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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섹스 앤 더 시티’ 삽화작가 메간 헤스가 보여주는 '장밋빛 일러스트'

‘메간 헤스 아이코닉’전서 300여 작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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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3호 김금영⁄ 2018.11.05 10:40:09

메간 헤스 작가.(사진=메간 헤스 아이코닉전)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섹스 앤 더 시티’를 빼놓고 90년대 문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전 세계 여성에게 일에 대한 열정과 패션에 대한 사랑,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꿈을 불어넣었던 ‘섹스 앤 더 시티’.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던 이 작품엔 그에 못지않게 사랑받은 그림이 있었다. ‘섹스 앤 더 시티’ 원작 소설의 삽화는 메간 헤스가 그렸다. 뉴욕타임즈, 피플 등에서 활약하던 칼럼니스트 캔디스 부시넬의 ‘섹스 앤 더 시티’ 이야기에 메간 헤스는 개성 넘치는 네 인물의 이미지를 탄생시켰다. 이 작업은 작가의 인생에 있어서도 큰 전환점이었다. 메간 헤스라 하면 누군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어도 ‘섹스 앤 더 시티 삽화를 그린 작가’라 하면 “아, 그 작가!”라며 누구나 머리를 탁 칠 정도니.

 

‘메간헤스 아이코닉’전은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메간 헤스의 작품 총 300여 점을 전시한다.(사진=김금영 기자)

이 메간 헤스의 작업 세계를 살펴보는 전시 ‘메간헤스 아이코닉’이 12월 30일까지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서울라이티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패션 아티스트 메간 헤스의 국내 첫 전시이기도 하다. 메간 헤스는 “지난 수년 동안 많은 작업을 해 왔다. 그런데 이 방대한 작업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여줄 자리가 좀처럼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기회가 닿아 한국에서 전시를 열게 됐다. 그간 작은 규모의 전시를 주로 열어 왔다면 이번엔 방대한 작업을 총체적으로 전시하며 나 또한 내 작업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 기획은 브레인 워시, 데이비드 라샤펠 등 매년 해외 유명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는 대형 전시를 열어 온 최요한 감독이 맡았다. 패션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섹스 앤 더 시티’의 삽화 작가이자 패션 아티스트인 메간 헤스를 소개하는 전시지만 정작 최 감독은 패션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메간 헤스에게 끌린 건 ‘패션 일러스트’ 장르에 대한 호기심 때문.

 

메간 헤스는 유명인을 그린 작업으로도 알려졌다. 미셸 오바마를 그린 그림 또한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최 감독은 “한국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일러스트에도 관심이 많아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가 누굴까?’ 하는 호기심에 자료를 뒤졌는데 어떤 자료에서든 꼭 메간 헤스가 나오더라. 또 패션 일러스트라는, 국내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장르에도 호기심이 갔다. 국내에도 패션 일러스트가 있지만 의상을 만들기 전 단계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디자인의 단순한 부산물로 여겨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시를 준비하면서 패션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국내에도 많은데 과연 작가로서 대접받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에 대해 의문도 들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전 세계에서 패션 일러스트 아티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메간 헤스를 보고, 국내의 패션 일러스트 작가들이 힘을 냈으면 하는 의도도 있었다. 패션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섹스 앤 더 시티’ 존은 패션을 사랑하고 칼럼을 쓰는 여주인공 캐리의 방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공간이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메간 헤스의 작품 300여 점을 전시한다. ‘섹스 앤 더 시티’ 삽화뿐 아니라 샤넬, 크리스찬 디올, 루이뷔통, 펜디, 까르띠에, 프라다, 지방시, 베르사체, 티파니, 몽블랑, 메르세데스 벤츠 등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한 일러스트 또한 볼 수 있다.

 

"패션 일러스트는 예술이다"

 

메간 헤스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해 왔다. 펜디와의 협업 일러스트가 전시된 모습.(사진=김금영 기자)

이 작업들은 여러 섹션으로 나뉜다. ‘메간 헤스’ 존은 작가의 작품 중 메인으로 꼽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메간 헤스가 어떤 환경에서 그림을 그리는지 예상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을 비롯해 공간 한 켠에는 평소 메간 헤스가 많은 영감을 받은 코코 샤넬에 대한 오마주 공간도 마련됐다. 과감하고 거친 듯하면서도 절제된 색의 일러스트가 눈길을 끄는 섹션이다.

 

‘섹스 앤 더 시티’ 존은 대부분 관객이 가장 친근감을 느낄 곳이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패션을 사랑하고 칼럼을 쓰는 여주인공 캐리의 방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메간 헤스에게 전성기를 가져다 준 이 작품의 삽화를 비롯해 깔끔한 흰색 가구, 각종 액세서리, 그리고 캐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신발 포장박스 등이 공간을 채운다.

