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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건물이 예술" 공간 큐레이팅과 펼치는 3色 명상展

사비나미술관, 진관동 개관전서 ‘명상’ 키워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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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3호 김금영⁄ 2018.11.06 14:06:30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새롭게 문을 연 사비나미술관. 건물 꼭대기에 레오니드 티쉬코브 작가의 ‘프라이빗 문 인 사비나’가 설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었던 사비나미술관이 개관 22주년을 맞아 은평구 진관동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고 전시를 시작했다.

 

기존 안국동에 있었던 사각형 건물과 달리 새로운 건물은 삼각형 모양으로 공간그룹이 설계를 맡았다. 공간그룹의 이충헌 팀장은 “삼각형이라는 부지 자체가 미술관을 세우기엔 불합리한 땅이라 여겨질 수도 있는데, 자연을 최대한 접한 삼각형 부지에서 오히려 볼륨감 있는 매력적인 건물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삼각형의 세 코너에 각각의 기능을 부여하고, 지형적 불리함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지하 주차장을 설계하는 등 공간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주안점을 밝혔다.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낌니다 - 예술가의 명상법’전이 열리고 있는 2층 전시장.(사진=김금영 기자)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융복합 예술을 주도하면서도 난해하지 않은 전시를 선보이기 위한 시도를 많이 해 왔던 미술관의 정신이 새로운 건축물에 들어가길 바랐다. 그 중 삼각형이 창의적이면서도 변화하는 혁신을 상징하며 화합의 삼위일체, 즉 변화와 안정을 모두 가진 매력적인 구도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건물의 외벽은 흰 벽돌, 내벽은 노출 콘크리트로 이뤄졌고 창문을 최소화했다. 이충헌 팀장은 “건물 재료로 콘크리트, 벽돌, 유리, 금속을 사용했다. 일반 벽돌보다 가로로 긴 형태의 흰색 벽돌을 사용했고, 창문은 최소화됐지만 건물 코너에 있는 상부에 창을 크게 뚫고, 자연을 마주보고 있는 4층은 전체가 창으로 이뤄지는 등 개방성과 폐쇄성이 공존하도록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예술가의 명상법’전은 예술가들의 독창적인 사유 방식을 추적해 그들만의 호흡과 감각, 몰입과 안정의 방식을 보여주며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명상의 방식을 제안하는 형태로 꾸려졌다.(사진=김금영 기자)

건물 1층은 로비 겸 카페 공간, 2~3층은 전시장, 4층은 관장실과 학예실 및 수장고, 그리고 5층은 루프탑으로 구성됐다. 이명옥 관장은 “기존 미술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흰색 벽돌을 사용했다. 그리고 전시장에는 칸막이가 하나도 없어 이 공간들은 전시장이면서 세미나실이면서 수장고가 되는 등 가변성 있는 공간으로 꾸려졌다. 변화를 주도하는 미술관의 정신과 맞닿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기존 안국동은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어서 인사동을 찾았다가 미술관을 쉽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새로 미술관을 문 진관동은 전시를 보기 위해 직접 찾아가야 하는 거리이기에 과거와 비교해 접근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전시를 위한 미술관이라는 기본 목적 차원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안국동의 건물은 우체국 뒤쪽 골목에 자리해 미술관 위치를 단번에 찾기 힘들었으나 진관동에서는 새 미술관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건물의 미학적인 측면에서도 눈에 띄고 전시 공간이 넓어져 기존보다 더 많은 전시를 선보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애규 작가의 조각상들이 전시장에 설치됐다. 뒤쪽엔 사용되고 버려진 기계들에서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배성미 작가의 '뜻밖의 노동', 그리고 올라가는 계단엔 김범수 작가가 만든 창이 보인다.(사진=김금영 기자)

 

헤드셋을 쓰면 만들어지는 팝콘과

미술관 꼭대기에 뜬 달의 사연

 

2층에 이어 3층도 전시장으로 꾸려졌다. 이 공간에서는 ‘예술가의 명상법’전이 열리고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현재 이 건물에서는 세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명상을 주제로 한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예술가의 명상법’전, 러시아의 설치예술가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국내 첫 개인전 ‘프라이빗 문(Private Moon)’전, 예술가와 건축가의 협업으로 이뤄진 ‘AA프로젝트’전이다.

 

강재현 전시팀장은 “해외에는 명상 스쿨이 생길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명상이 이슈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은 우울증을 호소한다. 숨겨진 우울증 환자가 우리 사회에 적어도 60만 명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사회 전반에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작 우리는 마음 돌보기를 놓친 건 아닐까”라며 “미술관을 이전하면서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전시로 처음 인사 드리고 싶어 세 가지 전시 중 한 전시의 주제를 명상으로 잡았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준 작가의 ‘팝콘 마인드’. 관람객이 뇌파 인식 헤드셋을 쓰고 집중하면 팝콘을 만드는 기계가 작동돼 팝콘이 만들어진다.(사진=김금영 기자)

‘예술가의 명상법’전은 예술가들의 독창적인 사유 방식을 추적해 그들만의 호흡과 감각, 몰입과 안정의 방식을 보여주며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명상의 방식을 제안한다. 2층 전시장에는 김성호, 김윤수, 리즈닝미디어, 박선기, 배성미, 이일호, 이재삼, 임창민, 최병소, 한애규, 허윤희, 마이클 케나의 작품이 전시된다. 강석호, 강운, 김기철, 김지수x김선명, 송영숙, 안창홍, 이정록, 이준, 정보영, 이벨리쎄 과르디아 페라구티, 장 샤오타오, 제리 율스만, 조던매터, 허스크밋나븐, 허수빈의 작품은 3층에서 볼 수 있다.

