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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작가 – 자비에 베이앙] “멀리서 봐야 보이는 것도 있다”

313아트프로젝트서 신작 20여 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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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3호 김금영⁄ 2019.01.16 10:29:53

자신이 만든 조각상 옆에 나란히 선 자비에 베이앙.(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딱 1년 전 이때 즈음,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진입부에서 특별한 모빌을 마주했다. ‘미지의 세계와 시간으로 이동하는 여행의 상태’를 주제로 만들어진 모빌 조각은 푸른빛 청량감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거대한 스케일로 눈길을 끌었다. 넓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묻히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이번엔 한 갤러리 공간에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만났다. 작품 자체의 스케일은 줄어들었어도 보는 이를 끌어당기는 흡인력은 강렬했다.

313아트프로젝트가 성북 스페이스 개관전으로 자비에 베이앙 작가의 개인전을 2월 15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 전시 이후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2009년 프랑스 베르사이유에서 개인전을 가진 작가는 57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음악, 미술 그리고 건축이 조합된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그리고 신작 20여 점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맨 앞부터) 조각상 ‘마크’와 ‘나타샤’ 그리고 거울 설치 작업 ‘스튜디오 베네치아’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그가 특히 주안점을 둔 것은 공간과의 조화다. 전시는 313의 성북동과 청담동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데, 작가는 각 공간의 특성을 살리면서 공간에 잘 어우러지는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했다. 313아트프로젝트 측은 “작품들은 모두 독립적으로 고유한 분위기를 형성하지만 작품의 색감, 텍스쳐, 재료 등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전시 공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또 재료 본연의 특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는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작품과 공간에 이입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작가 또한 “큰 프로젝트와 소규모 작업 모두 흥미롭다. 현재 스위스에서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다리를 디자인하고 있는데 재미있다”며 “대형 작품은 제작 과정에서 안전상의 문제를 크게 신경 써야 한다. 소규모 작업은 제작 과정은 비슷하지만, 좀 더 이 작품이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조각상 ‘나타샤’에는 실제 모델이 존재한다. 자비에 베이앙은 작업할 때 인물의 포즈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사진=김금영 기자)

성북동 공간에서는 다양한 재료로 제작된 인물 조각, 작가가 5년에 걸쳐 발전시켜 온 설치 작업 ‘레이즈(Rays)’ 시리즈,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스튜디오 베네치아’의 음악적 장면을 조각으로 재현한 ‘스튜디오 라인(Studio Line)’, 구름의 흐릿한 형상을 담은 ‘고스트 랜드스케이프(Ghost Landscape)’ 등을 선보인다.

다양한 작업들 사이 인물 조각상과 ‘고스트 랜드스케이프’ 사이의 연관성이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띈다.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조각상 ‘마크’를 만난다. 2m가 훌쩍 넘는 이 조각상 옆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조각상 ‘나타샤’가 있다. 그리고 인물들의 실루엣 형상으로 제작된 스테인리스 스틸 거울 ‘스튜디오 베네치아’가 벽에 설치됐다. 전시장 다른 한켠은 ‘고스트 랜드스케이프’가 장식하고 있다. 이 작품은 찰나의 순간마다 변화하는 구름의 흐릿한 형상을 금속 표면에 조각한 평면 작업이다.

 

표정 등 인물의 디테일한 면보다는 포즈에 중점을 둔 조각상. 이를 자비에 베이앙은 “한 인물의 포즈엔 그가 살고 있는 시대상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사진=김금영 기자)

이 작품들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 다가갔을 때 느껴지는 감각의 차이가 있다. ‘마크’와 ‘나타샤’의 경우 멀리서 보면 사람의 형태만 보인다. 그러다 점점 작품에 다가갈수록 조각상을 구성하고 있는 재료들의 질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1층의 조각상은 탄소, 2층의 조각상은 자작나무로 만들었다. 탄소는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원소 중 하나다. 이런 역사적인 자재로 현대적인 작품을 만드는 건 흥미로운 과정이다. 나무로 만든 작품은 굉장히 친환경적이다. 원래 살아 있던 자재로 모던한 느낌을 내는 건 재미있는 부분”이라며 “작가로서 나만의 길을 터득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여러 자재를 활용하며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스튜디오 베네치아’는 자비에 베이앙이 동료들과 촬영한 단체 사진에서 추출한 실루엣을 형태로 한 스테인리스 스틸 거울 작업이다.(사진=김금영 기자)

