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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 리스크 위기에 저가형 보험 내놨다”…키움운용 ‘헤지 ETF’의 도전

블랙-숄즈 이론과 금융공학 진화 ETF에 담아, 개인 투자자도 테일 리스크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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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예은⁄ 2025.10.01 14:30:43

예측 불가능한 시장 폭락에 대한 두려움을 금융업계는 ‘테일 리스크(Tail Risk)’로 정의한다. 사진=unsplash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포트폴리오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오는 극단적 시장 충격은 여전히 투자자의 큰 딜레마로 남아있다. 2000년 IT 버블 붕괴와 함께 나스닥 지수는 2년 7개월간 약 78% 폭락했으며, 2008년 금융위기에 S&P 500 지수는 2007년 10월 정점 이후 17개월 만에 약 57%가 하락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시장 폭락에 대한 두려움을 금융업계는 ‘테일 리스크(Tail Risk)’로 정의한다. 시장 수익률 분포의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극단적 사건으로 발생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투자 포트폴리오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마치 화재가 날 확률은 낮아도, 발생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론상 비교적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이러한 테일 리스크는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2000년 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시장 충격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사례는 테일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대비(헤징)하는 것이 장기 투자 성공의 필수 요소임을 방증한다.


예측할 수 없는 화재 발생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화재보험에 가입한다. 그렇다면, 주식 시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7월 22일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 ETF’를 상장했다. 이는 전 세계 최초로 프로텍티브 풋(Protective Put) 복제 전략을 미국테크100지수 투자 ETF에 접목한 상품으로, 미국 기술주 대표 종목에 집중 투자하면서도 손실은 피하고 수익은 추구하고자 하는 투자자의 니즈에 부합하도록 설계됐다. 사진=키움투자자산운용

“비싼 보험 대신 ‘ETF형 보험’…키움, 테일 리스크 방어 대중화 시도”

금융시장에서 이 같은 리스크에 대비하는 가장 전통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은 풋옵션(Put Option) 매수다. 풋옵션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매수하는 것으로, 주식시장에서 일종의 '보험 상품'처럼 하락장에서 손실을 방어해주는 기능을 한다.


문제는 높은 보험료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시장 위기에 앞서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보호하기 위해 매달 1개월 만기 풋옵션을 꾸준히 매수할 경우, 연간 발생하는 총 비용이 포트폴리오 자산의 20%에서 40%에 육박한다. 가령, 1억 원을 투자했다면, 매년 2,000만 원에서 4,000만 원을 보험료로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 결과, 아무리 보호 효과가 뛰어나더라도, 장기적으로 높은 비용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잠식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고비용의 딜레마를 해결할 이론적 단초가 이미 50여 년 전 금융공학의 기반을 다진 블랙-숄즈 모형(Black-Scholes Model)에서 제시됐다. 1973년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즈가 발표한 이 모형은 옵션 가격 결정의 핵심이 된 이론인데, 옵션 가격을 넘어 또 하나의 혁신적인 통찰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비싼 풋옵션을 직접 매수하지 않아도,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것 만으로도 풋옵션과 유사한 보험효과(손익구조)를 가진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옵션 프리미엄이라는 소멸성 보험료 지출 없이 풋옵션의 방어 효과를 복제하는 아이디어, 즉 "옵션을 직접 사지 않고 직접 만들어 활용"하는 델타 복제(Delta Replication) 전략으로 이어졌다. 보험회사가 “사고 날 확률”을 계산해 보험료를 책정하듯, 블랙-숄즈 모형은 옵션(주식형 보험) 가격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는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해주는데, 이 기준값을 '델타(Delta)'(옵션의 가격 민감도 지표)라고 부른다.


델타 복제는 이 값에 따라 포트폴리오 상의 주식과 안전자산 비중을 동적으로 조절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다. 즉, 시장이 하락할 경우, 델타 값에 의해 ‘위험 줄이기 신호’가 작동해 안전자산 비중을 능동적으로 늘려 추가 손실을 방어할 수 있고, 시장이 상승하면 주식 비중을 증가시킴으로써 주가 상승 기회에 참여하게 되는 원리다.


1980년대 월가에서 대규모로 도입되었던 ‘포트폴리오 보험(Portfolio Insurance)' 역시 바로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첫 번째 시도였다. 그런데, 이 시도는 현실 시장에 적용되면서 현실 시장과 맞지 않는 몇 가지 한계를 드러냈다. 대표적으로 모형은 주가 수익률이 일관된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를 따른다고 가정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금융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정규분포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발생했다. 이를 금융업계에서는 팻테일(Fat Tails) 현상이라 일컫는다.