 

평면, 입체, 설치, 미디어 작품을 아우르며 예술가의 절제되고 정제된 고요함과 묵상의 표현 방식, 작품에 몰두해 열정적인 실험에 빠져드는 과정, 그리고 초자연적인 에너지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또한 뇌파와 생체 인식 센서,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작품으로 적극적인 체험을 유도하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해볼 수 있는 유쾌한 명상 방식을 제안한다. 한 예로 이준 작가의 ‘팝콘 마인드’는 관람객이 뇌파 인식 헤드셋을 쓰고 집중하면 팝콘 만드는 기계가 작동돼 팝콘이 만들어진다. 작가는 관람객이 헤드셋을 쓰고 집중하는 행위를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에 수반되는 사색과 연결시키며 명상에 대한 발상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건물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에 설치된 황선태 작가의 ‘빛이 드는 공간’. 건물의 빛과 선을 이용한 작업으로, 이명옥 관장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달을 사랑한 남자’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전시는 5층 루프탑에 구성돼 눈길을 끈다. 작가는 직접 제작한 인공달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 작업들로 알려졌다. 하늘과 가장 맞닿아 있고 전면적으로 큰 창이 설치된 루프탑 공간에 달을 중심으로 하는 몽환적인 이야기의 전시가 잘 들어맞는다. 또한 작가의 달 설치물 ‘프라이빗 문 인 사비나(Private Moon in SAVINA)’가 미술관 외벽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됐다. 어두워지면 이 달 모양 설치물에 불이 들어오면서 마치 등대처럼 미술관을 밝힌다.

 

강재현 전시팀장은 “현대인의 고독감과 소외감을 환한 달빛으로 비춰주고 싶었던 레오니드 티쉬코브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방문하며 서정적인 달빛을 담은 작품으로 위로를 건넸다. 인공달이 가져다주는 초현실적 동화 같은 작품 세계는 보는 이에게 판타지를 경험하게 함과 동시에 이상향을 실현시키는 의미로 각박한 현대인에게 꿈과 희망을 전한다”고 말했다.

 

창문이 전면적으로 크게 설치된 루프탑 전시 공간. 이곳에서는 러시아의 설치예술가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린다.(사진=김금영 기자)

‘AA프로젝트’전은 미술관 전체 공간에서 이뤄진다. 그것도 미술관 곳곳에 숨어 있어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감상할 수 있는 형태로 꾸려졌다. 이 전시는 작가(김범수, 김승영, 박기진, 베른트 할프헤르, 양대원, 이길래, 진달래&박우혁, 황선태)와 건축가(이상림 공간종합건축 대표, 이충헌, 남석우, 전혜원, 강은경)가 미술관 시공 초창기부터 함께 탐구해 총 8점의 공간설치작품을 선보이는 협업 프로젝트다.

 

이충헌 팀장은 “미술관을 설계하면서 새롭게 시도한 것이 공간 큐레이션이다. 설계 단계부터 작가들과 설계안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작가들은 나름대로 공간을 해석하고, 건축가들은 건축가로서 공간을 바라보고 작업 설치가 가능한 범위를 설정했다. 적극적으로 건축물과 소통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신경썼다”고 말했다.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작업들. 작가는 직접 제작한 인공달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 작업들로 알려졌다.(사진=김금영 기자)

예컨대 김승영 작가의 ‘말의 풍경’은 건물 외벽 벽돌 위에 글씨가 적힌 형태로 자리한다. 이길래 작가의 ‘소나무 2018-0’은 동파이프를 산소 용접한 작품으로 미술관 후면 외벽에 설치됐다. 미술관 2층에서 3층, 그리고 4층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에는 창이 설치됐는데 각각 김범수, 황선태 작가의 작품이다. 건축물의 빛과 선을 이용한 설치작업으로 본래 미술관에 있었던 창처럼 자연스럽게 자리한다. 루프탑 공간을 활용해 산책하듯 걷도록 설치된 박기진 작가의 ‘통로’도 볼 수 있다.

 

이명옥 관장은 “전체적으로 세 가지 전시 모두 도심 속에서 사색과 명상이 가능한 형태로 꾸려졌다. 스스로를 발견하고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제안하고 싶었다. 미술관도 그런 사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가의 명상법’전과 ‘프라이빗 문’전은 내년 1월 31일까지, 그리고 AA프로젝트는 상설전시 형태로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미술관의 주차장 입구 쪽에 설치된 베른트 할프헤르의 ‘더 가디언스(The Guardians)’. 작가와 건축가와의 협업 프로젝트인 ‘AA프로젝트’ 중 하나다.(사진=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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