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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페 ‘틸화이트’, 현대백화점 대표 브랜드로 키운다”

박형진 현대백화점 영업본부 크리에이티브부문 카페랩 팀장 “기본 지킨 차별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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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5.09.29 11:04:33

박형진 현대백화점 영업본부 크리에이티브부문 카페랩 팀장. 사진=김금영 기자

요새 핫한 브랜드를 만나려면 이곳에 가야 한다. 바로 ‘MZ의 성지’라 불리는 더현대 서울. 더현대 서울은 핫한 브랜드 유치 및 감각적인 팝업을 꾸준히 선보이며, 2021년 개점 후 3년 만인 지난해 연매출 1조 1994억 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관심을 이어갈 핫한 브랜드가 최근 또 들어서 눈길을 끈다. 깔끔한 화이트톤과 세련된 푸른 빛깔이 감각적으로 어우러진 인테리어, 그리고 향긋한 커피와 빵 냄새로 발걸음을 자연스레 이끄는 곳. ‘틸화이트(Till White)’는 현대백화점이 론칭한 자체 카페 브랜드로, 더현대 서울에 8월 7일 문을 열었다. 백화점 업계에서 독자적으로 자체 카페 브랜드를 선보인 첫 사례라 관련 업계들의 관심 또한 쏟아졌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인기 있는 카페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이 효율성 및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훨씬 합리적이다. 그런데 왜 현대백화점은 자체 카페 브랜드를 론칭했을까. 관련해 현대백화점이 틸화이트를 선보인 과정 및 앞으로의 목표 등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박형진 현대백화점 영업본부 크리에이티브부문 카페랩 팀장과 만나 들어봤다. 그는 2010년 현대백화점에 입사, F&B(식음료) 바이어, 더현대서울 T/F(테스크포스·전담팀)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카페랩 팀을 이끌고 있다.

'틸화이트' 매장. 사진=김금영 기자

- 카페랩 팀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요?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부터 틸화이트 개발에 들어갔는데요. 여기에 집중하는 전담 조직으로 카페랩을 같은 해 11월 만들었습니다. 저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내 다양한 부서에서 경험을 쌓은 구성원 5명이 모였습니다. 현재 카페랩은 틸화이트 브랜드 개발부터 운영까지 모든 걸 총괄하고 있습니다.”

- 현대백화점이 틸화이트를 론칭한 배경은?

“한마디로 ‘차별화 콘텐츠’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유명한 브랜드와 계약 조건을 맞춰 팝업을 열거나, 백화점 내 입점 시키는 게 안정적 수입 확보와 위험 부담 차원에서 더 효율적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특정 유행 브랜드에 단기적으로 반짝 관심을 끄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현대백화점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고객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모두가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카페랩이 크리에이티브부문 산하에 만들어진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해요. 크리에이티브부문은 고객의 취향과 감성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주요 목표로, 카페랩도 이 지향점 아래 틸화이트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틸화이트'를 이용하고 있는 방문객들. 사진=김금영 기자

-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지만, 관심이 많은 만큼 또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차별화 콘텐츠 중 ‘카페’ 카테고리에 도전한 이유는?

“갈수록 고객은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데요. 이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대표적인 카테고리가 카페라고 판단했습니다. 고객은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접하는 인테리어부터 매장 내에서 즐기는 식음료 모두 SNS에 올리며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합니다. 즉, 이제 카페는 단순 ‘식음료’ 카테고리에 한정되지 않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됐죠.

접근성 또한 높습니다. 예컨대 명품 매장의 경우 내방 고객층이 한정돼 있는데, 카페는 각 매장에서 쇼핑을 마친 고객이 남녀노소 상관없이 한데 모이는 곳입니다. 부담 없이 누구나 찾아 시간을 보내죠. 체류 시간이 높은 만큼 해당 브랜드에 대해 인식하는 기회도 되고요. 그래서 현대백화점의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적합한 콘텐츠라 생각했습니다.”

- 카페 이름이 특이합니다. 틸화이트는 무슨 뜻을 담고 있나요?