‘고스트 랜드스케이프’는 멀리서 볼 때는 평면 작업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입체감이 드러난다. 네오프렌을 감싼 금속 표면에 픽셀과 같이 균일한 형태의 구멍을 내 구름의 형상을 표현했다. 작가는 “일반적인 페인팅은 자재에 페인트를 더해서 화면을 창조하지만, ‘고스트 랜드스케이프’는 자재를 갈아내면서 완성시킨 작품이다. 이 점에서 조각상의 연장선상으로도 볼 수 있다”며 “평면 작업 같으면서도 3차원의 성격을 지닌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성격이 사라지고 형태만 남은 조각상

 

2층 전시 공간엔 나무로 작업한 조각상이 설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이 작품들은 이야기적 측면에서도 맞닿는 부분이 있다. 조각상에는 실제 모델이 존재하지만 표정 등 디테일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대신 형태와 포즈를 부각시켰다. 그래서 이 조각상의 개인적인 성격 등을 느낄 수 없다. 조각상의 이름은 ‘나타샤’, ‘마크’로 이들은 작가의 지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흔히 쓰이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인물의 이름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본인이 아는 인물을 투영해 이 조각상을 바라보게 되는 여지가 있다. 개인에서 출발한 조각상이 보편적인 인물의 형태로 시야를 확장시킨 것. ‘스튜디오 베네치아’에도 거울의 윤곽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 사람들의 실루엣이 발견되지만 개개인을 자세히 파악할 수는 없다.

작가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특히 눈, 코, 입 등 세세한 표정보다 형태에 집중하는 건 어떤 사람의 포즈엔 그 시대의 문화와 사람들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나타샤’의 경우 팔을 걸친 채 앉아 있는 포즈다. 과거엔 이 조각상을 보고 굉장히 남성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겠지만 현 시대엔 주체적인 현대 여성의 이미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점밖에 보이지 않지만 멀리서 보면 구름의 형상이 발견되는 ‘고스트 랜드스케이프’ 작품.(사진=김금영 기자)

그래서 자연스러운 포즈를 포착하는 과정이 작가에겐 매우 중요하다. 주로 주변 지인 중 흥미를 끄는 포즈를 지닌 모델을 선택한다. 과거엔 모델의 사진을 찍고 3D 스캐닝을 하는 과정이 1시간 넘게 걸렸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1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조각상은 곡선보다는 직선을 많이 사용했다. 작가는 “곡선을 사용해 굉장히 현실적인 조각상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번엔 추상화와 비슷한 개념으로 작업했다”며 “사람들은 무언가를 ‘본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조각상 또한 멀리서 보면 사람의 형태로 보이지만, 현미경처럼 가까이 들여다보면 뭐든지 추상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이 개념에서 조각상을 직선을 사용해 추상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탄소 막대를 교차 배열한 ‘레이즈’ 시리즈가 벽에 설치된 모습.(사진=김금영 기자)

‘고스트 랜드스케이프’에도 이 개념이 반영됐다. 뭐든 가까이에서 봐야 잘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작품은 가까이에서 보면 점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멀리 떨어져서 봐야 구름의 형상을 발견할 수 있다. 디테일적인 측면보다 화면의 전체적인 비주얼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조각상과 맞닿는다. 작가는 “이 작품은 기하학적 형태나 색채의 장력을 이용해 시각적 착각을 일으키는 옵아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사람은 똑같은 대상을 봐도 자신의 관점에 따라 다 다르게 본다. 내겐 이 과정이 매우 흥미롭고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다. 이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탄소 막대를 교차, 배열해 마치 광학 기기와 같은 독특한 인상을 주며 기술과 공업을 아우르는 ‘레이즈’ 시리즈를 작은 시리즈로 제작한 작품, 20세기 프랑스의 실험적인 작가 레이몽 루셀의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상징하는 ‘루로트(Roulotte)’, 금이라는 새로운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샤크(Shark)’ 등을 볼 수 있다. 313아트프로젝트의 이미금 대표는 “이번 전시는 소재의 특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여러 작품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관람객에게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비에 베이앙의 전시가 열리는 313아트프로젝트 전시장.(사진=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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