또한 모형에서는 옵션 가격을 계산하는 핵심 변수인 변동성 위험(σ)이 옵션 만기(T) 내내 변하지 않는 상수(constant)라고 가정했지만, 이 역시도 현실과 맞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VIX(변동성 지수)는 15% 수준에서 한달여 만에 80%를 돌파하는 극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손실 회피(Loss aversion)에 민감해 손실을 더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주식 하락 리스크를 막는 풋 옵션의 가치(변동성)가 상방의 콜 옵션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처럼, 변동성은 시장 변화와 인간 심리에 따라 급변하며 실제 옵션 가격과 괴리되는 현상을 유발하지만, 모델은 이 현실 위험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공학 역시 진화했다. 블랙-숄즈 모형의 가정을 넘어 시장의 변동성과 팻테일 현상 등을 반영하는 '동적·적응형 헤징(Dynamic and Adaptive Hedging)' 방식으로 진화시킨 것이다. 즉, 블랙-숄즈의 상수 σ를 고정값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변동성 값을 입력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이는 모델이 과거 데이터(역사적 변동성)에 의존하지 않고 현재 옵션 시장의 불안 심리를 기반으로 동적으로 작동하게 보완토록 한다. 따라서, 모델은 시장 충격 시 옵션 가격이 더 현실적으로 반영되도록 조정되어 헤징 효과를 강화하는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테일 리스크, 개인도 ETF로 대비…키움운용 ‘헤지 ETF’의 실험

키움운용의 미국테크100 ETF는 옵션을 직접 매수하지 않고,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절해 옵션 효과를 복제하는 ‘델타헤지’ 기법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상승장이나 횡보장에서 불필요한 옵션 비용을 줄임으로써, 기존 프로텍티브 풋 전략의 비용 부담을 보완했다. 사진=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움운용의 '키움 KIWOOM US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 ETF'는 이러한 블랙-숄즈 수정 접근을 통해 실제 풋 옵션 매수 없이 풋 옵션(Protective Put) 구조를 재현하며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했을 뿐만아니라, 이같은 동적 조정 전략을 ETF 내에 내장시켰다.


키움 US테크100 ETF는 변동성의 동적 업데이트 외에도 1987년 블랙먼데이의 실패 원인이었던 연속 거래와 극단적 포지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가지 실무적 안전장치를 더했다.


먼저, 매일 변화하는 변동성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시장 변동을 동적으로 추정함과 동시에 5% 임계값 룰을 설정했다. 시장이 조금만 움직여도 매번 거래하는 대신, 일간 포트폴리오 비중 변화가 5% 이상 발생할 때만 실제 매매를 진행하게 한 것이다. 이는 과도한 거래 빈도로 인한 시장 혼란을 예방하며, 거래비용 역시 절감하는 효과를 갖는다.


이 밖에도 해당 ETF는 월간 리셋 시스템을 도입해 매월 새로운 헤지 목표를 설정해, 시장에 민감하게 대응한다. 이를 통해 고비용의 1개월 만기 풋옵션을 구입하는 효과를 구현하면서도 옵션 프리미엄 지불 없이 비용 효율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복제한다.


또한 아무리 시장이 폭락해도 최소 5%의 위험자산은 유지하고, 아무리 상승해도 95%를 넘지 않도록 비중을 제한한다. 이는 바닥에서 완전히 이탈하여 반등 기회를 놓치는 것을 방지하고, 극단적 매도로 인한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한 최소 장치다.


마지막으로 ETF 내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 과정에서는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지수 선물을 활용했다. 이는 현물 시장의 유동성 고갈 문제와 슬리피지(Slippage, 주문을 체결하는 동안 시장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예상 가격과 실제 실행된 가격 간의 차이)를 우회하고 거래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키움운용의 'KIWOOM US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 ETF'는 이초럼 금융공학의 개선된 접근법이 함축된 결과물이다. 블랙-숄즈 델타 복제라는 이론적 효율성을 기반으로, 동적 σ 관리, 5% 임계값, 선물 활용 같은 실무적 안전장치를 더해 이론과 실무의 접점을 찾은 것이다. 물론, 델타 복제 전략은 급등락장에서의 수익률 감소효과, 즉 감마리스크(델타의 변화율)에 취약한 한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같은 상품을 통해 수백만 달러 자산가와 기관을 중심으로 활용돼왔던 동적·적응형 헤징 전략을 이제는 개인 투자자도 ETF 하나로 저렴한 비용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전략으로 기존 풋옵션 매수 전략이 연간 20%~40%의 비용을 요구했던 것을 키움 ETF는 기존의 1/50 수준 연 0.49%의 운용보수로 유사한 효과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보호 수준은 기존 방식 대비 70~80% 수준이지만,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추구한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나스닥 지수가 54% 폭락했던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이 전략을 썼다면 손실을 약 25%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키움의 US테크100 ETF는 단순히 새로운 상품을 넘어, 테일 리스크 헤징이라는 금융공학의 난제를 대중화로 이끌기 위한 의미있는 첫 시도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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