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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탈북민 한국사회 정착이 통일 밑거름”

‘1사1인’ 캠페인 적극 펼쳐… “3000명 모이는 한마당 행사 등 탈북민 화합에 혼신의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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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5호 한원석⁄ 2023.09.07 10:18:41

지난 3월 28일 취임한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사진=남북하나재단.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경을 폐쇄했던 북한이 최근 국경을 개방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거의 없었던 탈북민 숫자도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입국하게 되면 국가정보원의 북한 이탈주민 보호센터에서 3개월 간의 조사를 거쳐 한국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적응 교육을 하나원에서 3개월 동안 받게 된다. 이후 탈북민들의 대한민국 정착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기관이 존재한다. 바로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다.

2010년 설립된 남북하나재단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곳이다. 올해 3월 28일 제6대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으로 조민호 이사장이 취임해 탈북민의 대한민국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조 이사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남북하나재단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한다면?

“하나원에서 3개월 과정을 마치고 퇴소하면 재단에서 탈북민의 신병을 인수받아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재단에서 5년간 집중 지원합니다. 교육, 의료, 직업 알선 등 다양한 지원을 하는데 학생들에게는 학비,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해서 많은 지원을 하는데 이들의 경우 5년이 지나더라도 지원을 계속합니다. 또한 취업을 못한 분들을 위해 취업 상담과 구직 활동을 적극 지원합니다.”

- 취임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지난 몇 달이 저에겐 1년보다 더 길었던 느낌입니다. 밤낮으로 탈북민들을 만나느라 몸살감기가 올 정도였지만 매우 보람 있는 시기였습니다. 많은 탈북민을 만나면서 그들을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에서 이해할 수 있었고,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더 분명해졌습니다. 우리 재단의 존재 이유가 탈북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고 제가 선언했는데, 현장을 보면서 더 확실해졌습니다.”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오른쪽)이 8월 1일 호우 피해를 입은 충북의 한 탈복민 농가를 방문해 피해 복구 지원 및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 취임 이후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 탈북민 정착 현장도 방문하고 있는데 깊은 인상을 받은 곳은?

“여러 곳을 다녀왔습니다. 이름을 특정하긴 그렇습니다만, 탈북민이 시장경제 체제에서 비즈니스를 익혀 기업인으로 성공한 곳들도 가봤습니다. 직접 탈북민을 고용하고 봉사활동도 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 밖에도 개인적으로 가게를 열거나 식당 등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홍수 피해를 입은 탈북민이 운영하는 몇천 평 규모의 한 특수작물 농장을 방문해 일도 거들기도 했습니다. 많은 탈북민이 이렇게 발전해 간다면 북한에 있는 2600만 동포들에게 큰 울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취임사는 물론 최근 재단 유튜브에도 직접 출연해 자신을 ‘탈북민을 위한 1호 영업사원’이라고 소개했는데?

“MOU(업무협약)를 통한 대외협력을 확대하고 남북하나재단을 잘 모르는 유관기관이나 단체에 재단의 존재를 알리려 합니다. 이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그 결과가 탈북민들에게 실익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려 합니다. 여러 기관장과 국회의원 모두 탈북민에게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향도 밝히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부금도 모아 정부 예산으로 할 수 없는 지원도 가능해지도록 하려고 합니다.”

- 취임 이후 직접 ‘일사일인(一社一人)’ 캠페인을 제안하셨고 지금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어떤 캠페인인가?

“현재 탈북민 입국자가 3만4000명이 넘는다고 하지만 이들 중 돌아가시거나 해외에 간 사람들을 제외하고 실질적 취업 적정 연령대의 인원은 2만 명이 채 안 됩니다. 이들 중에는 이미 취업한 사람도 상당히 많기에 실제로 취직이 절실히 필요한 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2022년 대한민국 고용률이 63.0%인데 우리 탈북민의 경우 59.2%여서 국내 고용률보다는 좀 낮습니다.

‘1사1인’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모든 기업 하나하나가 탈북민 한 명을 취업시키자는 취지의 캠페인입니다. 탈북민 최상의 정착은 취업입니다. 의식주가 안정적으로 해결돼야 삶의 질이 높아지고 문화 예술이나 여가도 가능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에는 대기업이 450개 정도, 중견기업이 약 5500개, 그리고 중소기업(중소‧벤처‧소상공인)이 700만 개 정도 됩니다.

 

@ 조민호 이사장이 남북하나재단의 ‘1사1인’ 캠페인 홍보 영상에 출연해 캠페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유튜브 캡처

올해 들어서 지금까지 탈북민 한 130명 정도가 취업을 했는데 여기에 멈추지 않고 재단이 적극 나서서 6월부터 탈북민 취직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재단 직원들이 고심해서 ‘꿈을 찾는 탈북민! 미래를 함께하는 회사!’라는 표어도 만들었습니다. 캠페인 홍보를 위해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 길용우 배우, 김석봉 석봉토스트 대표 등이 참여해 1사1인 캠페인 ‘통합을 넘어 통일!’ 유튜브 영상도 제작했습니다.

