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6호 김응구⁄ 2024.12.17 16:49:39
2025년을 보름 정도 앞둔 국내 건설업계가 내년도 설계에 애를 먹고 있다.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는 모양새여서다. 건설 경기 위축, 공사비 급등에 최근 12·3 계엄과 탄핵 정국까지 맞물리면서 건설사들은 내년도 사업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탄핵으로 국정 공백 상태가 장기화하면 그에 따른 폐해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공공부문 공사 발주가 지연되거나 무산되지 않을지,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해외사업 수주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원화 가치 하락에 따라 공사에 필요한 원자재 수입비용이 증가하지 않을지, 걱정거리는 한두 개가 아니다.
내년도 SOC 예산, 1조 가까이 줄어들어
내년도 SOC 예산이 올해보다 1조 원 가까이 줄어들면서 건설 경기 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해졌다.
지난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에서 확정된 내년도 SOC 예산은 25조4344억 원으로, 올해 26조4000억 원과 비교해 9656억 원 감소했다. 보건, 교육, R&D(연구개발) 등 12개 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SOC 예산만 줄었다.
업계에선 SOC 예산은 명목 금액인 만큼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예산 감소 폭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건설 투자가 올해보다 1.2%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선구 연구위원은 지난달 26일 서울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2025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이같이 전망하며, 금액 기준으로는 300조 원을 하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연구위원은 “올해 건설업계 체감 경기는 물량 감소, 경쟁 심화, 이익률 저하 등으로 위축된 상황”이라며 “건축 착공이 2022~2023년 큰 폭으로 줄어들어 내년까지 건설 경기 부진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건축 착공과 같은 선행지표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상반기에는 건설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내놨다.
대한상의, 수주 부진으로 ‘흐림’ 전망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건설업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의가 최근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실시한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기계 업종은 ‘대체로 맑음’이지만, 자동차‧이차전지‧섬유패션‧철강‧석유화학‧건설 분야는 ‘흐림’으로 예보됐다.
대한건설협회는 “건설 경기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액이 올해 10월까지 누계기준 작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약보합 수준”이라며 ‘흐림’으로 전망했다. 공공 수주는 토목 공사를 중심으로 9.9% 증가했지만, 더 큰 수주시장인 민간부문에서 3.6% 감소한 영향이 컸다.
2025년 건설수주 전망을 보면, 공공 수주 부문은 SOC 예산 감소와 건전재정 기조로 올해 대비 1.7% 하락하겠으나 민간 수주는 정비사업과 3기 신도시 추진 등으로 4.1% 증가해, 전체 건설수주 실적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전년도 기저효과가 크고,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점은 큰 불확실성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2일 연 ‘2025년 신용등급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업종으로 △건설 △석유화학 △이차전지 △할부리스 △저축은행 △부동산신탁 등 6개를 선정했다. 이 중 △건설 △석유화학 △할부리스 △저축은행 등 4개 업종의 등급 전망은 3년 연속 부정적이다.
건설 수주액, 올해 대비 2.2% 증가 전망
내년도 국내 건설 수주금액이 올해보다 2.2% 증가한 210조4000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보고도 나왔다.
16일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2025년 국내 주요 산업전망’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SOC 예산 축소와 높은 공사비 등 우려가 상존하지만 금리 인하 기조, 주택공급 확대 정책 등에 따라 민간 수주를 중심으로 느린 회복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국내 건설 수주액 현황 및 전망
삼정KPMG에 따르면 민간 수주 전망치는 올해 139조5000억 원보다 4.1% 증가한 145조1000억 원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에 따라 이같이 예상됐다. 공공 수주 전망치는 65조3000억 원으로, 올해 66조4000억 원보다 1.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앞서 밝혔듯 내년도 SOC 예산이 25조4344억 원으로 감액된 영향이 크다.
해외 수주는 반전할 것으로 기대됐다. 체코·불가리아 원전과 세르비아 태양광발전소 등의 사업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올해 성적은 3분기까지 211억 달러(약 30조3101억 원)다. 북미 수주 급감 영향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3%p(포인트) 감소했다.
삼정KPMG는 내년에 주목해야 할 비즈니스 트렌드 중 하나로 ‘K-Wave(한류)’를 들며, 이 중 건설 분야에선 원전·태양광발전소 건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모듈러 주택 등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K-건설’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 사례로 대우건설의 체코 원전 사업, 현대건설의 불가리아 원전 사업, 현대엔지니어링의 세르비아 태양광발전소 사업을 수주한 것과 GS건설의 해외 모듈러 전문기업 인수 및 신공법 개발을 들었다.
그런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도 건설 경기 부양에 힘을 쏟고 있다.
국토부 “내년 공공주택 25만2000가구 공급”
국토교통부는 내년에 역대 최대 규모인 공공주택 25만2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본부에서 LH·서울주택도시공사(SH)·경기주택도시공사(GH)·인천도시공사(iH)·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부동산원과 ‘주택공급 공공기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공공기관별로 올해 주택공급 실적을 점검하고 내년 공급계획을 집중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내년도 공공주택 공급계획으로 건설형 공공주택 인허가 14만 가구, 매입임대주택 6만7000가구, 전세임대주택 4만5000가구 등 25만2000가구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설형 공공주택 7만 가구 이상 착공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주택공급상황을 조속히 개선하고자 계획물량의 20% 이상은 내년 상반기에 인허가 승인 신청이나 착공을 추진할 방침이다.
공공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민간의 공급여건 개선도 적극 지원한다. HUG는 PF보증 공급 등으로 민간에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신설한 공사비검증지원단이나 공사비계약컨설팅팀 등으로 공사비 분쟁 예방·해소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민생안정의 핵심인 주거 양극화 해소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선 공공기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남은 기간 올해 공급목표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이행상황을 촘촘히 관리하고, 앞으로도 국민 주거안정이 최우선 목표라는 각오로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건설산업 안정화 최선”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일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 분야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선 건설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과 지속 가능한 발전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대한건축사협회·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한국엔지니어링협회·한국부동산개발협회·한국건설기술인협회 등 유관 협회 8곳과 현대건설·대우건설·㈜한화 건설부문 등 건설사 3곳을 비롯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 연구단체 2곳, 서울대 교수가 참석했다.
오세훈 시장은 먼저 “최근 공사비 상승과 유례없는 비용 압박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건설산업의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회의를 시작했다.
오 시장은 이어 건설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공공 건설공사의 조기 발주와 착공을 적극 추진해 건설업계에 꼭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규모 공공 건설사업과 SOC 민간투자사업은 물론, 시민 생활편의와 직결된 노후 인프라 정비와 유지보수 예산도 조기에 집행해 시민 일상을 지키고 건설업계 안정화를 돕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또 “적정공사비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을 인지하는 만큼, 건설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중앙정부와 협력해 건설사업 계획, 건설기술 심의단계의 적정공사비와 공사 기간 산정을 추진하겠다”면서, “이를 토대로 건설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고 건설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마지막으로 “건설산업은 서울의 현재를 유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동력”이라며 “서울시는 건설산업이 경제와 일자리를 뒷받침하는 튼튼한 미래 산업으로 재도약하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