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금영 기자) 2019년 미술계 주요 키워드는 ‘3.1운동 100주년’과 ‘해외 거장’이 될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전시를 마련했고, 학고재와 페로탕 서울 등은 해외 거장 작가들의 전시를 마련했다. 주요 미술 공간들이 발표한 전시 라인업을 소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 대규모 ‘광장’전
지난해 12월 미술품의 보존 수복 및 수장, 그리고 전시 기능을 갖춘 청주를 개관하면서 과천, 서울, 덕수궁에 이어 총 4개의 미술관 체제를 연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관별 공간적·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각 관의 기능과 전시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결합·운영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과천관은 ‘전통-근대-현대 미술을 관통하는 내러티브의 전개와 확장’, 서울관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를 그리는 상상’, 덕수궁관은 ‘한국 근대미술의 발굴과 심화’, 그리고 청주관은 ‘미술품 생애주기에 대한 개방과 공유’를 키워드로, 각 관의 세부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인다.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일 뿐 아니라, 1969년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5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이에 지난 100년 격동의 한국 역사를 되돌아보며, 미술·문화, 그리고 미술관의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보는 3관 공동 기획전 ‘광장’을 대규모로 연다(덕수궁관 10월 17일~2020년 2월 2일, 과천관 10월 17일~2020년 3월 31일, 서울관 9월 7일~2020년 2월 9일).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미술관 소장품을 기반으로 해외로 나간 한국 미술품 및 한국 현대 작가 커미션 프로젝트, 그리고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등을 선보인다.
한국 현대 미술사를 재정립하기 위한 전시 및 국제 프로모션도 강화한다. 덕수궁관은 향후 3년 단위로 정례적으로 개최할 ‘근대미술가의 재발견’(5월 30일~9월 15일) 시리즈를 통해, 불우한 시대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망각의 근대 예술가들을 발굴·소개하는 기획전을 선보인다. 과천관은 곽인식 탄생 100주년 회고전(6월 13일~9월 15일), 서울관은 박서보(5월 18일~9월 1일), 김순기(8월 31일~2020년 1월 27일)의 개인전을 연다. 또한 지난해 서울관에서 열렸던 윤형근 개인전은 5월 제 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포르투니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하고, 같은 시기 아르세날레 부근의 네이비 오피서스 클럽에서 한국 작가들의 팝업 전시를 연다.
한국미술사를 정리하는 주제전으로 ‘한국의 비디오아트 6669’전(11월 14일~2020년 4월 21일)이 과천관에서 열린다. 1969년 한국의 비디오아트가 시작된 이래 30년간의 궤적을 추적하는 전시다. 또한 과천관의 ‘젊은모색’(6월 20일~9월 15일), 서울관의 ‘MMCA 현대차 시리즈’(10월 26일~2020년 2월 23일), ‘올해의 작가상’(10월 12일~2020년 3월 1일) 등 세대별 신진, 중견 작가 신작 제작 지원 프로그램도 꾸준히 지속된다.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국제 전시 프로그램도 열린다. 서울관은 20세기 초·중반에 걸쳐 북유럽 아방가르드와 사회 참여적 예술운동을 주도한 덴마크 작가 ‘아스거 욘’전(4월 13일~9월 15일)을 집중 조명한다. 과천관은 새해 첫 전시로 지난해부터 중장기 기획으로 본격화된 ‘아시아 집중 프로젝트’ 일환으로 20세기 후반 아시아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조명하는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전(1월 31일~5월 6일)을 연다. 비예술가의 예술적 행위에 주목하는 ‘아시아 필름앤비디오 포럼’(10월)도 서울관에서 이어진다. 서울관의 ‘불온한 데이터’전(3월 23일~7월 28일)은 새로운 매체 환경을 반영하는 융·복합 전시로 디지털 시스템 및 데이터가 야기하는 사회 현상에 대해 예술적 통찰을 보여준다.
