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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법 칼럼] 눈물 없인 못 듣는 개인 회생과 파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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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9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20.02.17 09:13:58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수년 전, 친구에게 속아 보증을 잘못 서서 큰 빚을 지게 된 분을 상담한 적이 있다. 친구를 믿고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내어 주었다가, 자신의 예상을 넘는 보증과 채무를 부담하게 된 사례이다.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타인에게 자신의 인감도장을 주면서, 얼마의 보증채무를 부담하는지 확인을 안 했다. 제삼자로서는 솔직히 잘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필자도 처음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을 때는 그랬다. 도대체 의뢰인들의 진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할 수 있지?” “이런 변명으로 판사를 어떻게 설득하지?”라는 생각이 필자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런데 변호사 생활 10년을 훌쩍 넘기고 보니, 세상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 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실수한 사람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난은 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후에 변호사를 만나서 상담하는 당사자는 어떤 심정이겠는가? 이 사건은 법정에서 최대한 다투어졌지만, 결과를 뒤집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의뢰인도 과도한 보증채무를 감당할 수 없었기에 개인 회생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개인 회생과 파산 제도가 제대로 시행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전까지는 빚이 죽을 때까지 따라다녔고, 죽은 후에는 남겨진 가족에게 상속되었다. 한번 실패하면, 다시 재기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개인의 경제력은 우리 경제를 뒷받침해주는 기둥 중의 하나이다. 개인이 힘들면, 국가 경제는 당연히 함께 어려워진다. 국가의 여러 가지 정책은 개인이 무너지지 않도록, 거시적·미시적 관점에서 수립되고 시행된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회생파산제도 개선점 모색 국회 토론회’가 작년 4월 18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제윤경 의원실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개인이 무너지지 않게 돕는 게 국가

그래서 활성화된 제도가 개인 회생과 파산 제도이다. 개인 회생은 말 그대로 개인을 경제적으로 다시 살리는 제도이고, 파산은 빚을 정리해서 개인이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개인 회생과 파산을 어느 정도까지 넓게 허용해 줄 것인지 여부는 결국 국가의 정책에 달려 있다. 최근 법원은 여러 가지 절차를 간소화하는 추세이다. 2020년 1월에 개정된 ‘개인파산 및 면책신청 사건에 관한 예규’를 보면, 개인파산 제출 서류가 대폭 간소화되었다.

필자도 수년간 개인회생, 파산 사건을 다루어 오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개인 회생과 파산 사건이 일반 사건과 다른 특징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의뢰인의 그동안 살아온 삶의 과정에 대해 알게 된다는 점이다.

이 점이 가사 사건과 비슷한데, 채무자의 부채가 왜 이렇게 늘었는지를 채무자 진술의 형태로 만들어 법원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필자는 의뢰인이 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전부 듣게 된다. 정말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왔는지 모를 정도로 힘든 분들이 많다.

전에 어떤 변호사님이 “빚에서 빛으로”라는 문구로 이 두 제도를 표현한 적이 있다. 필자는 이보다 더 좋은 문구를 보지 못했다. 부디 모두 이겨내시고 빛을 되찾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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