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8호 김금영⁄ 2023.05.17 11:41:05
돈만 잘 벌어서 1인자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미래 살아남는 ‘장수기업’의 필수 요건으로는 이윤의 극대화를 1순위에 두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윤리경영’이 꼽힌다.
윤리경영은 사회공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품질인증, 노사문화 등 다양한 형태로 기업들에 녹아들어 있다. 1970년 설립돼 올해 창립 53주년을 맞은 유한킴벌리는 국내 최장수 공익캠페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중심으로 환경·취약계층 보호 등의 키워드를 내세운 윤리경영을 실천하며 미래 100년 기업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공존을 강조한다.
숲 조성하고, ESG 위원회 설치하고…자연과 인간의 공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이하 우푸푸)’의 시작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캠페인 시작 당시엔 환경을 생태학적인 환경이 아니라, 사람의 배경(Background) 정도로 인식하고 접근했다. 사회·경제적으로 발전을 위한 개발에 집중할 때라 정작 환경 보호엔 관심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공헌 캠페인 등의 개념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이때 유한킴벌리가 환경을 앞세운 공익 캠페인 우푸푸를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유한킴벌리 측은 “급작스러운 경제 발전이 이뤄지던 1980년대 우리는 건강하고 큰 숲을 가지지 못했고, 연간 강우량이 1300억 톤이나 되면서도 늘 ‘물 부족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며 “사회책임과 공헌 활동의 필요성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국민과 나라가 있어야 기업도 이익을 내고 생존할 수 있다는 역발상으로, 궁극적으로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푸푸를 시작했다”고 캠페인 출발의 배경을 밝혔다.
현재 다양한 기업들이 공익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지만, 그때그때의 이슈에 집중하거나 단발성 프로젝트인 경우도 많아 오랜 시간 캠페인을 유지하고 정체성을 지켜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가운데 유한킴벌리는 우푸푸 캠페인 40주년을 내년 앞뒀다. 캠페인 기간 동안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중심 키워드를 굳건하게 유지했고, 이로 인한 성과도 쌓였다.
우푸푸 캠페인은 초창기 나무심기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범위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환경단체와 ‘생명의 숲 국민운동’을 1998년 창립했고, 미세먼지와 황사의 발원지 중 하나인 몽골에 여의도 면적의 11배에 이르는 ‘유한킴벌리 숲(사막화방지 숲)’을 20년 동안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조성했다. 몽골 유한킴벌리 숲은 성공적인 해외 협력사례로도 평가받는다.
숲 조성은 학교, 도시로도 이어졌다. 학교를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꿔 학생들이 숲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700개 이상의 학교에 숲을 조성했고, 도시 공간 내 부족한 녹지 공간을 확장하고자 2005년부터 서울숲에 이어 12개 동네 숲을 조성했다. 이밖에 북한숲 복원을 위한 양묘장도 운영해오고 있다.
