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2021.11.12 11:56:15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1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홈 경기에서 전반 36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페널티킥 골로 1-0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승리로 한국은 3승 2무(승점 11),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조 2위를 유지했다. 같은 날 선두 이란이 레바논 원정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4승 1무, 승점 13점을 기록해 순위 변동은 없었다.
이날 경기 후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한국 팀의 주장이자 월드 클래스 슈퍼스타인 손흥민(토트넘)도, 페널티킥 골을 기록한 황희찬도 아닌 ‘골대’였다.
한국 팀은 전반 조규성(김천)과 손흥민의 슛과, 후반 29분 손흥민의 헤더까지 세 번의 결정적인 슛이 골포스트와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었다.
특히 전반 45분 손흥민이 미드필드부터 혼자 폭발적인 드리블로 적진을 휘젓고 돌진해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날린 왼발 슈팅이 골포스트에 막힌 장면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에 앞서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경험이고 특혜"라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던 손흥민은 골대의 계속된 ‘신들린 선방’탓에 A매치 3경기 연속 골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손흥민의 플레이를 '직관'한 팬들은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이날 손흥민과 대표팀의 ‘골대 불운’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올라왔다.
네티즌 다수는 손흥민이 “영점이 안 맞는다”, “몸이 파인 튜닝(세밀한 조율)이 안 됐다”라며 “시차가 문제”라고 분석했다. 유럽에서 합류하느라 다소 늦게 한국에 도착한 탓에 컨디션 조절이 어려움과 그에 따른 체력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팀의 경기 내용이 좋았고 승점을 챙겨서인지 다수 네티즌은 이날의 골대 불운을 재미있는 해프닝 정도로 여기며 “오늘 주인공은 골대”, “손흥민 몰래카메라” 등의 농담을 주고받았다.
손흥민이 경기 막바지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한 네티즌은 “손흥민 5골대 달성”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 한 네티즌은 “기온이 낮아지면 금속이 수축해서 골대가 작아진다. 그래서 평소 같으면 들어갈 것도 자꾸 골대에 맞는 것”이라는 억지 이론을 주장해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국 축구 대표팀이 국내에서 치른 경기 중 처음으로 100% 관중 입장이 허용된 이 날 고양종합운동장에는 유효좌석 약 3만 5천 석 가운데 3만 152석이 찼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달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하면서 UAE전에 100%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100% 관중 입장을 위해 이날 전 좌석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구역으로 운영됐다. 이에 따라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백신 접종 확인서 또는 경기 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PCR(유전자증폭) 음성확인서 등을 통해 입장 자격을 확인한 뒤 경기장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