 

전시는 패션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전시장 공간을 활용한다. 메간 헤스의 일러스트와 더불어 레드카펫을 설치한 공간.(사진=김금영 기자)

메간 헤스는 “처음 ‘섹스 앤 더 시티’ 삽화 작업을 맡았을 때 굉장히 신나고 흥분됐다. 드라마 자체가 전 세계에서 정말 큰 사랑을 받아 과연 그 명성에 부합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그려야겠다 생각했다”며 “흑과 백색 톤으로 이뤄진 기본 작업 위 컬러가 도드라지는 스타일을 만들어 ‘섹스 앤 더 시티’만의 화려함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세계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은 ‘럭셔리 브랜드’ 존에서 볼 수 있다. 단순히 유명 브랜드 나열이 아닌 브랜드 뒤 숨겨진 역사와 스토리를 함께 살필 수 있다. 메간 헤스는 “어떤 브랜드로부터 협업 의뢰를 받으면 일단 그 브랜드의 특성을 탐구하고 작업에 반영한다. 심플하게 갈 것은 최대한 심플하게, 화려한 게 필요하면 화려하게 극대화한다. 각 브랜드마다 각각 다른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천편일률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이 점을 브랜드들이 좋게 보고 협업 의뢰를 하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상업성과 화려함이 돋보이는 뉴욕 패션을 바탕으로 구성된 ‘뉴욕’ 존.(사진=김금영 기자)

패션이 전시의 중심인 만큼 그 특성을 살린 공간도 마련됐다. ‘더 드레스’ 존에는 레드카펫, 런웨이, 백스테이지가 재현돼 실제 패션쇼 현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런웨이를 중심으로 양쪽 벽에 메간 헤스가 그린 드레스 일러스트 100여 점이 전시되고, 그가 뉴욕, 파리 등 4대 패션 위크 현장에서 스케치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메간 헤스는 “패션을 굉장히 사랑한다. 특히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고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패션을 사랑하는 이 마음이 패션 일러스트를 계속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스 켈리, 다이애나비,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 마돈나, 비욘세 등 스타들이 입어 화제가 됐던 드레스들이 시공을 넘나들며 메간 헤스의 손길을 통해 되살아난다. 비욘세, 미셸 오바마 등 여러 유명인과의 작업으로도 알려진 메간 헤스는 “내 얼굴은 눈감고도 그릴 수 있는데 유명인을 담는 작업은 부담을 많이 느낀다.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모두가 아는 얼굴에서 매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셸 오바마와 작업할 때는 특히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 또한 존경하는 사람이기에 그 마음을 담아 그렸고 만족할 만할 결과물이 나와 기뻤다”고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우아함과 예술성이 특징인 ‘파리’ 존. 파리는 메간 헤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시에 패션의 메카인 뉴욕과 파리가 빠질 수 없다. ‘뉴욕’과 ‘파리’ 존은 상업성과 화려함이 돋보이는 뉴욕 패션, 그리고 우아함과 예술성이 특징인 파리의 다양한 면모를 메간 헤스의 캔버스를 통해 소개한다. 메간 헤스는 “뉴욕은 제 심장과 가까운 도시다. ‘섹스 앤 더 시티’ 작업을 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파리는 매우 아름다운 공간으로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인간 메간 헤스를 만날 수 있는 곳은 ‘클라리스’ 존이다. 세계적으로 바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메간 헤스의 또 다른 이름은 엄마다. 두 아이 엄마인 메간 헤스는 시골 생쥐가 파리에 입성해 드레스, 구두 등을 접하며 파리 최고의 멋진 쥐가 된다는 동화를 그림으로 그려 보여준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패션을 설명해주는 의도도 있다.

 

인간 메간 헤스를 만날 수 ‘클라리스’ 존에서는 귀여운 동화 그림을 볼 수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시의 마지막은 ‘로즈 드레스’ 존이 장식한다. 영국 맥퀸즈 플라워 수석 디자이너 지비 자베라가 내한해 메간 헤스에게 헌정의 뜻으로 만든 2m 2cm 크기의 ‘로즈 드레스’ 존은 메간 헤스의 작품을 콘셉트로, 1000개 이상의 꽃과 200시간이 넘는 과정을 거쳐 탄생됐다. 전시는 전체적으로 메간 헤스의 일러스트를 보여줌과 동시에 패션의 특성을 보여주려는 공간 구성으로 이뤄진다. 즉 공간 자체도 전시의 일부다.

 

최요한 감독은 “메간 헤스의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 또한 초심으로 돌아갔다. 처음 국내에 데이비드 라샤펠의 전시를 선보였을 땐 너무 파격적이라 많은 미술관에서 쫓겨났었는데, 그럼에도 무모한 시도를 하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며 “전시 작업 10년째 되는 이 시점에서 ‘흥행이 될 만한 안정적인 전시만 선보여야 하나?’는 고민이 왔는데 메간 헤스의 작품은 또 한 번 새 도전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로즈 드레스’ 존. 전시는 전체적으로 메간 헤스의 일러스트를 보여줌과 동시에 패션의 특성을 보여주는 공간 구성으로 이뤄진다.(사진=김금영 기자)

그는 이어 “일러스트는 매우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지녔다. 작가의 손에서 나온 필력에 상상력이 합쳐져 새로운 예술을 창조한다. 예술이라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패션 속에도 예술이 있다고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메간 헤스 또한 “패션 일러스트 세계는 굉장히 다양하다. 내 주위에도 패션 하우스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고, 에이전시에 소속돼 패션 일러스트를 그리는 친구도 있다. 또 패션 일러스트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창조되기도 하며, 그 안에 스토리를 담아 보여주기도 한다”며 “콘텐츠가 활발히 공유되는 세상에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또한 많은 작업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이번 전시에서 말하고 싶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한편 최 감독은 메간 헤스 전시 아시아 판권을 확보, 한국 전시를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 등에서도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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