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1호 안용호⁄ 2023.12.08 16:57:56
가끔씩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을 때가 있나요? 무거운 책임감과 중압감에서 하루라도 벗어나고 싶으신가요? ‘어른의 중력’(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저, 윌북)은 이 세상의 어른 아이, 2030 금쪽이들을 위한 심리학 책입니다.
팬데믹 이후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20대 정신건강에 대한 위기가 표면으로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사회는 여전히 20대에게 이중적인 시선을 보냅니다. ‘가장 좋을 때’라거나 ‘청춘’이라는 낭만적인 말로 그들을 표현하거나 ‘MZ세대’처럼 기성세대와 다른 특별한 특성을 부여하는 듯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마케팅 용어로서 그들을 대상화합니다.
책 소개글에 따르면, 이 책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어른의 무게를 처음 마주한 2030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몸은 어른, 마음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세계의 무게를 중력처럼 무겁게 느끼는 2030들을 위한 심리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개처럼 흐릿하지만 무거운 중력, 어린 시절 무한한 가능성은 현실에 맞게 작아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시기, 하지만 동시에 내가 잘하는 게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한 작은 희망. 그리고 용기 없는 나에게 누군가 나타나 이 세계에서 나의 가능성을 길어 올려주길 바라는 그 마음을 위한 책입니다.
어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어른 되기만을 준비해왔는데 막상 어른이 되니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자조적으로 어른의 단계를 유예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면서, 그 단계에서 수많은 심리적 고통을 겪습니다. 우울증뿐 아니라 번아웃, 불안, 공황 등 2030의 고통은 이제 보편적 사회현상이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제가 있는 것처럼 사회가 원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올라가기만을 바라서는 ‘어른 아이’들은 언제까지나 ‘어른 되기’를 유예할 것입니다.
그들의 이 방황하는 마음에 대한 심리학적 정의는 없는 시기, 저자는 이 시기를 ‘쿼터라이프’라고 부릅니다. 그들의 혼란과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쿼터라이프’라는 잃어버린 그들의 이름을 찾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단지 대상화된 마케팅 용어로서의 MZ세대 같은 구분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통합된 자아를 가지고 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전한 ‘지도’를 갖기 위해 그 시작으로서 그들에게 정확한 이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죠. 저자는 ‘쿼터라이프’ 시기를 지나온 문학가, 시인, 철학가들의 이야기, 혹은 고전과 신화 속에서 그들의 고민을 찾아내고, 이 시기의 고민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번 호 문화경제는 ‘어른이 마케팅’을 특집기사로 다룹니다. 흔히 ‘어른이’라고 하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 장난감 따위에 열광하거나, 이를 광적으로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어른. 즉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최근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먼저, 식품 업계는 어른이의 입맛과 취향을 저격하는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습니다. 어른용 안주 스낵이라 할 수 있는 농심의 먹태깡, 롯데웰푸드의 오잉 포차 꾸이오잉칩 등 ‘어른용 과자’라는 콘셉트의 과자가 어른들의 입맛을 사로 잡습니다.
유통업계, 특히 백화점의 경우 어른이의 취향에 맞춘 팝업을 열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열린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열린 ‘2023 짱꾸는 못말려 시네마 퍼레이드 투어 팝업 스토어’, 신세계백화점의 ‘헬로키티 하우스’가 그것입니다. 롯데백화점은 ‘잔망루피’, ‘포켓몬스터’, ‘라인프렌즈’ 등의 캐릭터 행사를 통해 어른이의 관심을 끌었죠. 행사 공간에 입장하려면 예약을 하거나 줄을 서야했습니다. 줄을 선 대부분이 가족 단위 고객보다는 2030·3040세대여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주류업계의 어른이 마케팅은 더욱 눈길을 끕니다. 그 중 시선을 끄는 것은 팝업스토어입니다. 특히 하이트진로의 ‘뚜껍상회’는 어른이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힙니다. 재작년 ‘어른이 문방구’ 콘셉트, 올해는 ‘어른이 놀이터’ 콘셉트로 ‘대박’을 쳤습니다.
그 밖에도 게임, 뷰티 등 다양한 업계에서 어른이 마케팅이 활발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재미를 통한 ‘위로’가 아닐까요.
철들기를 바라는 세상 대신 지금 이 순간 “제발 철들지 말라”고 말하는 누군가 있다면 얼마나 고마울까요. 어른이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세태가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른들의 삶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