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2.10.17 10:54:39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에 공물을 봉납했다.
교도통신 등은 이날 “기시다 총리가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眞榊)’ 공물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마사카키는 신사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상록수나무의 일종)를 일컫는다.
이날에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후생노동상도 마사카키를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는 18일까지 열리는 추계 예대제에서 참배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기시다 총리가 총리로 취임한 후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취임 직후였던 지난해 10월 추계 예대제와 올해 4월 춘계 예대제에 이어 8월 15일 패전일에 각각 봉납했다. 패전일에는 ‘자민당 총재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공물을 봉납했으며, 개인 돈으로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요금을 냈다.
일본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건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앞서 14일 기시다 내각의 각료인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경제산업상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정부 각료가 참배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18일에는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집단 참배할 계획이다. 이 모임 소속 의원 100여 명은 4월 춘계 예대제 때도 집단 참배했으나, 패전일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하지 않았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 90%에 가까운 213만3000위(位)는 일제가 ‘대동아(大東亞)전쟁’이라 부르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일제 패망 후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교수형을 당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를 비롯해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도 이 신사에 합사돼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우익 진영에는 ‘성소(聖所)’로 통하지만, 일제 침략으로 고통을 겪었던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는 전범의 영령을 모아놓은 ‘전쟁신사’로 각인돼 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