“여러 후보군이 있었어요. 이름 짓는 데에만 3개월이 걸렸는데요. 쉬운 단어를 조합하면서도 우리의 콘셉트를 담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어요. 그 결과, 본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색 ‘화이트(White)’에, ‘~까지’라는 뜻의 ‘틸(Till)’을 합쳐 ‘본질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뜻하는 ‘틸화이트’가 탄생했습니다. 여기엔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틸화이트만의 본질을 꿋꿋하게 지키고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담았어요.”

박형진 현대백화점 영업본부 크리에이티브부문 카페랩 팀장은 "틸화이트는 고객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장"이라고 말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직접 고객이 발품을 팔아 찾아오는 장소가 되기 위해선 틸화이트만의 차별점이 필요했을 텐데요.

“커피 업계는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분야입니다. 저 또한 과거 베이커리, 카페 바이어를 경험하면서 트렌드를 빠르게 쫓고, 다음 트렌드는 무엇일지 미리 살펴야 했죠. 그런데 그러다보니 단기적인 유행은 흥망성쇠가 빠르다는 걸 느꼈어요. 폭발적으로 관심을 받지만, 그만큼 빠르게 관심에서 잊히는 거죠.

그래서 틸화이트는 오히려 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습니다. 오랜 시간 커피·베이커리 시장을 관통하며, 꾸준히 사랑받은 카테고리는 무엇인지 분석해보니, 그 중심에 ‘소울푸드’라는 관점 아래 ▲스페셜티(고품질) 커피와 ▲식빵이 있었습니다. 어떤 유행이 불 때마다 이를 접목한 변주 메뉴들이 나오긴 했지만, 그 유행이 지나가도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메뉴였죠.

이에 어릴 적 누구나 가장 먼저 접하는 빵 중 하나이자 일상에서 늘 사랑받아온 식빵을 핵심 아이템으로 선정해 중점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식빵은 화려한 토핑 대신 우유 식빵 등 기본 식빵을 중심에 뒀어요. 여기에 다양한 스프레드를 곁들여 감각적인 한 입을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커피는 이제 소수의 취향을 위한 스페셜티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화된 코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기에 틸화이트는 좋은 커피를 기본으로 선보이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이를 위해 커피 리브레와 협업해 틸화이트만의 블렌딩을 완성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뭐든 ‘기본이 충실해야 살아남는다’고 하죠. 그래서 틸화이트는 기본에 집중했습니다.”

'틸화이트'의 대표 메뉴인 식빵을 중심으로 한 베이커리 메뉴가 진열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 카페 개발 과정에서 겪었던 애로사항은?

“백화점이 다양한 매장을 유치하는 데엔 익숙하지만, 직접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 건 드물어서 쉽진 않았어요. 해당 카테고리의 경력이 있는 외부 인재를 채용하면 보다 속도전으로 갈 수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시간을 들여 현대백화점 내부에서 역량을 결집하는 걸 우선으로 했습니다. 시작부터 기본을 쌓기 위해서요. 그 역량을 중심으로 더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들은 외부 파트너와 협업해서 시너지를 내는 데 중점을 뒀죠.

협업 파트너를 선정할 때 트렌디한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기본을 중시하는 틸화이트의 콘셉트와 맞춰 해당 업계에서 오랜 역량을 보유한, 진정성 있는 브랜드들을 중점적으로 살폈어요. 그 결과, 그래픽과 소모품 디자인은 ‘스팍스 에디션’, 공간을 채운 드로잉 요소와 오브제는 엄유정 작가와 손을 잡았고요. 커피와 베이커리 메뉴 개발은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커피 리브레’, 베이커리 카페 ‘테디뵈르하우스’의 김동윤 셰프와 협업했습니다.”

식빵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스프레드가 진열돼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 틸화이트의 대표 메뉴 및 개인적인 추천 메뉴는?

“틸화이트 커피의 중심엔 ‘향’과 ‘온도’가 있습니다. 이는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본질이기도 하죠. 특히 스페셜티 원두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커피를 선보이기 위해선 향이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무언가를 먹거나 마실 때 혀로 느끼기 전에 먼저 코로 향을 접하니까요.