단순 기업이 독자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신혼부부들이 직접 나무를 심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신혼부부 나무심기’도 운영 중이다. 올해에도 4월 1일 신혼부부 110쌍과 사회리더, 유한킴벌리 임직원 등 300여 명이 참여해 산불피해지 복원을 위해 산벚나무와 소나무를 심었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로 인해 현재까지 국·공유림에 55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캠페인을 비롯해 지구를 지키자는 취지에서 2022년 7월 열린 ‘지구에게 아름다운 패션쇼’에 참여해 환경 보호 실천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 환경상 수상 기업을 대표해 행사에 참석한 유한킴벌리 진재승 대표는 직접 새활용(버려진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재생산하는 것) 의류를 입고 무대에 올라 “패션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지속가능 제품과 서비스를 실현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ESG 경영 실천을 통해 소비자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과 지구 환경과 미래 세대를 위한 활동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한킴벌리는 ‘우리는 생활-건강-지구환경을 위해 행동합니다’라는 비전 아래 최고경영자(CEO) 직속 ESG 위원회를 꾸려 운영해오고 있다. 유한킴벌리 ESG 위원회는 각 소위원회를 두고, 탄소중립경영체계 마련, 환경경영 이행관리, 지속가능제품 혁신, 우푸푸 캠페인 등 사회공헌 효과 증대, 준법·윤리경영 등을 가속화하고 있다.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제품으로 매출의 95%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제품과 포장에서 원천적으로 불필요한 물질 사용을 최소화하고,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량 50% 저감(2019년 대비), 지속가능한 산림인증 펄프 사용, 포장재 절감 대용량 제품 공급, 재생 플라스틱 사용 등 제품생산 모든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사탕수수 유래 바이오매스 소재를 적용한 ‘하기스 네이처메이드 기저귀’. 플라스틱 프리 원단을 적용한 ‘크리넥스 종이 물티슈’ 등의 혁신 제품들로 관련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핸드타월 재활용 사업 등을 통해 자원순환경제를 촉진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연대도 현재 진행형이다. 유한킴벌리는 친환경 소재 및 제품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 간의 협력을 통해 자원순환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기를 기대하며 ‘그린 액션 얼라이언스’를 출범, 운영해 오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CJ제일제당 등과의 협력을 시작으로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 및 제품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사회,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소셜벤처/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기 위한 신규 CSR 모델 ‘그린 임팩트 프로젝트’도 운영 중이다.
유한킴벌리 측은 “자사는 비상장기업으로 재무적 투자자의 관점에서 ESG 평가를 요구받는 기업은 아니지만,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해온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본질적 의미에서의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며 “이런 실천들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고 더불어 기업과 사회,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일자리·제품 지원…더불어 사는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 공존을 목적으로 한 유한킴벌리의 윤리경영은 ‘환경’이라는 큰 키워드 아래 시니어,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의 인권을 위한 ‘취약계층 보호’로 범위를 확장해 왔다. 시니어의 경우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고령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바라봤다. 여기서 시니어를 단순히 지원,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한킴벌리는 자사 디펜드 매출 일부를 시니어 일자리 기금으로 기탁해 왔으며, 함께일하는재단 등과 협력해 고령화와 시니어 비즈니스 기회 확장을 연계한 공유가치 창출 활동을 2012년부터 추진해왔다. 올해 3월엔 함께일하는재단과 사회공헌 시범사업 ‘유한킴벌리 시니어 임팩트 펠로우십’을 론칭했다.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니어 비즈니스 소기업 38개를 육성했고, 650개 이상의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해 왔으며, 시니어 시설에 심리/위생 교육을 제공하는 시니어케어 매니저 육성 등의 성과를 이뤘다.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의 인권과 보건위생 강화를 위해서는 ‘힘내라 딸들아’ 캠페인을 마련했다. 한국여성재단과 손잡고 2016년부터 시작한 이 캠페인을 통해 매년 100만 패드 이상의 생리대 기부를 진행했고, 그 결과 2018년까지 누적 약 400만 패드가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제공됐다.
이와 함께 유한킴벌리는 소비자의 생리대 선택의 폭을 확대하기 위해 중저가 생리대 ‘좋은느낌 순수’와 함께 친자연 생리대 ‘라네이처’ 등을 공급해 제품 선택권을 확대했다. 생리건강 블로그 ‘우리는 생리하는 중입니다’, 초경 교육 플랫폼 ‘우리월경해’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면서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7년부터는 인큐베이터 보살핌이 필요한 이른둥이(7주 이전이나 2.5kg 이하로 태어난 신생아)를 위한 초소형 기저귀인 하기스 네이처메이드 이른둥이(소형) 제품을 무상 공급해 왔다. 지난해 5년 만에 누적 기부 400만 매를 넘어섰다.
유한킴벌리 측은 “이른둥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품을 떠나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 동안 인큐베이터에 지내야 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적지 않다”며 “이런 부모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인큐베이터 보살핌이 필요한 신생아를 위한 제품(소형)을 무상 공급해왔다”고 밝혔다.
