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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s GenZ②] 내향형 소비 이끄는 ‘젠지세대’

‘소버 큐리어스’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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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92호 김응구⁄ 2025.03.25 11:42:48

미국에선 술을 마시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세대가 젠지세대 또는 Z세대다. 사진=픽사베이
 

‘내향형’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주로 주변 사람의 성격을 평가할 때 나오는 단어다. 혈액형으로 따지면 ‘A’ 또는 ‘극 A’, MBTI(성격유형검사)로 따지면 ‘I’ 또는 ‘극 I’에 속한다.

미국 맨해튼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앨리슨 슈레거는 내향형 경제(Introvert Economy)를 두고 “내향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주도하는 경제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향적인 사람들이 미국 경제를 장악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내향형 경제 혹은 내향형 소비의 중심에는 젠지세대가 있다. 주로 디지털로 소통하는 세대다. 그 때문에 외부보단 내부에서의 활동이 활발하다.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 쇼핑과 구독 경제 그리고 배달 플랫폼 시장이 엄청나게 커진 이유다.

최근 미국에선 술을 마시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세대가 젠지세대 또는 Z세대다. 오프라인의 소통 방식으로 꼭 술이 아니어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한 건데, 굳이 마셔야 한다면 논알코올 주류를 입에 댄다. 이제 술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돼버렸다.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소버는 ‘술에 취하지 않은’ ‘냉정하고 차분한’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소버 큐리어스는 술을 완전히 끊지는 않아도 가능한 한 덜 마시는 방식을 실험하고 탐색하는 개념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13일 ‘술 없는 즐거움, 소버리빙’이라는 자료를 냈다. 이에 따르면 과거에는 절제나 개인적인 선택으로 여겨졌던 소버 리빙이 이제는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생활 방식이 되고 있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술을 마시는 것이 더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소버 큐리어스는 생각보다 우리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젊은이들이 모인 술자리에는 비교적 ‘약한’ 술들이 테이블을 ‘점령’하고 있고, 제로 탄산음료도 한자리 차지한다. 하이볼이 대세로 굳어진 가운데 간혹 사와(サワー) 제품도 눈에 띄고, 물잔으로 건배를 하는 이들도 보인다.

이렇듯 트렌드는 쉼 없이 바뀐다. 소비자는 쉬지 않고 이를 좇는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Z세대에 맞춘 애플 사이더 ‘엘파’를 선보였다. 사진=오비맥주


오비맥주, 애플 사이더로 Z세대 공략

오비맥주는 지난해 6월 Z세대를 겨냥한 애플 사이더 ‘엘파(ELPPA)’를 출시했다.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와 공동 개발한 브랜드다. 사이더는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과실주다.

브랜드명은 사과의 영문인 ‘APPLE’을 거꾸로 쓴 것이다. 색다른 관점으로 자신만의 방식을 추구하는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위트 있게 반영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같은 콘셉트에 맞춰 제품 로고와 패키지도 상하 대칭의 데칼코마니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엘파는 한 캔당 200g 사과 한 개에 해당하는 사과주스 농축액을 담았다. 부드러운 탄산을 넣어 맛이 가볍고, 보존료는 사용하지 않았다. 500㎖ 캔 제품으로 선보이며, 알코올도수는 4.5도다.

오비맥주는 ‘Z세대 음료’답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참여형 마케팅 활동도 활발히 진행했다. 먼저, 인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스노우’와 함께 만든 AR(증강현실) 필터로 스노우 앱에서 ‘엘파 사과나무’ 게임을 펼치는 ‘엘파 피킹’을 성수동과 연남동 카페에서 운영했다. 게임 미션에 성공한 소비자에겐 브랜드 굿즈 같은 경품을 제공했다. 스노우와는 AR 필터도 제작했다. 앱에서 엘파 사과나무를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구현한 게 특징이다.

엘파 브랜드 관계자는 “경험과 재미를 중요시하는 Z세대의 최신 놀이문화가 된 AR 기술을 접목해 이색 참여형 이벤트를 선보였다”며 “트렌디한 문화를 추구하는 Z세대의 취향에 맞춘 마케팅 활동으로 애플 사이더 엘파를 계속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브루는 소버 라이프 트렌드를 반영한 ‘리얼 자몽 하이볼’과 ‘리얼 패션후르츠 하이볼’을 잇따라 출시했다. 사진은 ‘리얼 레몬 하이볼 生’ 모델인 걸그룹 엔믹스의 설윤. 사진=카브루


카브루, 소버 라이프 반영한 신제품 한창

카브루 역시 소버 라이프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 출시에 한창이다.

지난해 6월 Z세대에 맞춘 ‘리얼 레몬 하이볼 生’을 출시했는데, 국내에서만 400만캔 넘는 판매 성과를 보였다. 기세를 모아 북미 시장에도 진출했다. 3개월 만에 수출량 80만 캔을 돌파했다. 현재는 대만,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호주 등 7개국에 내보내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리얼 자몽 하이볼’과 ‘리얼 패션후르츠 하이볼’을 잇따라 출시했다. 두 제품은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과일 슬라이스가 아닌 과일 알맹이를 그대로 담아낸 게 특징이다.

특히, 신제품의 상큼한 콘셉트를 부각하고자 인기 걸그룹 NMIXX(엔믹스)의 설윤을 모델로 선정하고, 올 상반기 디지털 캠페인을 함께하며 소비자와 적극 소통할 계획이다. 이 캠페인에선 총 4종의 리얼 시리즈를 각기 다른 톤앤매너로 담아낼 예정이다.

리얼 자몽 하이볼은 자몽맛 원주에 ‘자몽쌕’으로 부르는 자몽 알맹이가 들어있다. 리얼 패션후르츠 하이볼 역시 패션후르츠 알맹이를 그대로 담아냈다. 두 제품 모두 알코올도수는 4도, 용량은 355㎖다. 풀 오픈 탭을 적용해 캔을 개봉하면 과일 알맹이가 떠오른다.

카브루 관계자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과한 음주를 지양하는 소버 라이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새로운 주류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이번 신제품은 과일 알맹이를 그대로 담아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맛과 경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영플라자를 젠지세대 명소로 만든다. 사진=롯데백화점


롯데百 영플라자, 리모델링 후 ‘젠지 명소’로

백화점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그중 롯데백화점은 본점 영플라자를 젠지세대 명소로 만든다. 이달 31일 영업을 종료한 후 내달부터 전면 개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지난 2002년 기존 미도파백화점을 인수해 이듬해 ‘영플라자’로 간판을 바꿔 단지 23년 만이다. 리모델링은 2027년 말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패션, F&B(식음료), 아트 등을 총망라한 ‘K-콘텐츠’ 전문관을 조성하고, 무엇보다 명동 상권의 장점을 살려 글로벌 젠지 고객의 발길을 끌어모으겠다는 복안이다.

롯데백화점 김종환 본점장은 “2027년 말 강북 상권 최고의 쇼핑·관광·문화 지역으로 자리 잡게 될 롯데타운 명동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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