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문규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지난 8월 14일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국내 기술로 최초 건조된 ‘21세기 거북선’이라 불리는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의 진수식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무 국방장관 등 군 고위관계자,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의 후손인 손자 로버트 안 내외가 미국에서 초청되어 의미가 더해졌다.
그동안 국내에서 우리 기술로 건조된 209급(1400톤), 214급(1800톤) 잠수함에 비해 이번에 진수된 도산 안창호함(3000톤)은 건조 비용이 1조 원에 달할 뿐만 아니라, 더욱 첨단 과학기술이 집약되었다. 핵심 장비인 전투, 소나 체계를 비롯해 국내 개발 장비의 비율이 76%에 달하고, 단일 무기 체계로는 이지스함인 7600톤급 한국형 구축함과 맞먹는다고 하니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로 자랑스럽게 생각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강한 해군력은 해양 강국으로 가는 핵심”이라면서 “우리는 다시 해양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세계 1위 조선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며 위기에 빠진 조선 산업 육성도 강조했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조선 산업의 혁신 성장을 위해 금융 지원과 내수 창출을 늘려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6. 25 때 함흥의 장진호 전투 직후 거행된 흥남 철수 작전 때 미 군함 ‘메러디스 빅토리아 호’에 올랐던 피난민의 아들로 거제에서 태어났다. 해양 도시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학창시절을 보내고 인권 변호사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이날의 감회는 더욱 남달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해운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
문 대통령의 해양 강국에 대한 염원과 포부는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 이미 밝힌 바가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내 최대 규모의 선사이자 세계 7위를 기록했던 한진해운의 몰락과 세계 1위를 달리다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난 7월 5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출범시킨 것만 보더라도 그 간절함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해운 산업은 단순히 해운업 한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조선, 항만, 물류, 수출입, 금융 등 여러 산업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그런 만큼 그동안 한진해운의 회생(回生)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로 세계 해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덴마크, 독일, 프랑스, 중국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한진해운이 불황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 동안 자국 선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을 도모해 저금리 대출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 지원책을 실시했다. 그 같은 지원에 힘입어 이들 해외 선사들은 유동자산을 확보하고, 초대형 선박 발주를 통해 TEU 당 단위 운임을 감소시키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세계 해운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의 해운 선사 지원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지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출범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한진해운 정도 규모의 국적 선사를 다시 만들려면 3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실적을 내려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될 것이다.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다 보면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어느 틈에 우리 해운업 재건의 발판이 되고, 글로벌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해양 강국으로 가는 새로운 발걸음을 굳고 힘차게 시작하기를 바란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문규상 변호사: 1978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87년 검사로 임용돼 ‘특수통’으로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와 ‘강호순 연쇄 살인사건’ 등을 맡아 성과를 냈다. 2006~2008년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의 초대 심사본부장, 2009~2014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2018년 9월 한국해양진흥공사 초대 투자 심의위원 위촉. 2013년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석사과정 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