재단이 기존에 하던 활동을 더 강화하는 ‘1사1인’ 캠페인을 벌임으로써 올해는 작년보다도 고용률이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탈북민을 고용하는 회사는 미래가 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국민께서도 1사1인 캠페인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탈북민 지원을 위해 유관기관과 MOU 추진에서 어떤 성과가 있나?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MOU는 이미 여럿 체결했습니다. 지난 5월에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와 만나 탈북민 탬플스테이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10월에 진행되는 탈북민 어울림한마당 행사도 동국대 운동장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어울림한마당 장소를 구하기 쉽지 않았는데, 서울의 중심에서 탈북민 3000여 명이 참가하는 행사를 열게 된 것입니다. 서울시와는 탈북민이 중장비나 운전 등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서울기술교육원에서 무료로 받게 하도록 합의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은 고령‧독거 탈북민 고독사 문제 예방을 위해 hy(옛 한국야쿠르트)와 ‘똑똑! 안녕하세요’라는 협약을 맺고 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옛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탈북민 돌봄 사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제공

또 hy(옛 한국야쿠르트)와는 고령‧독거 탈북민 돌봄을 위해 ‘똑똑!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을 같이하기로 했습니다. 탈북민의 고독사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옛 야쿠르트 아줌마)를 활용하려는 겁니다. 이들이 고령층 및 생계 취약 탈북민들에게 매일 아침 무료로 야쿠르트를 배달하면서 잘 지내고 계신지 확인할 것입니다. 현재 이미 파악된 70대 이상 독거노인 약 600명에게 무료로 배달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뇌출혈로 쓰러진 독거 노인을 발견해 신고하고 빠르게 조치를 취해 생명을 구한 사례도 있습니다. 아울러 탈북민들의 취업을 위해 여러 기관들과 심도깊게 협의 중입니다.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몇 군데 더 MOU를 맺을 계획입니다.

한편 앞으로는 탈북민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탈북민 스스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생활의 안정을 통해 삶을 더 멀리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고, 그것이 나아가 우리 민족의 통일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지난 몇 년 사이에 탈북민 입국이 크게 줄었는데, 그러면 재단의 역할에도 영향이 있나?

“지난해 67명이 입국했고, 올해는 좀 늘어서 상반기에만 99명이 입국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은 중장기적 지원체계로 운영되기 때문에 당장 어떠한 영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늘 장기적으로 탈북민 지원체계를 현 상황에 맞춰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일각에서는 ‘우린 혜택 받는 것이 없다. 정착을 못 하는 사람들, 자꾸 더 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만 지원이 집중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만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선 배급하듯이 무한정 지원할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재단은 초반 5년 동안 집중적인 정착지원을 하려 하는데, 그 기간이 지나 성공한 분들은 이제 함께 열악한 분들을 도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미 그렇게 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10월 어울림 한마당 행사 때에도 어떤 탈북민은 수천만 원을 기부하겠다고 합니다. 재단 혜택을 계속 원하더라도 공공기관이다 보니 규정상 지원이 안 되는 것도 많습니다. 한국에 오래 살았는데도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을 지원하는 것에도 위와 같은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기부금 모집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도, 사각지대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탈북민이 한국에서 잘 정착해 사는 것이 통일의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한다. 사진=남북하나재단 제공

 

- 탈북민 지원도 중요하지만 남한 사회의 탈북민에 대한 일부 편견적 시선 전환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탈북민에 대한 편견은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느끼는 편견’과 ‘일반 국민이 탈북민에 대해 느끼는 편견’이 있습니다. 우리 재단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민은 말투 등 문화적 소통방식이 다른 데서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에 재단은 문화와 생활방식에서 오는 갈등 유형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일반주민은 탈북민이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탈북민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상호인식 및 소통 능력을 높이고 ‘서로 다름’에서 오는 갈등과 ‘관계 단절’의 위기 예방, 포용하는 자세를 갖도록 사회통합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현 정부는 북한인권문제와 탈북민 정착에 대해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단 입장에서도 할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뛰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변함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아울러 제가 특히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해외에 계신 탈북민들입니다. 그들에 대해서도 재단이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북한이탈주민 법령은 국내에 있는 탈북민만 지원 대상으로 하지만, 해외에 있는 수천 명의 탈북민을 마냥 해외동포로 취급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재단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민호 이사장이 남북하나재단 동정 사진 앞에서 손하트를 내보이고 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 언론인 출신으로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는데 특히 북한 전문기자로 활동한 걸로 알고 있다.

“1세대 북한 전문기자 출신이고 통일부장도 지냈습니다. 1980년대 말 일부 언론사에 북한부가 만들어질 때 북한 취재를 맡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현장을 뛰면서 치열하게 북한을 연구하고 취재했습니다. 탈북민 접촉은 1980년대 말이 처음이었습니다. 이후 많은 탈북민을 만나고 취재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면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탈북민을 통일의 역군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탈북민과 우리 사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탈북민을 단순한 난민처럼 취급하는 것은 이들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저는 탈북민을 ‘통일의 선발대, 밀알’이라고 말합니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잘 정착해 살면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간부나 주민에게 ‘한국이 저런 사회였구나’를 깨닫게 해준다면 그것이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엔 남북대화나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끈다는 생각에만 치중돼 있어서 탈북민의 역할에 대해선 경시된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통일에 있어 탈북민의 역할을 부각하려 합니다. 탈북민은 통일의 정말 소중한 자산입니다. 탈북민 스스로도 그런 자긍심과 역사적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재단도 늘 변함없이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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