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3호 김응구⁄ 2024.11.01 16:44:31
LS전선은 지난 9월 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한 ‘밸류업 데이’ 행사에서 “2030년까지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할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밸류업 데이 행사에선 LS전선 경영진과 LS에코에너지·LS마린솔루션·LS머트리얼즈 등 LS전선 주요 자회사 대표들이 참석해 해저케이블과 IDC(데이터센터) 솔루션 사업에 관한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해저 사업 우위 강화
먼저, LS전선은 뛰어난 기술력에 해상풍력 밸류체인 글로벌 탑티어 업체들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위를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장거리 전력망과 해상풍력단지 건설사업 확대로 HVDC(초고압직류) 케이블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공급 업체는 LS전선을 포함한 유럽·일본 등 6개 업체에 불과하다. LS전선은 이 기회를 활용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LS전선은 최근 미국 공장 건설을 확정한 데 이어 영국과 베트남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검토 중이다. 미국 공장은 내년에 착공해 2027년 준공 예정이다. 동부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市)에 자리하며, 엘리자베스강 유역 39만6700㎡(약 12만 평) 부지에 연면적 7만㎡(약 2만 평) 규모로 지어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200m 규모의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도 갖춘다.
LS전선은 주(州)정부로부터 약 48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로써 총 1억4700만 달러(약 2027억 원) 규모의 지원을 확보했다. 이는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전선업체 중 최대 규모다.
LS전선은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2030년까지 누적 매출 1조 원을 달성해 미국 최대 해저케이블 공급 업체로 도약할 계획도 갖고 있다.
구본규 대표는 “LS에코에너지와 협력해 유럽·아시아·미주 지역에 공장을 구축, 글로벌 지역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LS마린솔루션과는 케이블 공급부터 시공,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턴키 솔루션으로 사업적 포트폴리오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은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LS전선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3646억 원, 영업이익은 154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8%, 5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주잔고는 5조6216억 원으로 48.1% 늘었다.
한편, 이날 밸류업 데이를 통해 구본규 대표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이번 밸류업 데이에서 LS전선의 성장 전략을 직접 밝히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1979년생으로 ‘40대 오너’인 구본규 대표는 구자엽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MBA를 취득한 후 2007년 LS전선 미국 법인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LS일렉트릭과 LS엠트론을 거쳐 2022년 LS전선 부사장 겸 대표이사로 임명됐고, 2023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구본규 대표는 해저케이블 시공·유지보수업체 LS마린솔루션 대표도 맡고 있다. LS마린솔루션은 지난 10월 4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구본규 대표의 대표이사 선임 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LS마린솔루션은 구영헌 단독대표 체제에서 구본규·구영헌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한다. 이에 따라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 간 해저케이블 사업 분야에서의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참고로 LS마린솔루션은 올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운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이익을 달성했다. 3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374억 원, 영업이익 7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매출 201억 원, 영업이익 41억 원보다 각각 86%, 77% 증가한 수치다.
LS마린솔루션은 최근 육상 케이블 시공 전문업체 LS빌드윈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해저와 육상을 아우르는 통합 케이블 시공업체로 도약했다. 더구나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LS빌드윈의 4분기 매출이 반영돼, 연간 매출은 전년도 708억 원 대비 두 배 가까운 13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자산총액은 6월 말 기준 1945억 원에서 약 27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S마린솔루션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해저케이블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서해안 해저 전력고속도로 건설’ 참여와 해상풍력 사업 확대, LS전선과 협력을 통한 글로벌 수주 경쟁력 강화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LS에코에너지 역시 올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3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이다.
지난 10월 17일 LS에코에너지는 3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2234억 원, 영업이익 125억 원, 순이익 8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매출 1675억 원, 영업이익 111억 원, 순이익 26억 원 대비 각각 33%, 14%, 227% 증가한 수치다.
이번 성과의 주요인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초고압 케이블과 랜 케이블(UTP)의 유럽·북미 시장 수출 증가다. 특히 10기가급(CAT.6) 랜 케이블은 북미 건설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확대로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LS에코에너지는 LS전선과의 ‘교차판매(Cross-selling)’ 전략을 통해 유럽·아시아 시장에서 초고압 케이블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알루미늄 지중(URD) 케이블의 UL 인증을 완료해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상호 LS에코에너지 대표는 “전력 수요와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초고압 케이블과 UTP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며 “고부가제품 판매 확대와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LS에코에너지는 연간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되며, LS전선과 협력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해저케이블 사업을 검토하는 등 신사업으로 성장을 가속화 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 시대 선제적 준비
LS전선은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과 버스덕트, LS머트리얼즈의 UC(울트라커패시터) 등으로 AI 데이터센터(AIDC)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주요 AI 기업들과 협력해 IDC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LS전선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초전도 케이블은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고 도심에 변전소를 추가하지 않아도 전력 공급을 증대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AIDC 시대에 대응하는 중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LS전선의 자회사인 LS머트리얼즈는 차세대 2차전지로 불리는 UC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대형 UC 제품에서 세계 1위 점유율과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UC를 통해 전력 수요 급증과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의 안정화를 지원하고, 전기차 경량화에 필수적인 알루미늄 소재 공급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