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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 ‘러버덕’과 ‘컴패니언’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카우스: 홀리데이 코리아’ 프로젝트, 석촌호수 첫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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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8-599호 김금영⁄ 2018.07.25 14:05:57

석촌호수에 ‘카우스: 홀리데이 코리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된 카우스의 ‘컴패니언(COMPANION)’ 작품.(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러버덕, 슈퍼문에 이어 이번엔 카우스가 석촌호수에 떴다. 롯데 유통사업부문이 송파구청, 롯데물산, 큐레이터 AllRightsReserved와 함께 7월 19일~8월 19일 한 달 동안 잠실 석촌호수에 카우스(KAWS)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인 ‘카우스: 홀리데이 코리아(KAWS: HOLIDAY KOREA)’를 전시한다.

 

‘카우스: 홀리데이 코리아’는 카우스의 캐릭터를 28m(세로), 25m(가로), 5m(높이) 크기로 제작한 설치물이다. 카우스가 지금껏 제작한 조형물 중 가장 큰 크기의 조형물이자, 처음으로 수면 위에 띄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한 롯데그룹과 1년여의 협업을 거쳐 마련된 이 프로젝트는 석촌호수에서의 전시가 끝난 뒤 월드투어를 예정하고 있다.

 

미국 출신 팝아티스트 카우스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프로젝트가 화제가 된 건 그간 석촌호수를 거쳐 간 작품들 때문. 특히 2014년 가을 석촌호수는 유난히 들썩였다.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노란 고무오리 러버덕의 대형 설치물이 석촌호수에 설치됐다. 네덜란드 출신의 공공미술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힐링 프로젝트로서 러버덕을 작업했다.

 

무려 약 500만 명의 관람객이 러버덕을 보기 위해 석촌호수를 찾았고, 롯데그룹은 이 성과에 힘입어 2016년엔 미국 출신의 공공미술 작가 프렌즈위드유의 ‘슈퍼문’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하늘의 달이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콘셉트로, 특히 야경에 빛나는 작품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슈퍼문을 보기 위해 약 591만 명의 관람객이 석촌호수를 찾았고, 다음해엔 러버덕을 추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러버덕이 백조로 돼서 돌아왔다는 콘셉트의 ‘스위트 스완’ 프로젝트까지 이어졌다. 러버덕 프로젝트를 선보였던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다시 참여했고, 가족을 꾸리고 돌아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러버덕의 성장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이 프로젝트에는 약 65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카우스: 홀리데이 코리아’는 휴식을 주요 콘셉트로, 석촌호수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컴패니언 캐릭터의 모습을 구현했다.(사진=김금영 기자)

그간 프로젝트들의 성과로 석촌호수는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거듭났고, 올해엔 어떤 조형물이 석촌호수에 등장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미국 뉴욕 출신의 팝 아티스트 카우스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작업 초창기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했던 카우스는 프리랜서 애니메이터, 광고 디자인 등에 참여하며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9년 서브컬쳐가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에서 아트토이를 출시하고, 2006년 메디콤토이 사와 함께 아트토이를 출시하면서 아트토이 분야의 스타 작가로 자리매김 했다. 최근엔 디올 맨, 꼼데가르송, 유니클로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씨엘 등 인기 가수들이 카우스의 팬으로 알려졌다.

 

서브컬쳐를 기반으로 한 아트토이계의 유명 작가라는 점에서 그간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프렌즈위드유, 플로렌타인 호프만과는 다소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러버덕과 슈퍼문, 스위트 스완이 노란색, 흰색 등 밝은 색감을 사용하고 오리, 달, 백조 등 친근한 대상을 작업에 등장시켰다면 카우스는 인간미에 대한 탐구를 거쳐 온 자신의 대표 캐릭터 ‘컴패니언(COMPANION)’을 끌어 왔다.

 

귀여운 오리의 모습을 한 러버덕은 2014년 석촌호수의 스타로 떠올랐다. 네덜란드 출신의 공공미술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작업했다.(사진=김금영 기자, 롯데갤러리)

컴패니언은 친구, 동료를 의미하는 동시에 예술과 삶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존재로서 카우스가 만든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귀여움과 동시에 다소의 기괴함을 지니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마치 발랄함과 그로테스크함이 공존하는 팀 버튼 감독과 결이 비슷한 느낌이랄까.