또한 전시 공간의 화이트 큐브 폐쇄성을 극복하고 미술관 공용 공간과 야외로 나간 미술품이 관객들을 만난다. 과천관은 미술관 옥상에 식물로 가득한 정원과 현대 미술품이 조화를 이룬 황지해 작가의 옥상 프로젝트(5월~2023년 5월)를 실현하며, 야외 공원에는 작가 제니 홀저의 미디어 조각 작품이 설치(11월 23일~2020년 7월초)된다. 제니 홀저는 서울관 서울박스에도 움직이는 ‘로보틱 LED 기둥’ 신작을 제작·설치할 예정이다.
서울의 근대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도시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다양한 신작 커미션 제작·설치 작업을 보여주는 건축 프로젝트 ‘덕수궁-서울 야외프로젝트: 기억된 미래 1, 2’(9월 5일~2020년 4월 5일)를 재개하며 정례화한다. 청주관의 ‘개방형 수장고’ ‘보이는 수장고’ ‘보이는 보존과학실’ 등은 전시실에서만 미술작품을 감상한다는 편견을 깨고, 작품이 관리, 보관, 활용, 보존, 수복되는 과정을 공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비서구지역 작가들의 ‘모두를 위한 세계’전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 ‘우리 삶을 바꾸는, 마음을 가진 미술관’을 지향하며, 우리 삶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관람객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전시를 남서울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서소문 본관 공간에서 선보인다. 올해는 역사적으로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로 일제 강점기 이후, 한국전쟁 시기를 지내온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주목하는 전시들이 열린다.
남서울미술관은 ‘모두를 위한 세계’전(3월 1일~5월 26일)에서 사해동포주의 정신을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한 비서구지역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3.1운동과 역사를 둘러싼 세계사적 움직임에 대한 공감각적 서술을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타이페이, 베트남, 일본, 터키, 덴마크 국적 작가들의 작품으로 단체전을 구성한다. 이들은 작품을 통해 일제의 문화정치가 내포한 문화적 민족주의 시대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북서울미술관은 한국 근·현대 구상회화 등에 나타난 근대민의 일상을 통해 당시 시대 변화에 따른 근대적 사고의 등장과 표현성을 살펴보는 ‘근대의 꿈, 모던 도시’전(가제, 6월 20일~8월 25일)을 연다. 개화기 이후 도입된 신문물의 등장 및 사용이 근대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효과적 수단으로 어떻게 작용했으며, 이것이 근대인의 이미지뿐 아니라 근대적 사고의 확장, 개인성의 대두, 시각성의 변화 및 표현의 확장 영역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살핀다.
더불어 생존 작가로 최고의 경매가를 기록한 데이비드 호크니(3월 22일~8월 4일), 아르헨티나 출신의 레안드로 에를리치(11월 26일~2020년 3월 1일)와 같은 국제적인 현대미술 거장을 초대하는 기획전이 서소문 본관, 북서울미술관에서 각각 열린다. 호크니를 대표하는 ‘더 큰 첨벙’(1967)을 비롯해 ‘아카틀란 호텔’ 시리즈(1984-5) 등 시기별 주요 회화 및 판화 등 총 80여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에를리치의 작품 ‘건물(Bâtiment)’은 전시가 열리는 도시의 특징적인 건물의 외관을 재현하며, 거울의 착시 효과를 통해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마법 같은 경험을 전한다.
또한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 디지털 기술, 고령화 등의 문제를 관통하는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주제 기획전 ‘에이징 월드’(가제, 서소문 본관 8월 27일~10월 20일), ‘이너 스페이스’(가제, 서소문 본관, 11월 27일~2020년 3월 8일), ‘웹-레트로’(가제, 북서울미술관 3월 12일~6월 9일), ‘2019 타이틀 매치 – 김홍석 vs 서현석’(북서울미술관 6월 25일~8월 25일)전이 이어진다.
