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오즈의 작품이 신세계갤러리에 찾아왔다.
피터 오즈는 ‘회화의 물질성’을 작업 주제로 삼는 아이작 오즈와 가족이다. 이들은 모두 오즈란 성을 가지는데 오즈는 ‘결핍을 소통으로 충족’시킨다는 뜻이다.
아이작이 물감을 금과 같은 가치로 만드는 연금술을 주제로 다룬다면, 피터는 ‘대상과 그림자의 역할 바꾸기’에 작업의 초점을 둔다.
이번 신세계갤러리 강남점의 ‘더 셰도우 오브 어 셰도우(The shadow of a shadow)’전을 위해 피터는 첫 번째 대상으로 의자를 선택했다. 그는 의자는 인간이 만든 사물 중 가장 스스로를 닮았다고 한다. 앉는다는 행위는 인간만이 할 수 있고, 따라서 의자는 인간만을 위해 만들어진 사물이라는 것.
피터는 이 의자가 자연광을 받아서 생기는 그림자에 색상과 세부형태 등 의자의 디테일을 페인팅하고, 의자의 미니어처에는 빛 흡수율이 탁월한 무소블랙(mosou black)으로 채색해 무속성(無屬性) 상태로 만든다.
피터는 “그림자는 평생 내 곁에 붙어 있다. 희미한 빛이라도 있다면 말이다”라고 하며 ‘그림자가 실체를 대신하는 세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실체와 관계에 대해 의심한다. 거의 모든 빛을 흡수하는 무소블랙으로 채색된 오브제는 지각과 인식을 원하지 않고, 대신 그림자가 형태와 색을 가진다.
그림자는 실체를 대신해 발언하고 실체는 침묵 뒤로 숨는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는 무엇으로 존재를 증명하는가”에 대한 현대/현재의 감각적 우화다.
그림자는 허상(플라톤), 무의식속 외면된 자아(카를융), 시뮬라크르(장보드리야르), 트레이스(자크데리다), 차이와 반복(질들뢰즈) 등 ‘나’를 탐구하는 조건이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내가 없으면 너는 그냥 껍데기야”라고 한다. 또한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그림자를 판 사나이’와 매슈 배리 경의 ‘피터팬’에서도 드러나듯 문학에서 그림자는 대상이 아닌 주체의 상징으로 그려지곤 한다. 피터에게도 그림자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도 같다. 전시는 14일부터 27일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2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