 

캐릭터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 없었던 러버덕
이해 없이 그냥 보기엔 섬뜩할 수 있는 컴패니언

 

2016년 미국 출신의 공공미술 작가 프렌즈위드유의 ‘슈퍼문’ 프로젝트를 석촌호수에서 선보였다. 하늘의 달이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콘셉트로, 특히 야경에 빛나는 작품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사진=연합뉴스)

미키 마우스가 입고 있는 것과 유사한 큰 단추를 가진 바지를 입고 있고, 전체적으로 회색 톤의 어두운 색감을 지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X’자 모양의 눈이다. 이에 대해 카우스는 “X 모양의 눈은 내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작가로서 작업을 할 때 자신의 작업에 상징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X 모양으로 나타냈다. 뭔가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기보다는 내 시그니처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컴패니언 캐릭터는 그간 수많은 포즈를 취해 왔다. 눈을 가리고 우는 것처럼 앉아 있거나 다른 캐릭터에 힘없이 안겨 있는 자세 등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모습이 지치고 힘든 현대인에게 공감을 줬다. 이번 석촌호수 프로젝트에서는 호수 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를 카우스는 ‘휴식’이라고 표현했다.

 

플로렌타인 호프만 작가가 ‘스위트 스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2017년 진행됐던 ‘스위트 스완’ 프로젝트는 러버덕이 백조로 귀환했다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사랑을 이야기했다.(사진=롯데갤러리)

그는 “현대인은 정말 바쁘게 살아간다. 일상을 탈출해 세상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모습을 상상하며 컴패니언을 작업했다”며 “무념의 얼굴을 하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물 위를 유영하는 컴패니언을 통해 사람들이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런 컴패니언의 모습이 공개되자 흥미롭게도 반응이 갈렸다. 아트토이에 관심이 많고 카우스 작업의 분위기와 흐름을 알아 온 팬들은 일찌감치 컴패니언이 공개되던 첫날 작품을 보기 위해 석촌호수를 찾았다.

 

‘카우스: 홀리데이 코리아’ 프로젝트와 연계해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 아트토이 시리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사진=김금영 기자)

이번 프로젝트와 연계해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 아트토이 시리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19만 8000원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에도 컴패니언 피규어를 사기 위해 팬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며 사진을 연신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 중 20대 청년층이 주를 이뤘다. 팝업스토어를 찾은 한 고객은 “평소 카우스의 팬이었는데 석촌호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찾아왔다”며 “컴패니언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석촌호수에 드러누운 모습이 정말 귀엽더라”고 말했다.

 

반면 카우스의 작업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보였다. 거대 조형물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감에 눈은 X 모양을 하고 있어 “마치 익사체가 떠 있는 것 같다” “무섭다” “지난번 러버덕은 귀여웠는데 이번 건 잘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러버덕, 슈퍼문, 스위트 스완은 캐릭터에 대한 특별한 이해가 없어도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오리, 백조 등을 사용해 대중적인 호응도가 컸으나, 이번 카우스 작업의 경우 카우스 캐릭터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다소 필요하다. 또한 컴패니언이 누워 있다 보니 캐릭터의 전체적인 모습을 한눈에 보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앞선 프로젝트와 비교해 쓴소리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카우스:홀리데이’ 관련 피규어, 티셔츠 등 한정판 상품들이 전시된 모습.(사진=김금영 기자)

이런 반응에 대해 카우스는 “어떤 분의 의견이라도 환영한다. 다만 걱정하지 말라. 컴패니언 캐릭터는 수영을 할 줄 안다”고 익살스럽게 답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계속해서 공공미술에 참여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카우스는 “예술은 대중을 위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중에 예술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통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반응을 느끼기도 한다”며 “박물관 속 예술이 아니라 대중에게 다가가는 예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과거 일부 마니아들의 분야로 여겨졌던 서브컬쳐를 기반으로 한 문화가 주류로 우뚝 서고 있는 현 시대에서 보다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그만큼 작업에 대한 다양한 담론도 많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컴패니언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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