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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이신우 디자이너가 故 앙드레김에 감동했던 사연

롯데백화점 11개 갤러리, ‘예술과 패션’ 주제 아트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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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4호 김금영⁄ 2018.09.05 13:35:00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롯데백화점의 아트프로젝트가 관람객들을 만난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전국 11개 갤러리가 ‘예술과 패션’을 주제로 한 아트프로젝트 ‘LAAP(Lotte Annual Art Project): 경계없는 옷장’으로 하나가 된다. 롯데갤러리가 1979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통합의 장을 이루는 행사다.

 

성윤진 큐레이터는 “롯데갤러리가 11개 점에서 운영되다 보니 그만큼 많은 전시가 이뤄졌지만 통일성이 없다는 지적 또한 있었다. 롯데갤러리의 특성을 살린 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번 아트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화점에서 운영되는 갤러리의 특성을 반영해 아트프로젝트의 첫 주제를 패션으로 잡았다. 성 큐레이터는 “패션만큼 사람의 심리와 그 사람의 위치, 그리고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것은 없다는 큐레이터들의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또한 대중의 트렌드와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백화점 갤러리의 정체성이 패션과 맞닿아 있어 적합한 주제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패션을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눠 접근한다. ▲한국 패션의 황금기를 이끌며 ‘시대를 베는 칼’로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패션의 시기를 돌아보고 ▲‘옷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살피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등의 형태로 이어져 온 ‘스타일은 영원하다’는 콘셉트다.

 

‘시대를 베는 칼’
고(故) 앙드레김·이신우 디자이너

 

고(故) 앙드레김(왼쪽), 이신우 디자이너.(사진=롯데갤러리)

‘시대를 베는 칼’ 키워드로는 ▲잠실점 에비뉴엘아트홀의 ‘더블 엣지’전 ▲대전점의 ‘해일 & 헤리티지’전이 마련됐다. ‘더블 엣지’전의 주인공은 고(故) 앙드레김, 이신우 디자이너 그리고 설치작가 김태곤이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김홍기 큐레이터는 “그동안 패션을 주제로 한 전시들은 주로 연대기별로 디자이너 구색을 맞추고, 많은 자료를 모아서 한 자리에서 보여주는 정형화된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틀을 벗어나 한국 패션의 황금기이자 디자이너들의 신선한 실험이 이뤄졌고 2018년 현재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80~90년대의 한국 패션을 이끈 두 디자이너를 조명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앙드레김, 이신우 디자이너는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 만큼 유명하지만 정작 우리가 이들이 만든 옷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전시는 질문을 던진다. 앙드레김의 아들이자 ‘앙드레김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는 “생전 아버지는 늘 패션쇼를 통해 자신의 옷을 선보여 왔다. 세상을 떠난 후에도 아버지의 패션에 주목하는 패션쇼가 꾸준히 열렸다. 최고의 스타들이 옷을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아버지의 대표 작업으로 단순한 화이트 드레스를 떠올릴 때가 많다. 하지만 세세하게 살펴보면 드레스를 구성하는 자수 하나하나가 다 다르다”고 말했다.

 

고(故) 앙드레김 디자이너의 ‘칠갑산 드레스’. 일곱 겹의 드레스에 새겨진 자수 하나하나가 섬세하다.(사진=스튜디오I 조성재)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아트홀에서 열리는 ‘더블 엣지: 앙드레김 & 이신우 2인’전에 마련된 고(故) 앙드레김 디자이너의 공간.(사진=롯데갤러리)

한 예로 앙드레김의 대표 작업 중 하나인 ‘칠갑산 드레스’를 구성하는 일곱 겹에 새겨진 자수들은 용, 계절의 감각을 드러내는 찬연한 꽃 등 하나하나 다 다르다는 설명이다. 서양의 그래픽 아트에 한국의 자수를 조화시킨 매력적인 스토리,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앙드레김 옷의 이야기를 이번 전시는 따라간다. 디자이너와 옷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작업 지시서 등 세세한 자료들도 함께 전시된다.

 

이신우 디자이너는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생전 앙드레김과의 인연을 아직 기억하는 그다. IMF로 패션 기업 (주)이신우가 부도가 나면서 힘든 시기를 겪었을 당시 우연히 카페에서 앙드레김을 마주쳤다. 그는 이 디자이너에게 먼저 다가가 “꼭 재기하라”며 등을 두드려주고 떠났다고 한다. 이 디자이너는 “참 마음이 따뜻하고 멋진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80~90년대 한국 패션기의 황금기를 이끈 이신우 디자이너. 한지를 입을 수 있는 직물로 개발하는 등 전통과 패션을 아우른 작업들을 전시에서 볼 수 있다.(사진=롯데갤러리)
이신우 디자이너의 90년대 컬렉션.(사진=장폴루이)

전시는 한국의 자연에 대한 마음을 옷에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이 디자이너의 대표 컬렉션들을 되돌아본다. 김홍기 큐레이터는 “이 디자이너는 물방울을 상징으로 한 옷, 직물을 하나하나 개발해 가며 만든 율무씨 드레스, 코코넛 드레스 등 요즘 시대에 친환경 드레스라 불리는 에코 패션을 90년대에 이미 시도했다. 한지를 입을 수 있는 직물로 개발하는 등 전통과 패션을 아우르는 작업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구려 고분 벽화의 해와 달의 신을 모티브로 한 드레스를 비롯해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작업들도 설치된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 열리는 ‘해일&헤리티지’전은 전통 미술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이 가미된 패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 양해일과 공예작가 김용겸, 조하나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전통을 소재로 미술과 패션이 새롭게 변모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옷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
‘코드 스티치’전과 ‘패션, 바이 유어 사이드’전

 

김민형, ‘또각또각 - 하이힐이 말이 돼?’. FRP, 우레탄 도색, 가변설치, 2008.(사진=롯데갤러리)

옷은 몸을 가리고 보호하는 동시에 옷을 입은 사람인지 누구인지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옷을 통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렇기에 옷은 굉장히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이기도 하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안양점에서 열리는 ‘코드 스티치’전은 옷이 지닌 이런 다양한 의미를 살펴보는 전시다. 김민형, 방인희, 심경보, 오상택, 유쥬쥬, 이지양, 조영주 등 현대미술작가 7인이 참여해 50여 점의 회화, 사진, 조각, 설치물을 전시한다.

