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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80대 황용엽·민경갑 “초심(初心)으로”

슈페리어 50년 기념전서 화업 돌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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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0호 김금영⁄ 2017.06.13 18:06:43

▲(주)슈페리어 창립 50주년 기념 특별전 ‘초심’에 참여하는 황용엽(왼쪽), 민경갑 작가.(사진=슈페리어 갤러리)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초심(初心)으로 돌아간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골프웨어 브랜드 슈페리어의 김귀열 회장이 말했다. 그가 초심을 외친 장소는 슈페리어 갤러리다. 그는 왜 이곳에서 초심을 외쳤을까.


슈페리어 갤러리는 사람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사회 공헌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슈페리어는 이 갤러리뿐 아니라 골프박물관 등을 만들어 기업과 문화의 접점을 만드는 데 노력해 왔다.


▲‘초심’전 현장의 (왼쪽부터) 민경갑 작가, 김귀열 슈페리어 회장, 황용엽 작가(사진=슈페리어 갤러리)

김 회장은 “사실 그림에 대한 조예는 깊지 않다. 나는 그저 골프 옷을 열심히 만들어 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50년이 흘렀더라”며 “그런데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그 치열한 열정이 옷을 열심히 만들어 온 내게 깊은 감명을 줬다. 뭐든 한 분야에서 열심히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50년이 흘러서 일이 익숙해진 내게 작가들의 그림은 다시금 일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떠오르게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시명 또한 ‘초심’이다. 원로 작가 황용엽, 민경갑이 참여했고,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이 기획에 참여했다. 김윤섭 소장은 “이번 전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자생 브랜드인 슈페리어는 50년을 자력으로 걸어오며 세계무대를 개척했다. 그런데 이건 미술계와도 연관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한국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 현대미술이 시작된 지가 약 50~60년 됐다. 그 시기가 슈페리어와도 비슷하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어온 의지가 미술계와 통한다”며 “그래서 미술계와 슈페리어 사이의 의의를 찾다가 초심을 발견했다. 뿌리와 근간을 살피고 시발점을 돌아보자는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또 다른 50년을 이어가자는 의지에서 ‘초심’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황용엽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모습. 황용엽은 ‘인간’ 테마의 작품들을 선보인다.(사진=슈페리어 갤러리)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화단의 80대 노장 작가 황용엽과 민경갑 또한 초심을 돌아보는 자리가 됐다. 전시는 두 작가의 50년 작업을 돌아봄과 동시에 근작까지 다루며 이들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먼저 황용엽은 자신의 그림에 대해 “일단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림은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살아 온 과정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말해주기도 한다. 어린 시절 일제 치하에 학교를 다녔고, 해방 후에는 김일성 치하의 공산주의 사회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러다 전쟁이 터져 군대에 들어갔고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내려와 자유분방한 사회에서 또 학교를 다녔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황용엽, ‘인간’. 캔버스에 유채, 80.3 x 65.1cm. 1976.(사진=슈페리어 갤러리)

이 지난한 삶의 과정이 모두 화면에 담겼다. 황용엽은 “다른 그림은 그릴 수 없었다. 내 삶 자체를 다 이야기하기에도 화면이 모자랐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다보니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자신의 그림 인생을 돌아봤다.


황용엽의 그림을 보면 사람이 중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품명 또한 ‘삶 이야기’ ‘인간’이다. 그리고 여기에 역삼각형 형태의 얼굴을 지닌 사람 등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물이 꼭 등장한다. 김윤섭 소장은 “황용엽 작가의 작품 속 메인테마는 ‘인간’이다. 여기에 우리 전통 문양도 담아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 그의 작품을 통해 치열하게 살아온 작가의 삶을 느낄 수 있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 또한 돌아보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화면의 중심에 인간 그리는 황용엽과
“오늘 그리지 않으면 전직 작가”라는 민경갑


▲황용엽, ‘삶 이야기’. 캔버스에 유채, 162.2 x 130.3cm. 2014.(사진=슈페리어 갤러리)

민경갑의 화면에는 자연이 있다. 황용엽이 인간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민경갑은 그 인간을 항상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존재에 관심을 뒀다. 또한 자연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아름다운 상생의 공존을 이뤄낼 것인지 이야기하는 동양의 조화로운 사상을 화면에 담았다. 김윤섭 소장은 “민경갑은 한국화의 현대적 재해석 작업을 1960~1970년대에 이미 시작했다. 산을 모티브로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화폭에 담으며 본인만의 색깔 또한 구축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경갑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그림 철학에 대해서도 풀어놓았다. 그는 “정말 유명한 화가가 어제까지 그림을 그리고 오늘 그리지 않는다면 과연 작가인가?” 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의 답은 이렇다. “그러면 전직 작가가 된다.” 민경갑은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이 작가다. 그런데 또 그냥 그려서는 안 된다. 창작을 수반하지 않으면 화공이 된다. 작가는 화공이 돼선 안 된다. 그래서 항상 초심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가 천시하면 안 된다. 현재 미술계는 편중된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 후배들에게 우리 전통 미술에 대한 긍지와 자긍심을 갖고 뿌리를 잃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민경갑 작가는 자연과 인간과의 공존을 화면에 풀어놓는다. 그의 작품이 설치된 전시장.(사진=슈페리어 갤러리)

김윤섭 소장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두 작가의 공통점을 ‘초심’으로 정리했다. 김 소장은 “작가적인 맥락에서 두 작가는 순수 노동력을 아끼지 않은 치열한 화면을 보여준다. 작은 터치 하나까지 조수 없이 지금도 홀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민경갑은 작은 붓으로 수십만 번 작은 점을 찍어 화선지와 한 몸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황용엽 또한 구성과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해 온 두 작가의 의지와 열정에서도 비롯된다”고 짚었다.


슈페리어는 ‘초심’전을 통해 나아갈 방향을 밝혔다. 슈페리어 갤러리 측은 “기업이 돈을 벌려 했다면 이 공간에 갤러리를 만들지 않고 임대업을 해도 된다. 그런데 기업의 사회 공헌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특수층만이 공유하는 문화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슈페리어 갤러리가 만들어졌다”며 “문화를 위해 작가들, 갤러리, 수요자들의 역할이 있다. 기업 또한 역할이 크다. 작품을 소장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같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전시뿐 아니라 직장인이 자유롭게 방문하는 티타임 시간 및 런치 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슈페리어 갤러리는 누구나 자유롭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갑, ‘자연과의 공존(Harmony with Nature)’. 화선지, 먹, 채색, 140 x 194cm. 1999.(사진=슈페리어 갤러리)

한편 이번 전시 연계행사가 다양하게 열린다. 김윤섭 소장과 함께 하는 현대미술 강연이 6월 30일과 7월 11일 열린다. 기업의 문화 공헌 사업으로 진행해 온 문화가 있는 날 ‘런치 앳 갤러리(Lunch at Gallery)’는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열린다. 전시는 슈페리어 갤러리에서 7월 26일까지.


▲민경갑, ‘잔상(殘像) 16-30’. 화선지, 먹, 채색, 112 x 194cm. 2016.(사진=슈페리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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