미술과 인접한 크로스장르 실험을 통해 무용, 영화, 문학 등의 예술언어와 만나는 전시도 마련된다. ‘안은미 개인전’(가제, 서소문 본관 6월 26일~9월 29일)은 관습의 틀을 깨는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춤으로 알려진 안은미가 30여 년 동안 제작한 150여 편의 레퍼토리를 한 공간에서 보여준다.
‘2019 하반기 어린이 전시 – 사각, 생각, 삼각’(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 10월 8일~2020년 3월 10일)은 우리나라 궁중 무용과 악보(정간보)에 관한 관심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험적으로 표현하는 강서경 작가를 초대한다. ‘프로젝트S: 천대광’전(서소문 본관 프로젝트 갤러리 3~12월)은 소문 본관의 건축 혹은 공간을 특유의 작가적 관점을 투영해 환경과 조우하는 공간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장소 특정적 공간 설치 작업을 제시한다.
아프리카, 남미를 다뤄온 비서구미술 전시는 올해 중동 지역의 작가들을 초대할 예정이다. ‘중동 현대미술 프로젝트’(가제, 서소문 본관 11월 27일~2020년 3월 8일)는 국제 정치의 연장선에서 IS의 출현, 반서구 항쟁의 수단이 되는 테러리즘, 종교적인 대립으로 발생하는 끊임없는 내전, 석유 매장지를 둘러싼 이권 다툼, 새로운 무기의 실험장 등 복잡한 사회역사적 배경을 가진 중동 지역 출신의 예술을 소개한다.
가나문화재단, 고암 이응노 전시로 여는 2019년
지난해 가나아트센터에서 이응노의 대규모 전시를 열었던 가나문화재단은 올해의 시작도 이응노의 전시로 열었다. 가나문화재단과 인사아트센터는 고암 이응노(1904~1989)의 도불 60년, 작고 30년을 기념하기 위한 ‘도불 60년, 작고 30주기 기념전 - 원초적 조형본능’전을 인사아트센터에서 2월 10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1958년 도불 이후 1960~1970년대에 작업한 콜라주와 추상, 그리고 1980년대의 군상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응노는 1957년 뉴욕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전’을 통해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작품이 소장되는 것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어 해외로 눈을 돌린다. 그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프랑스로 건너간 것은 1958년, 그 나이 55세였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고암의 작업은 한국 전통 회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추상화로 변모한다.
도불 직후의 이응노는 경제적 곤궁으로 인해 물감조차 사기 어려웠지만, 당시 파리에서 유행하던 콜라주 기법으로 폐자재를 활용하고 그 위에 수묵 담채로 마티에르를 표현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한다. 1960년 이응노는 폴 파케티 화랑과 전속작가 계약을 맺었고, 1962년 폴 파게티 화랑에서의 개인전 ‘이응노, 콜라주’에서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추상 작품을 발표해 호평 받고 파리의 화단에 자리를 잡는다.
문인화로 화단에 입문했었던 이응노는 한자와 한글을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콜라주, 수묵, 유화, 타피스트리 등 다양한 형태로 문자 추상으로 발전시킨다. 이응노의 60년대 추상 작업에서 변형된 문자들은 언뜻 사람들의 형상과 닮아 있으며, 70년대의 문자추상은 사람과 융합한 형태로 독특한 패턴을 보인다.
사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표현은 1980년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작업의 전면에 등장한다. 1989년 작고할 때까지 계속된 군상 연작은 그가 작가로서 활동한 70년의 시간과 예술관을 집약적으로 담고 있다. 전시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으며 창조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이응노의 흔적을 따라간다.
학고재, 토마스 샤이비츠·톰 안홀트 등 국내에 첫 소개
학고재는 올해 삼청동의 학고재 본관과 신관, 그리고 청담관에서 상반기 국내외 원로와 젊은 작가들을 선보이는 전시를 기획한다. 학고재 본관과 신관에서는 ‘옛것을 배워 새것을 창조한다(溫故而知新)’는 정신에 부합하는 작가 김호득과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조명한 연해주 출신 작가 변월룡의 전시를 연다.