소비 주역 MZ세대,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로 윤리경영 꼽아
윤리경영은 장수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 요소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저에 둔 윤리경영은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 궁극적으로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감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월 10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유시장경제와 기업의 역할에 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5%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앞으로 강화돼야 할 분야에서도 ‘법규 준수 및 윤리경영’(14.3%)이 눈에 띄었다.
특히 소비 주역인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의 관심이 높다. 4월 대한상공회의소가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은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투명·윤리경영 실천’(51.3%)을 꼽았다.
유한킴벌리는 윤리경영의 성과를 바탕으로 ‘2022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에서 올스타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이 조사는 2004년 시작됐는데, 유한킴벌리는 19년 연속 톱 6에 이름을 올렸다.
윤리경영 실천은 기업 경쟁력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응답자의 64.5%가 ‘ESG를 실천하는 착한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ESG 우수기업 제품을 구매할 때 경쟁사 동일 제품보다 얼마나 더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65.7%는 5% 미만, 29.8%는 5~10%라고 각각 답했다. 10% 이상을 추가로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4.2% 있었다.
실제로 유한킴벌리는 관련 효과를 최근 확인했다. 자사 젖병 제품 중 멸종위기 야생식물 보호에 기여하는 디자인 젖병이 동 브랜드의 일반 젖병보다 최대 4배나 더 판매됐다. 유한킴벌리의 육아용품 전문 브랜드 ‘그린핑거 베베그로우’는 4월 기존 젖병과 별개로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된 노랑붓꽃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젖병을 출시했다.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구입하면 매출의 1%를 야생식물 보호기금으로 천리포수목원에 기부하는 형태다.
유한킴벌리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윤리경영 문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100년 장수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이 일환으로 CEO 직속 윤리경영 실천 전담조직인 윤리법무본부를 두고 윤리규범의 확립과 지속적인 교육, 표준업무 절차의 구축, 투명한 회계 시스템 확립, 내부적인 윤리경영 모니터링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윤리경영과 관련된 모든 활동이 통제나 사후관리가 아닌 표준화와 사전 예방, 윤리적 기업문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또, 윤리경영의 실천을 고도화하기 위해 매년 진행되는 ESG 자체진단과 함께 윤리경영, 거버넌스에 대한 진단 평가와 개선을 지속하면서 진행경과와 결과, 향후 개선과제 등을 이사회에 상세히 보고하고 있다. 이사회는 윤리/컴플라이언스 교육활동 결과 및 계획, 회계감사 및 내부회계관리 검토 결과, 포용/다양성 역량 강화 및 내재화 활동까지 주요 안건으로 폭넓게 다룬다.
윤리적 가치 체계 구축을 위해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층도 솔선수범한다. 유한킴벌리 진재승 대표는 4월 20일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윤경ESG포럼 CEO 서약식’에 참여해 윤리경영의 실천과 확산을 다짐했다. 이날 서약식에서 유한킴벌리는 윤리경영 실천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 기업을 선정하는 ‘윤리경영 실천 우수기관 공모전’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국민권익위원장상을 수상했다. 유한킴벌리는 2003년부터 20년 연속 윤리경영선언에 참여해 왔다.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의 활성화를 위한 자발적 국제협약인 UN 글로벌콤팩트에도 가입해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 10대 원칙을 모범적으로 준수해 오고 있다. 이 같은 회사의 원칙은 외부 파트너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 신규 계약 업체 및 1차 협력회사 평가 시에는 사업 역량뿐만 아니라 윤리경영, 노동, 인권, 사회책임 등도 함께 평가한다.
유한킴벌리 측은 “사회적인 공익활동과 기업에게 좋은 일 두 가지가 상반되지 않는다고 믿고 달려왔다. 그리고 이 신념은 현실이 됐다”며 “유한킴벌리가 50년을 지나 100년 기업으로 가는 길에 함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