 

김현경 큐레이터는 “우리는 모두 사회적 관계 속에서 옷을 입고 있다. 전시는 패션의 영역을 몸과 맞닿은 개인적 영역, 그리고 바깥에 노출된 사회적 영역까지 모두 살펴보고, 현대 작품 속에서는 패션이 어떻게 투영돼 있는지도 살핀다”고 말했다.

 

김민형 작가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 투영된 하이힐을 모티브로 작업한다. 하이힐을 단지 신발이 아니라 몸의 일부로 여기고, 더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근원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심경보 작가의 ‘가난한 자의 옷’은 언뜻 보면 굉장히 비싸고 화려한 의상 같지만 자세히 보면 라벨로 제작된 것이라는 걸 알아챈다. 비슷해 보이는 옷이라 할지라도 그 옷에 부착되는 라벨의 따라 가치와 가격대가 확연히 달라지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심경보, ‘가난한 자의 옷 Ⅵ’. 혼합 매체, 102 x 132 x 22cm. 2013.(사진=롯데갤러리)

오상택 작가의 화면엔 옷장 속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옷들이 보인다. 김현경 큐레이터는 “과거 선비들이 책가도 속 책이 진열된 모습을 통해 지식 수준을 드러내고 싶어 했던 욕망과 같이 작가는 가상의 옷장에 걸린 화려한 옷을 통해 현대인의 잠재된 욕망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유쥬쥬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를 화려한 전통 의상으로 탈바꿈시키는 ‘슈퍼뮤지엄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이지양 작가는 다양한 직업군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보다 단체성을 부각시키는 옷을 살펴본다.

 

조영주 작가는 옷을 통해 한국의 어머니 세대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작가의 화면엔 중년 여성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군무를 추는 모습이 담겼다. 작가는 “사람들이 아줌마라는 말을 흔히 쓴다. 한국에서 여성들이 중년이 되면 더 이상 여성이라는 젠더의 분류에 넣지 않고 아줌마라고 규정짓는 현실에 관심을 가졌다”며 “화려한 몸빼바지를 고집하는 아줌마들은 정작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정체성의 저변엔 무엇이 있는지 따라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드 스티치’전이 미술 전반에서 드러나는 옷의 해석에 주목한다면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열리는 ‘패션, 너의 곁에서’전은 보다 범위를 좁혀 사진에서 해석한 한국 패션을 선보인다. 대구 출신의 디자이너인 JWOO의 작업을 담아낸 포토그래퍼 정일영을 통해 예술로 승화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아트 컬래버레이션 시대
‘잇 스타일’전 등

 

갑빠오 작가는 데님이 주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즉흥적인 감정을 만나 내는 시너지에 주목한 작업을 선보인다.(사진=롯데갤러리)

‘스타일은 영원하다’를 주요 콘셉트로 한 전시로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잠실점·일산점의 ‘잇 스타일’전 ▲광복점의 ‘원 데이, 아트 멧 패션’전 ▲광주점의 ‘프롬 업사이클 투 패션’전이 마련됐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수많은 협업을 펼쳐 온 예술과 패션의 협업 결과물에 주목한다.

 

‘잇 스타일’전은 80~90년대 복고를 모티브로 청바지 브랜드 게스의 협찬을 받아 커스터마이징한 청재킷, 청바지, 스카프를 전시한다. 스타일리스트 강성도, 아트디렉터 연누리가 1차 커스텀을 진행하고 갑빠오, 노보, 성낙진, 아방, 주재범, 최다함, 최은주, 홍지희, 275C, 08AM 등 아티스트 10명의 손을 거쳐 2차 커스텀이 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즉 청바지가 작가들의 캔버스가 된 것. 성낙진 작가는 “처음 전시 콘셉트를 듣고 레트로 이미지가 강하게 떠올랐다. 청바지에 페인팅할 때 8090 시기를 많이 떠올리면서 작업했다. 강렬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의 페인팅을 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아방 작가는 일반적인 미의 기준에서 다소 벗어나더라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에 영감을 받아 작업해 왔다.(사진=롯데갤러리)

이밖에 ‘원 데이, 아트 멧 패션’전은 패션소품을 통해 삶의 스타일을 이야기한다. 디자인그룹 오이뮤와 함꼐 친환경 가방브랜드 바쿠의 협업을 통해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프롬 업사이클, 투 패션’전은 광주동구도시재생지원센터와 함께 보다 지속 가능한 패션을 조명한다.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자원들을 활용한 업사이클 패션 작품들이 전시돼 ‘스타일은 영원하다’는 명제를 심도있게 고민한다.

 

한편 지속적인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롯데갤러리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예술이 삶에게 보내는 다양한 메시지를 보다 더 친근하게 전달하자는 의미를 담은 LAAP 프로젝트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새로운 주제로 이어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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