지난해 학고재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학고재 청담은 해외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학고재 청담은 ‘맑은 물이 고인 연못(靑潭)과 같이 새로운 지성을 담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곳에서 현재 전시가 예정된 작가 토마스 샤이비츠(독일)와 톰 안홀트(영국)는 학고재 청담을 통해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학고재 청담은 도쿄와 뉴욕에서 작업하는 일본 작가 시몬 미나미카와와 LA에서 작업하는 미국 작가 네이슨 힐든의 2인전으로 2019년을 연다. 미나미카와는 도시에서 목격한 이미지와 기억을 수집해 캔버스로 옮긴 감각적인 작품으로, 힐든은 부재와 존재, 공허함과 의미,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탐구한 연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작업하는 도시는 다르지만 현대 사회의 이미지에 작업의 근간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학고재 청담은 닮은 듯 다른 두 작가의 전시로 전시관을 채운다.
3월 학고재 본관과 신관이 대규모로 김호득 개인전을 연다. 김호득은 최근 파라다이스 시티 아트 스페이스 개관전 ‘무절제(無節制)&절제(節制)’에서 공간을 가득 채운 설치작 ‘문득,공간을 그리다’(2018)로 동시대 수묵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같은 달, 학고재 청담에서 토마스 샤이비츠 개인전이 열린다. 그는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작가로 참여했다. 토마스 샤이비츠는 전통적인 회화 드로잉과 건축, 동시대 도시 풍경과 대중문화 속 이미지들을 기호, 이미지, 형태, 그리고 분절된 건축적 요소로 변환시킨다. 회화와 조각에 주로 매진해 온 그는 최근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으로 작업 세계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학고재 청담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4월에는 변월룡 개인전을 연다. 앞서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백년의 신화: 한국 근대미술 거장전 변월룡’전이 변월룡의 작업에 주목한 바 있다. 학고재 본관과 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인상주의 기법으로 유려하게 풀어놓은 작가 변월룡의 작업 세계를 다시 들여다본다.
5월 학고재 청담은 톰 안홀트 개인전을 연다. 톰 안홀트는 동화작가인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몽환적이고 이야기가 담긴 그림을 영화적 기법을 이용해 그린다. 인터넷 세대 작가인 그는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 미술에서 유럽 낭만주의 화풍, 중세의 태피스트리, 그리고 모더니즘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영감을 받는다. 그는 최근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린 단체전 ‘노운 언노운(Known Unknown)’에 참여하기도 했다. 학고재 청담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토마스 샤이비츠와 마찬가지로 톰 안홀트 작가의 국내 첫 전시가 될 예정이다.
페로탕 서울·리만머핀 서울, 해외 거장 작가 주목
페로탕 서울과 리만머핀 서울은 해외 거장 작가에 주목한다. 페로탕 서울은 제이알(JR)의 국내 첫 개인전을 3월 9일까지 연다. 독학 아티스트이자, 지난 15년 동안 세계 각지의 도시와 자연 경관 속에 기념비적 사진 콜라주를 설치하며 명성을 쌓아 온 그는, 세상의 시선이 잘 미치지 않는 곳을 조명하고, 보통사람 혹은 우리가 듣거나 눈치 채지 못한 그늘 속 인물에 관심을 가진다.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총 11점의 작품을 통해 최근의 장소 특정적 작업을 엿볼 수 있다.
리만머핀 서울은 길버트 앤 조지의 개인전 ‘더 베어드 픽쳐스(THE BEARD PICTURES)’를 3월 16일까지 연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 듀오가 수행해 온 ‘살아 있는 조각’에 대한 헌신과 세계와는 분리할 수 없는 그들의 예술적 관행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이어 리만머핀 서울은 니콜라스 슬로보 개인전(3월 21일~5월 18일), 맥아서 비니언 개인전(5월 23일~7월 13일), 여름 그룹전(7월 18일~8월 24일), 라이자 루 개인전(9월 19일~10월 26일) 등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