수많은 시도 끝에 향신료인 카다멈을 활용한 시그니처 메뉴 ‘틸화이트 커피’와 ‘틸화이트 라떼’가 탄생했습니다. 틸화이트 라떼는 카다멈을 냉침한 우유에 크림을 얹고 후추를 뿌렸으며, 틸화이트 커피는 여기에 에스프레소를 더했습니다. 카다멈은 시트러스하면서도 허브 같은 상쾌함과 은은한 달콤함이 어우러진 향이 특징입니다. 커피엔 잘 시도되지 않았던 향이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개발 과정에서 ‘신선하고 새롭다’며 내부 직원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음료이기도 하고요. 이 카다멈을 활용한 일부 베이커리 메뉴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대표 메뉴를 포함해 개인적으로는 에스프레소를 추천합니다. 커피의 기본이기에 틸화이트의 본질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공간을 채운 드로잉 요소와 오브제는 엄유정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메뉴를 비롯해 엄유정 작가와 협업한 인테리어 구성이 눈길을 끕니다. 협업 배경은?

“매장 내 기둥부를 비롯해 슬로건 테이블 등에 엄유정 작가의 드로잉을 입혔습니다. 엄유정 작가는 자연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업으로 유명한데, 이 자연스러움이 틸화이트의 분위기와 잘 맞을 것이라 생각해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작가 또한 ‘재미있을 것 같다’며 흔쾌히 응했고, 서로 소통해가며 틸화이트를 꾸렸습니다. 베이커리 진열대엔 붓, 크레용 등을 장식해 마치 작가의 아틀리에를 방문한 것처럼 구성했는데, 이곳에서 인증샷을 찍는 등 사람들의 반응 또한 좋습니다.

매장은 전체적으로 카페 이름처럼 흰색을 중심으로 인테리어가 이뤄졌는데요. 완전 새하얀 색은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기에, 화이트라는 네이밍을 살리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질감과 매력이 더해질 수 있도록 마감재를 섬세하게 선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틸화이트가 추구하는 ‘시간이 쌓이며 단단해지는 브랜드 정체성’을 공간에서도 표현했습니다. 여기에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주면서 카페에 차분한 생동감을 부여했습니다.”

틸화이트 라떼는 카다멈을 냉침한 우유에 크림을 얹고 후추를 뿌렸으며, 틸화이트 커피는 여기에 에스프레소를 더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틸화이트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소로 더현대 서울을 택했습니다. 또 식음료 매장이 모여 있는 층이 아니라 2층에 위치한 것도 의외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더현대 서울은 트렌드에 민감한 국내외 핫피플들이 모이는 장소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기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입니다. 실제로 트렌디한 팝업이 현재도 많이 열리고 있고요. 또한 백화점 내 이질감 없이 편하게 어우러지는 틸화이트의 콘셉트가 2층 공간에서도 조화를 잘 이룰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 틸화이트 오픈 후 약 한 달이 지났는데, 현재까지의 반응은?

“백화점을 찾는 기본 고객 연령층은 높은데요. 틸화이트가 위치한 더현대 서울은 여의도 직장인을 비롯해 20대 중후반 젊은 연령층의 방문이 많은 편이라, 틸화이트에도 이들의 방문이 많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본래 백화점을 찾는 시니어 고객층의 방문도 고르게 이어지고 있고요. 더현대 서울은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관광 코스로도 유명한데,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도 틸화이트를 많이 찾고 있습니다.

음료 중에서는 시그니처 메뉴인 틸화이트 라떼·커피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고요. 식빵은 기본 식빵이 가장 인기가 높은 가운데 밤식빵에 대한 반응도 좋습니다. 최근엔 흑미식빵도 선보였는데 고객 반응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박형진 현대백화점 영업본부 크리에이티브부문 카페랩 팀장은 "틸화이트가 현대백화점 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당당하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틸화이트를 더현대 서울이 아닌 다른 지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또 온라인으로 상품 판매 가능성은?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현재는 그보다는 1호점 운영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1호점이 사람들의 관심 속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걸 우선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1호점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 추후 2호점, 3호점 등에서 색다른 협업을 시도해 고객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 틸화이트가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자리 잡기를 바라나요?

“브랜드를 만든 입장에서 가장 기분 좋은 피드백은 ‘커피와 빵이 맛있다’입니다. 직관적이면서도 기본을 지켰다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피드백이기 때문이죠. 틸화이트를 찾는 모든 분들이 매장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각자만의 고유한 ‘경험’을 하고 그를 통해 자신만의 ‘가치’를 찾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틸화이트가 현대백화점 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당당하게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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