을 쏘아보던 아버지가 그의 손에 이끌려 무대로 나가고, 마술 도우미가 되기도 한다. 신나는 춤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관객들은 최현우와 같이 범인을 쫓는 역할을 하면서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간다. 최현우가 “내가 이렇게 하겠다” 하는 식보다는 관객에게 선택권을 주고 “어떻게 하겠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관객을 꾸준히 극에 몰입하게 하고, 나중에 범인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는 함께 범인을 잡은 듯한 희열감까지 느끼도록 한다.


최현우는 이번 공연을 위해 수많은 대본의 대사를 하나하나 쓰고,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마술도 새롭게 연구했다고 한다.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이 참여하는 시간에는 특히 돌발 상황이 많이 벌어지는데, 이 자체가 무대에서는 하나의 스토리와 추억이 되고, 그 스토리가 마술이 주는 신기함을 더욱 극대화 시킨다.


그래서 그저 그런 마술쇼로 보기보다는, 이 공연은 집중을 요하길 권한다. 이전 최현우가 인간의 심리학에 대해 다룬 ‘더 브레인’을 봐서도 알 수 있듯, 최현우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인간 심리의 극적인 변화를 잘 다루는 전문가다. 마술을 보여준 뒤 “신기하죠?” 하고 끝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가 얼마만큼 쉽게 조종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도 하게 한다.


이 심리 싸움에서 최현우에게 제대로 KO패를 당했다. ‘마술은 다 현란한 속임수’라고 공연장에 들어섰다가 어느덧 가장 신나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의심이나 괜한 경쟁 심리는 제쳐두고 간만에 어릴 적 봤던 마술쇼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마법 같은 순간들을 믿고 싶어졌다. 최현우의 마술이 확실히 한 사람의 심리 변화를 일으킨 데는 성공했다. 공연은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8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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