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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30년 외면 뒤 아내 사후 상속 요구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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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1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7.06.26 11:01:40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최근 가정법원에서 나온 화제의 판결이 있습니다.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이혼소송까지 제기하며 가족을 외면했던 남편이 아내가 사망하자 자신의 상속분을 달라며 자녀 3명을 상대로 소송까지 냈지만 사실상 패소”한 사건입니다. 

남편과 아내는 1975년 결혼 후 1982년부터 별거를 했고, 자녀 3명은 모두 아내가 양육했습니다. 남편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고, 아내에게 생활비를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다가, 아내가 거부하자 이혼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남편이 혼인 관계 파탄에 책임 있는 ‘유책배우자’임을 들어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두 사람은 별거를 계속했고, 결국 혼인관계증명서 상에만 부부인 상태가 계속됐습니다.

아내 장례식 불참 뒤 상속 재산 달라고?

아내는 2009년부터 투병생활을 하다가 2010년 5월 사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남편은 아내의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아내가 남긴 재산은 약 2억 8800만 원으로, 자식들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5년, 남편이 자신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자식들에게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합니다.

원래대로라면 남편의 상속분은 아내가 남긴 재산의 1/3입니다(3명의 자녀가 각각 2/9의 상속분을 가집니다). 이에 대해 자녀들은 모친이 남긴 재산 중 자신들의 기여분을 인정해 달라는 심판청구를 법원에 했습니다.

법원은 아내의 상속 재산 중 장녀와 장남의 기여분을 40%씩 인정하였습니다(총 80%의 기여분 인정). 남은 20%의 재산을 각자의 상속분대로 분할 하니, 남편에게는 1920만 원의 재산이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총 상속재산의 6.7%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 판결은 자식들의 기여분을 인정하여, 상속재산에 기여하지 못한 남편이 받을 상속재산 액수를 줄인 것입니다.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망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거나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자가 있을 때에 이를 상속분의 산정에서 고려하여 상속분을 가산하는 제도입니다. 우리 민법에서는 배우자를 제외하고(배우자에는 상속분을 50% 가산합니다), 다른 공동상속인 간에 상속분은 동일합니다. 이러한 상속분 제도의 예외가 기여분 제도입니다. 

기여분, 인정받기 쉽지 않아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상당한 기간 동안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경우 또는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경우에 해당해야 합니다. 상당한 기간 동안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경우라 함은 단순한 동거부양이 아니라 자녀 등이 일반적인 생계유지 수준을 넘는 자신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부모를 동거부양을 한 경우를 말합니다. 

▲오랜 세월 가족을 등진 무책임한 남자와, 버림받은 가족의 문제는 미국의 극작가 샘 셰퍼드의 작품 세계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연극 ‘트루 웨스트’나 그가 시나리오를 쓴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파리, 텍사스’, ‘돈 컴 노킹’ 등이 이러한 문제를 다룬다. 사진 = 샘 셰퍼드가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까지 맡은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돈 컴 노킹’의 포스터

즉 기여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부양을 할 것이 요구되는데, 일반적인 부모자식간의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으로는 기여자로 인정받기 어렵고, 배우자로서 일상적인 부양을 한 것도 특별한 부양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기여분은 모든 공동상속인의 협의에 의해 정해지지 않는 한 기여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결정합니다. 그런데 가정법원에 기여분 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상속재산분할청구나 분할을 위한 조정신청이 있어야 합니다. 기여분을 주장하면서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가 상속재산분할청구 없이 소송에서 기여분만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특히 상속재산분할청구 없이 다른 소송 등에서 기여분을 항변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가정법원은 상속재산분할청구 또는 조정 신청이 있기 전에는 기여분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에 말씀드린 판결에서는 자식의 기여분을 80%로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은 굉장히 예외적인 판결입니다. 남편의 장기간 별거가 있었고, 자식들이 어머니를 헌신적으로 부양했기 때문에, 자식의 기여분이 크게 인정된 것입니다. 통상의 일반적인 부양만으로는 기여분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만약에 집나간 남편이 아내에게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아내가 동의를 해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연히 남편은 상속을 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판결에서 인정된 6.7%도 주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자식들도 소송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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