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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획] 불가리아 대형원전 수주… 현대건설, 원전 영토 확장 본격화

4일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설계 계약 체결… EPC 본계약 내년 말쯤, 준공은 2035년… 2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6월 현지서 ‘원전 로드쇼’ 열며 불가리아 대통령과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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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응구⁄ 2024.11.08 09:37:37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왼쪽)이 지난 6월 불가리아 현지서 펼친 ‘원전 로드쇼’ 기간 중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을 만나면서까지 공들인 불가리아 대형원전 사업이 마침내 결실로 이어졌다.

현대건설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Barakah) 원전 이후 15년 만의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이다.

현대건설은 11월 4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의 국무회의 청사에서 불가리아 원자력공사(KNPP NB)와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 설계 계약(ESC·Engineering Services Contract)을 체결했다. 이 설계 계약은 이번 대형원전 건설 과정의 1단계에 해당한다. 2단계인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은 내년 말쯤 체결하고, 준공은 2035년으로 예정됐다. 현대건설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사업을 수행한다.

이번 1단계에서 현대건설은 BOP(Balance of Plant), 사업지 인프라 설계, 인허가 지원 등을 담당한다. BOP는 에너지를 전달하는데 필요한 원자력발전소의 모든 지원 구성요소나 보조 시스템을 말한다. 공사 기간은 사업 착수일로부터 12개월이다.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단지에 2200㎿급 대형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1974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코즐로두이 원전단지는 현재 불가리아 전력 생산의 ⅓을 담당한다. 낡은 1~4호기는 이미 폐쇄됐고, 지금은 러시아에서 개발한 가압경수로형 모델인 5·6호기가 가동 중이다. 이번에 건설할 7·8호기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노형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원전 건설에 대한 초격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설계를 완수하는 것은 물론, EPC 전반을 아우르는 영역에서 원전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provider)로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대건설은 11월 4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 국무회의 청사에서 불가리아 원자력공사와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왼쪽이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그 옆이 디미타르 글라브체프 불가리아 총리. 사진=현대건설
 

4일 열린 계약 서명식에는 윤영준 사장을 비롯해 불가리아의 디미타르 글라브체프 총리,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에너지부 장관, 페툐 이바노프 원자력공사 사장, 엘리아스 기디언 웨스팅하우스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계약 서명에 앞서 윤영준 사장은 글라브체프 총리, 말리노프 장관과 면담을 가지며 상호 협력 증진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이 자리에서 글라브체프 총리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현대건설과 계약을 체결하게 돼 기쁘고,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영준 사장은 “대한민국 원전 반세기를 이끌어온 현대건설이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원전 역사에 남을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원전 지원정책과 현대건설의 독보적인 원전 사업 역량을 토대로 코즐로두이 대형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해, 불가리아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유럽 전역에 현대건설의 원전 건설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계약식이 열린 4일 오후 소피아 오브차 쿠펠에서 불가리아 오피스 개소식도 열었다. 이곳은 소피아 지사와 현장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는 거점으로 사용한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위치도. 그림=현대건설
 

지난 2월 입찰자격사전심사 단독통과

현대건설은 올해 2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달 23일(현지시간) 입찰자격사전심사(PQ)를 단독으로 통과, 불가리아 의회 승인을 완료했다.

현대건설은 당시 벡텔(Bechtel)이나 플루어(Fluor) 같은 유수 기업이 참여한 입찰에서 까다로운 사전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유일한 시공사였고, 이를 통해 글로벌 톱 원전 시공사로서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는 풍부한 시공 경험, 뛰어난 기술력, 탄탄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 가운데 정부 차원의 원전 생태계 복원 결정과 지속적인 ‘K-원전’ 지원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 현대건설은 지난해 발주가 재개된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주설비 공사를 수주하면서,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국내외 한국형 대형원전 36기 중 24기에 시공 주간사로 참여한 압도적 기록을 이어갔다. 아울러 재작년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청정에너지 동맹’에 따른 파트너십이 SMR(소형모듈원전) 등 차세대 원전사업까지 확대되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원전 일감 확보는 국내 원전기업에 동반 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급 체계를 구축해 원전사업 전반의 고용 창출과 생산유발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유럽 시장은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에 이어 탄소중립산업법(NZIA)까지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그런 가운데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팀코리아’ 참여는 물론 다각적 루트를 통해 더 많은 수주 낭보를 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2일,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계동 본사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9월엔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과 긴밀한 협의

지난 9월 2일에는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 계동 현대건설 본사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말리노프 장관과 대표단은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과 현지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등 협력 분야 확대를 위해 긴밀히 협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영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필요한 절차를 충실히 이행 중인 현대건설은 현지화를 통한 협력, 국가적 기여에 역점을 두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원전 시공 역량을 기반으로 코즐로두이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불가리아에 안전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말리노프 에너지부 장관은 “현대건설은 매우 신뢰하는 파트너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불가리아와 현대건설이 유럽 원전 건설의 시동을 거는 강력한 파트너가 되길 희망하고, 또 이번 사업을 계기로 불가리아 내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상호 협력을 확대해나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말리노프 장관은 이날 현대건설에 이어 국회와 공적금융기관을 방문해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지원을 당부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청신호가 켜짐에 따라 지난 6월에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원전 로드쇼 2024’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현지화 전략 가동에 나섰다. 이 기간 윤영준 사장은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과 제1·2당 총재 등과 잇달아 면담을 가지며 우호적 협력 토대를 조성했다. 아울러 불가리아 건설협회, 불가리아 종합건설기업 GBS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어 협력사 비즈니스 미팅과 유수 대학 학생 대상의 채용 상담 등으로 실질적 협력의 초석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원전 생애주기 전 분야에서 국제표준 인증(원자력 공급망 품질경영시스템 ISO 19443)을 취득하는 등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며, “원전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불가리아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 현대건설의 원전 건설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 인프라 건설 부문의 참여 기회 또한 지속적으로 창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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