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9-650호 김금영⁄ 2019.09.05 10:29:38
신한은행이 신한갤러리 광화문에서의 전시 ‘아워스토리(OURSTORY) 3’을 통해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주인공은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인 전동민. 장애예술 작가 기획전으로 마련된 이 전시를 통해 장서윤 신한갤러리 광화문 큐레이터는 “또 다른 편견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 신한갤러리 광화문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여름마다 장애작가 개인전을 열어온 지 3년차다. 이 전시가 시작된 계기가 궁금하다.
“신한은행은 한국금융사박물관, 신한갤러리, 신한아트홀 등 자체 메세나 시설을 통해 메세나 사회공헌 활동을 실현해 왔다. 이 가운데 보다 폭넓은 사회공헌 활동을 모색했고, 전시를 기획해 선보이는 신한갤러리의 특성을 고려해 2017년 시범적으로 장애작가 전시를 시작했다.”
- 특히 지난해부터는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와 협업해 장애예술 작가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 협업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는가?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작가 추천을 받아 광화문과 역삼 갤러리에서 개인전 및 그룹전을 진행했다. 올해에도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추천한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고, 직접 작가 스튜디오에 가서 작품을 본 뒤 작가와 이야기도 나누면서 최종적으로 전동민 작가를 선정했다.”
- 전시 작가 선정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일단 도시의 야경을 통해 우리네의 삶과 죽음을 읽는 작가의 작업이 인상 깊었다. 시류를 쫓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작업에 담고 있었고, 무엇보다 기본기가 탄탄했다. 또한 신한갤러리 광화문은 갤러리가 위치한 장소의 특성상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은 편이다. 가족이 함께 편하게 전시장을 찾을 수 있는 작업 주제와도 맞닿는다고 생각했다.
주경야독 정신으로 작업을 열정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작가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혼자 서울에 올라왔다고 한다. 작업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어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퇴근한 뒤 매일 2~3시간씩 작업하는 걸 게을리 하지 않고 이어 왔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작업에 열정과 애정이 있다.”
- 장애작가 전시의 큰 테마 ‘아워스토리(OURSTORY, 우리들의 이야기)’는 무슨 뜻을 담고 있는가?
“장애작가 전시라 하면 일단 예술가로서 작품을 인정받기 보다는 작가가 지닌 장애의 사연이 더 부각될 때가 많다. 그런 태도를 최대한 지양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 서문에서도 ‘청각 장애’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전시의 큰 테마인 ‘우리들의 이야기’도 이런 취지에서 비롯됐다. 장애를 지닌 작가들이 평범한 작가들 사이 차별받지 않고, 작품으로 제대로 평가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장애작가 전시 프로젝트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질 것이기에 특히 신경 썼던 테마다.
여기엔 작가의 태도도 중요하다. 사람의 능력은 그 사람의 환경뿐 아니라 자신이 얼마만큼 노력하는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장애가 있으니 이런 점을 감안하고 작품을 봐달라’, ‘내가 장애가 있으니 이런 혜택을 달라’는 태도는 또 다른 편견과 선입견을 야기할 수 있다. 이보다는 ‘나는 이런 장애가 있어서 이런 경험들을 했고, 그 결과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식으로 타당성을 갖추는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가 장애작가들에게 더욱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관람객들 또한 장애작가이든 일반작가이든 그림을 먼저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작가의 이력이나 사연보다 먼저 작품을 보고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지 온전히 스스로 느껴보길 바란다.”
- 신한갤러리는 광화문과 역삼 두 곳에 있는데 운영 방식은?
“신한갤러리 광화문과 역삼 각각에 전문 학예팀이 꾸려졌다. 신한갤러리 광화문은 1년에 기획전을 2회, 공모전을 5회 진행하고 있다. 관람객 층을 고려해 광화문은 교육적인 주제를 담은 작품, 시각적으로 호감이 가는 작품을 위주로 전시를 기획한다. 신한갤러리 광화문 건물에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한구금융사박물관도 함께 있어 교육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신한갤러리 역삼은 신한아트홀과 함께 있는데, 지역 주민이 많이 방문하는 특성상 문화예술 아카데미 등을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 기획전을 꾸릴 때 주안점은?
“신한갤러리는 신한은행의 고객뿐 아니라 광화문에 나들이 나온 방문객, 신한갤러리 공모전에 참여하고 싶은 예비 작가들까지도 모두 주 고객이다. 이 다양한 고객들이 이해할 수 있고, 귀감이 될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선 갤러리에 중심이 잡혀 있어야 한다.
미술계의 유행 사조를 따르거나 논쟁거리를 주제 삼아서 이목을 끌기보다는, 청년 작가가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것이 갤러리의 중심이자 본질이다. 갤러리와 관계를 맺은 작가들을 꾸준히 지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올해 초 역대 공모전 작가 중 우태경, 이혜성, 최은지 3인의 그룹전을 선보였다. 이전 전시 때보다 작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 그동안 선보였던 전시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전시는?
“2017년 선보인 김희조 작가의 ‘행복을 위한 제안’전, 2018년 미술재능 기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리 포리 작가의 ‘해피 리버스데이(Hyaapy Re;Birth Day)’다. 김희조 작가는 주변의 반려동물을 엄마가 양육하는 아이들에 비유한 작업들을 선보였는데,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육아에 지쳐 잠시라도 자유롭고 싶은 엄마들이 일상을 판타지로 만들고, 여기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내용이 많은 관람객에게 위로를 전했다.
포리 작가는 버려진 폐기계들을 이용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보여줬다. 단순 아트토이라기보다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두 전시 모두 관람객과 소통하면서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도를 했다는 측면이 신한갤러리와의 성격과도 맞았다.”
- 앞으로 선보이고 싶은 전시는?
“기회가 된다면 대형 전시를 선보이고 싶다.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는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며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기를 바란다. 또한 신한갤러리는 재능 있는 작가들의 성장의 발판으로서 앞으로도 힘을 보탤 것이다. 공모전을 거쳐 간 작가들이 미술계에서 꾸준히 전시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쇼맨십 일환이나 홍보성 전시보다는 진정성에 가치를 두고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갤러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