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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CEO]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7조원 베팅’해 ‘K-핵잠수함 시대’ 열다

“필리 한화조선소서 핵잠 건조”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한화오션 주가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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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 2025.11.07 11:07:13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남긴 한 문장이 한국 증시를 뒤흔들었다. 한화오션 주가는 하루만에 전날보다 9100원(6.90%) 상승한 14만1000원으로 마감했고, 장중 한때 15만1600원까지 올라가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국인 순매수가 폭증했고,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K-핵잠’의 새 시대를 연 놀라운 성과의 배경에는 44년간 ‘선투자 후수주’를 신념처럼 지켜온 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73세)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29세의 후계자, 연전연승 ‘승부사’ 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952년생으로,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장남이다. 1981년 부친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그룹을 이어받았을 당시 김 회장의 나이는 29세에 불과했다. 우려의 시선 속에 경영 전면에 나선 그는 놀라운 경영 능력을 발휘, 7548억원이던 그룹 총자산을 약 112조원(2024년 기준)으로 늘렸고, 재계 순위도 9위에서 7위로 올렸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수많은 인수합병(M&A) 성공 사례를 남겼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인 1982년 한양화학을 인수하며 석유화학 산업에 진출했고, IMF 금융위기 직후인 2002년에는 대한생명을 인수해 한화생명으로 키웠으며, 2012년 인수한 독일의 큐셀은 글로벌 1위 태양광 기업 ‘한화큐셀’로 성장시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특히 2015년에는 삼성의 방산·석유화학 부문 4개사(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약 2조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켜 그룹 몸집을 키웠다. 10여년이 지난 현재 삼성탈레스와 삼성테크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으로 재탄생해 ‘K-방산’ 열풍을 이끌며 한화그룹 시가총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기업이 됐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은 한화임팩트와 한화토탈에너지스로 변신하며 석유화학 분야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한화오션 인수 이어 필리 조선소 인수 ‘잭팟’

2022년에는 약 2조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바꾼 후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 수주 전략을 펼친 끝에 2024년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해 6월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Philly) 조선소를 1억 달러(한화 약 1380억원)에 인수하면서 미국 군함 수주·건조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만들었고, 이후 이 조선소는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MASGA’(Make America Ship Great Again,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상징이 됐다.

지난 8월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개했다. 도크 2기와 안벽 3기를 추가 확보하고, 12만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 신설을 통해 연간 1~1.5척 수준의 선박 건조 능력을 20척까지 확대해 MASGA 프로젝트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미국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이같은 한화오션의 과감한 미국 조선업 투자는 때마침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에 시달리던 이재명 정부로 하여금 ‘MASGA 협력 방안’이라는 협상 카드를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됐으며, 마침내 트럼프가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승인할 수 있는 상황을 이끌어냈다.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했고, 하루만인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화답하며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장소’로 필리 조선소를 적시했다. 한화오션과 필리 조선소가 단박에 글로벌 방산·조선업계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핵추진 잠수함은 개발 및 건조 비용이 척당 수조원에 달하고, 통상적으로 3~4척 이상이 건조되기 때문에 이 사업을 맡을 한화오션은 막대한 실적 상승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기술력이다. 과연 한화오션은 이 거대한 사업을 마무리할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을까?

“시뮬레이션 이미 끝냈다…핵연료 확보가 관건”

한화오션은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공개되기 무섭게 한화오션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께서 양국 간 핵심적이고 중요한 결단을 내린 것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한화는 첨단 수준의 조선 기술로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잠수함 건조실적을 보유한 기업이다. 현재까지 23척의 잠수함을 수주했으며, 이 중 17척을 건조해 인도했다. 장보고급 Ⅰ·Ⅱ·Ⅲ 모델을 모두 건조했으며,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수출 경험(인도네시아 3척)도 있다.

다만, 핵추진 잠수함은 현재까지 한화오션이 건조해온 디젤 추진 잠수함들과 비교하면, 소형원자로와 농축우라늄을 탑재하기 위해 크기가 2배 이상 커지기 때문에 이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건조 능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한화오션이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공개한 미래형 잠수함 콘셉트. 사진=한화오션
 

이에 대해서도 한화오션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장보고-Ⅲ Batch-Ⅲ’(3600톤급)의 경우 디젤-전기 추진 방식이지만, 선체 설계와 내부 구성 측면에서 핵 추진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것. 또, 내부적으로 일명 ‘보일러 프로젝트’를 가동하여 핵추진 잠수함의 설계 및 운영 시뮬레이션 기술 등을 축적해왔으며, 관련 역량을 실증 작업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지난 5월 한화오션이 부산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공개한 ‘미래형 잠수함’ 목업 콘셉트는 100MW급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또는 그 이상의 원자력 추진 장비를 염두에 둔 설계여서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핵연료(저농축 우라늄)의 안정적 공급만 확보되면 핵잠수함 건조는 시간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필리 조선소가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라, 이 부분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과 핵연료 수급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미국 정부, 의회 등의 승인이 필요한 중대사안이라는 점 등은 여전히 문제로 지목된다.

“목표는 글로벌 선두…실패 두려워 말라”

이미 증권가에서는 “핵잠 1척당 매출 2조2000억원, MASGA 프로젝트 수익 5:5 배분 시 2030년 영업이익 3조원 돌파 가능” 등 한화오션의 장밋빛 미래를 예상하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가 추진하는 역대 최대 60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의 최종 후보 2곳 중 하나로 선정된 것도 대형 호재다.

이처럼 한화오션이 글로벌 분쟁 격화의 시대에 한국 방산·조선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트럼프 2기 출범 이전부터 글로벌 방산업계의 상황을 분석하며 미래를 준비한 김승연 회장의 혜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특히 김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캠프의 외교·안보 자문을 맡았던 고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과의 친분을 비롯해 다양한 미국내 인맥을 보유하고 있던 점도 미국과 MASGA 협력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월 9일은 한화그룹이 창립 73주년 기념일이었다. 이날 김승연 회장은 창립기념사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이제 글로벌 선두”라며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각 분야의 선두가 돼야 한다”고 밝히며 “조선, 방산 분야의 성공 경험 및 노하우를 한화그룹 전체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후발 주자가 선도자로 올라서는 첩경은 새로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헌신이 있어야 원천기술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개척정신을 강조했다.

<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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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한화오션  트럼프  핵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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